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가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백복인 부사장을 신임 사장으로 선임해 귀추가 주목된다.
KT&G는 7일 대전의 KT&G 인재개발원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백복인 부사장을 신임 사장으로 선임했다.
앞서 KT&G 사장추천위원회는 10여명의 내외부 공모자 가운데 선발 절차를 거쳐 백 부사장을 신임 사장 후보로 내정했고, 이번 임시 주총 의결로 공식적으로 사장에 취임하게 됐다.
KT&G 전신인 한국담배인삼공사의 공채 출신으로선 처음으로 사장에 선임된 백 신임사장은 1993년 입사 이후 23년 동안 전략, 마케팅, 글로벌, 생산·R&D 등의 요직을 거쳤다.
2011년 마케팅본부장 재임 때 KT&G 내수시장 점유율을 58%대에서 62%로 끌어올렸고 담배업계 최초로 ‘품질실명제’를 도입해 주목을 받았다. KT&G의 비전 실현과 혁신에 필요한 전략적 사고와 업무추진력이 강점으로 꼽힌다.
신임 사장 선임에도 회사 분위기는 술렁이고 있다. 최근 민영진 전 사장 등 KT&G 경영진을 상대로 비리혐의를 찾고 있는 검찰이 이달 들어 서울 강남 KT&G 사무실과 계열사인 소망화장품 등을 압수수색하는 한편 백 신임사장도 KT&G 서울 남대문 부지 개발 사업비리 의혹, 청주 연초제조창 부지 매각 의혹과 관련됐는지 살펴보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이모(60) 전 부사장이 하도급업체로부터 수년간 수억원을 뜯어온 사실이 적발돼 구속 기소되기도 했다.
또 검찰은 백 부사장이 2013년 5월 경찰청의 KT&G 비리 수사 당시 핵심 증인이던 용역업체 N사 강모 사장을 해외로 도피시킨 혐의에 대해서도 재수사에 착수했다
검찰 수사대상에 백 신임 사장이 올라와 있다는 사실에도 KT&G 사장추천위원회는 내부 조사, 면접 등을 거쳐 자질과 도덕성을 검증했다며 검찰이 수사한다고 하더라도 별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KT&G 사장추천위 관계자는 “계열사 인수, 신설 및 각종 부동산 매각건 등에 대해 백 신임 사장이 당시 마케팅본부에서 근무했던 때 이뤄져 관여할 위치에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KT&G 사장추천위는 김득휘 금융노조 부위원장, 조규하 전 한화증권 전무, 송업교 전 국회의원, 이준규 경희대 교수, 손태규 단국대 교수, 최경원 전 법무부 장관, 박동열 전 대전지방국세청장 등 전원 외부 인사로 구성됐다.
일각에서는 낙하산 사장을 시도했던 외부 세력이 외부인사 심기에 다시 나설 것이란 추정도 흘러나왔다. KT&G 사장 공모에는 내부 인사로 박정욱 인삼공사 부사장, 외부인사로 손원익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R&D센터 원장, 이철휘 전 서울신문 사장 등 10여명이 지원해 경합을 벌였다.
한편, 백 신임사장은 취임사를 통해 지속성장을 향한 ‘새로운 KT&G’를 만들기 위해 신경영을 펼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를 위해 그는 ‘투명·윤리’, ‘소통·공감’, ‘자율·성과’ 등을 3대 경영 어젠다로 제시했다.
그는 “투명·윤리 경영은 회사 생존과 지속 성장에 필수적이라며 윤리경영 담당 조직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하는 한편 과거 부조리와 적폐 근절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종합적으로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소통·공감 경영으로 화합을 실현해갈 것”이라며 “KT&G 기업문화 재구축을 위해 외부전문가와 전·현직 임직원으로 구성된 상상실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사회공헌 활동을 확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자율·성과 경영을 위해 인사·교육제도 혁신과 함께 인재 육성에 투자하고 필요하면 외부 인재를 과감하게 영입할 것”이라면서 “단위사업부별 독립경영시스템 구축과 책임경영체제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후 경영 방침에 대해서는 국내 담배사업을 그룹의 캐시카우(Cash Cow) 역할로 지속하고, 해외담배사업은 신흥 거대시장을 집중적으로 개척해 성장세를 이어갈 방침을 밝혔다. 또 인삼사업은 국내외 시장 저변을 확대하고 부동산·화장품·제약 등 사업의 성장성 강화에도 힘을 기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KT&G가 중대 변혁기를 맞고 있다”며 “해외사업을 적극적으로 확장하고 국내 시장을 굳건히 지켜 국가경제발전에 더욱 기여하고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기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KT&G는 8일 조직개편을 단행해 기존 마케팅·영업 등의 분야와 생산·R&D 분야로 나누어져 있던 부문 제도를 폐지하고, 단위사업별 본부장에게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는 등 자율ㆍ성과 경영을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설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