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기 확대에도 임금 안 오르는 이유는?

입력 2015-11-02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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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들에 대한 보수 내역 (위에서부터:보너스, 퇴직수당, 보험, 유급휴가, 법정수당, 기본급) 출처:WSJ
▲근로자들에 대한 보수 내역 (위에서부터:보너스, 퇴직수당, 보험, 유급휴가, 법정수당, 기본급) 출처:WSJ

당장 기준금리 인상을 논할 만큼 미국의 경기가 확대했음에도 불구하고 근로자들의 임금 인상이 부진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기업들이 계약금과 유급휴가 등 근로자에 대한 수당과 복지 혜택을 늘리는 대신 기본급 인상에는 소극적인 탓이라고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근로자들이 임금 외에 근무의 유연성과 의료보험, 휴가 등에 높은 가치를 두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인 동시에 경영진이 기본급을 인상하려는 노력보다는 수당에 의존하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다시 말하면 기업 경영진이 임금을 과감하게 올려줄 만큼 경기가 확대하지 않았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근로자의 보수에서 차지하는 기본급의 비율은 지난 10년간 계속 감소했다. 특히 리세션(경기 침체)이 끝난 이후 기본급은 더 가파르게 줄었다. 지난 2분기(4~6월)에는 여행이나 의료보험, 보너스 같은 형태의 수당이 보수 전체의 31%를 차지했다. 10년 전에는 29%였다.

리쿠르트 사이트 글래스도어닷컴의 앤드류 챔벌레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구조 변화가 계속되고 있다”며 “노동시장 전체에, 임금에서 수당으로 아주 거액의 이동이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 2차 세계대전 중에는 기업들이 임금 통제를 피하기 위해 근로자에게 의료보험을 제공했으나 현재는 헬스클럽 회원권과 커피메이커, 무료 휴대폰 제공, 심지어 개까지 데리고 출근할 수 있게 하는 등 직원에 대한 복리후생이 갈수록 극진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현상의 부작용은 임금 성장의 부진으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2009년 중반, 리세션이 끝난 이후 평균 시급은 연평균 약 2%의 느린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경기 확대가 시작된 이후 고용은 꾸준히 회복되고 있지만 시급 성장은 약 12%에 그치고 있다. 최근 리세션 이전 20년간의 시급 성장률은 평균 연율 3%보다 높았다. 임금 성장이 부진한 원인은 부진한 개인소비와 사상 최저의 인플레이션, 자기 집을 사지 못하는 세입자가 많은 것 등 미국 경제의 취약성에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

반면 경기 확대 국면에 들어선 이후 수당은 이보다 높은 15%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2001년 이후 기본급 성장률은 40%이지만 수당은 60% 가까이 성장했다. WSJ는 이 같은 현상은 근로자들의 희망이 반영된 것이라고 전했다. 리쿠르트 업체인 로버트 하프에 따르면 근로자가 기업에 바라는 상위에는 여행, 통근비, 근무 유연성 등이 올랐다. 고액 소득자에게는 세금의 의미도 있다. 의료보험을 비롯한 수당 대부분은 기본급과 달리 일반적으로 비과세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글래스도어의 챔벌레인 이코노미스트는 “10달러의 점심식사가 비과세라면 근로자에게 20달러의 현금을 지급하는 것과 같은 셈”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의료보험제도 개혁법 시행과 함께 이 혜택은 조만간 끝날 것으로 보인다. 오는 2018년부터 고액 의료보험에 대해선 이른바 ‘캐딜락 택스’라는 세금이 부과된다. 내년 미국 대통령 선거 민주당 경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과 버니 샌더스는 모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서명한 의료보험제도 개혁법에서 이 부분을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WSJ는 수당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는 건 노동력 구조의 변화가 반영된 것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의사나 변호사, 엔지니어 등 관리직과 전문직의 고용은 2009년부터 2014년까지 7.3% 늘었다. 이들 근로자의 보수 중 기본급이 차지하는 비율은 69%다. 이에 반해 재택의료 등 서비스직의 고용은 지난 5년간 5.1% 밖에 늘지 않았다. 이 근로자들은 보수 중 기본급이 76%를 차지한다.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보수 중 수당 비율을 늘리는 건 의미가 있다. 로버트 하프의 라이언 서튼 보스턴 지역 담당 사장은 “계약금 등의 수당을 제공하는 게 급여 체계를 손질하는 것보다 빠르고 간단한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급여 체계를 재검토하는 데에 시간이 걸리고 회사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그 이후에나 볼 수 있게 되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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