[경제학자의 우리술 이야기] 문화소비이론과 우리 술

입력 2015-11-05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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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영 송현경제연구소장

상품의 소비는 가격과 그 상품이 주는 효용의 크기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 주류 경제학의 이론이다. 이에 비해 장 보드리야르 등의 문화소비이론은 소비 개념을 가격이나 효용이 아니라 문화의 차원으로 전환시켰다. 즉, 소비는 사회의 문화체계에 의존하고 문화의 영역을 표출하기 위한 수단이고, 사람은 사회에서 준비된 코드에 맞춰 소비하고 개성을 표현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청바지 티셔츠 운동화는 육체노동자의 드레스코드로, 정장바지 와이셔츠 가죽구두는 지식노동자의 드레스코드로 분류되고 사람들은 이에 맞춰 소비하는 것이다. 날씬한 몸매를 만들기 위해 헬스클럽에 다니는 것, 연주하지도 않을 피아노를 사는 것, 자동차나 전자제품을 신형으로 자주 바꾸는 것 등도 문화소비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

술은 기호식품이며 여러 가지 문화와 관련이 있다. 서양의 술인 와인 맥주 위스키 등은 하나하나가 엄청난 역사와 문화체계를 갖고 있다. 이러한 술들은 만들고 저장하는 방법뿐 아니라 마시는 방식과 상황, 어울리는 음식과 안주, 술잔과 관련 도구 등에 대해서도 많은 기준과 이야깃거리가 있다. 또한 사람들의 직업과 나이, 모임의 성격 등에 따라 마시는 술이 크게 달라진다. 선원들이 마시는 술, 학생들이 마시는 술, 돈 많은 기업가들이 마시는 술, 오페라 중간에 마시는 술 등은 대체로 정해져 있다. 와인은 한 병에 1000~2000원에서 수천만 원까지 가격 차이가 나기 때문에 노동자가 마시는 와인과 부자들이 마시는 와인은 다르다. 이렇게 보면 서양의 술에는 문화소비 이론을 잘 적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여기서 우리 술은 어떤 문화체계를 형성하고 있고, 특히 소비와 관련해 특별히 작동하는 문화코드가 있는지를 간단히 생각해 보는 것도 흥미 있는 일이다. 조선왕조실록 등의 기록을 보면 과거 우리 술의 역사와 문화는 깊고 풍부했던 것이 확실하다. 그러나 현재 우리 술과 관련된 문화는 참 미약하다. 고급 식당은 한식당마저 좋은 술로 수입 와인이나 위스키 등을 내놓는다. 정부기관 등의 만찬 때에도 술은 수입 와인을 많이 사용한다. 가끔 건배주로 우리 술을 쓰기는 하나 보여주기를 위한 일회성으로 끝난다. 어느 때부터인가 차례나 제사에도 일본 사케의 아류인 청주를 사용하고 있다. 결혼식 피로연에서도 돈 있는 사람들은 와인을, 일반 사람들은 맥주나 소주를 사용한다. 또한 소주나 막걸리를 좋아하는 사람은 계층이나 소득 수준 등에 관계없이 비슷한 종류를 마신다. 얼마 전에는 맥주에 양주나 소주를 섞어 마시는 방식이 유행했으나 최근에는 주춤하고 있다.

우리 술과 관련된 문화코드는 더 예리한 눈으로 보면 찾아서 체계화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쉽게 다가오는 것이 없다. 술은 마시고 취하는 경우는 많지만, 사람들의 경제 행위에 영향을 줄 만한 술 문화는 찾기가 어렵다. 우리 술이 여러 계층에서 문화를 포함해 다양한 이유로 소비돼야 우리 술 산업의 수요 기반이 튼튼해진다. 이를 위해서는 술이 취하기 위한 음료가 아닌, 장 보드리야르(Jean Baudrillard)의 말대로 문화영역의 표출 수단이 되는 것도 중요하다. 많은 지식인과 문화인들이 좋은 우리 술을 찾아 마시고 문화콘텐츠를 풍부하게 해 보자. 조금씩 우리 술 산업도 발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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