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론] 1995년 일본과 2015년 한국: 중소기업의 갈라파고스화와 글로벌 위기

입력 2015-07-28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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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찬 가톨릭대 교수 / 세계중소기업학회 회장

한국의 2015년은 일본의 1995년과 아이러니컬하게도 유사한 점이 많다. 필자가 일본에 머물고 있었던 일본의 1995년는 스위트 케이크을 좋아했고 요리방송이 인기를 끌었다. 일본인들은 일본을 가장 달콤한 나라라고 믿었고, 가장 맛있는 나라라고 믿었다. 일본이 최고라고 믿고 해외로 나가기를 싫어했다. 이것이 일본 갈라파고스화의 시작이고 잃어버린 20년을 만들었다. 지금의 한국은 어떤가? 우연히도 지금의 한국에서는 스위트 마카롱, 스위트 케이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요리방송이 가장 인기이다. 외국여행에서 돌아온 한국인들은 이구동성으로 한국이 제일 좋은 나라라고 칭찬한다. 마치 갈라파고스화를 만들었던 일본의 1995년을 보는 듯하다. 당시 일본이 사용했던 경제민주화, 학급붕괴, 가격파괴, 양극화, 복합불황 등도 지금 우리의 모습과 유사하다. 저성장기와 중소기업의 쇄국화가 일치하고 있다. 단지 1995년이 디지털 전환기였다면 2015년은 스마트화 전환이라는 차이가 있다. 일본의 갈라파고스화는 일본의 아날로그형 제조산업을 무너뜨려 아날로그의 저주시대를 열었다. 아날로그 HDTV에 열중하던 일본형 전자제품 개발로 자신만만해 하던 소니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저성장의 저주는 자만심과 관성에서 나온다. 특히 고도성장기 활황의 내수시장을 기대하면서 글로벌 시장창조에 실패한 관성이 문제였던 것이다. 한국에서도 지금 중소기업들이 해외투자를 기피하고 해외수출이 감소하는 갈라파고스 증후군이 나타나고 있다.

일본국 주식회사(The Japan Co)란 용어를 아마 많은 독자들이 잊고 있을 것이다. 1990년대 이전 고도성장기 시절 일본의 일사분란한 국가 비즈니스 모델을 두고 붙여진 용어이다. 일본국 주식회사란 용어는 1990년 중반 이후 일본이 저성장기에 접어들고 잃어버린 20년을 만들면서 옛날 이야기처럼 되어 버렸다. 그런데 최근 아베노믹스라는 이름으로 일본국 주식회사 분위기가 부활되고 있다. 아베노믹스가 만든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일본 제품의 글로벌 확산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 정부가 앞장서고 민간기업이 현지화 전략을 통해 뒤따르는 방식으로 제조업 및 금융업, 서비스업 등에서 확고한 위상을 구축하고 있다. 한 예로 인도네시아에서는 일본 자금으로 건설된 도로 위를 일본 자동차 브랜드가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유무상 차관을 중심으로 하는 ‘공적개발원조(ODA·Official Development Assistant)’를 앞세워 인도네시아의 풍부한 천연자원과 인프라시장을 관리하고 있다. 2018년 개통을 목표로 자카르타에 건설 중인 인도네시아 1호 MRT(도시철도) 공사와 차량을 일본기업들이 사실상 독점 수주한 것이다.

그 결과 일본기업의 글로벌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급성장하는 아세안 시장에서 일본의 안방시장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2015년 1월에서 5월까지 아세안 시장에서 한국의 수출은 -18%를 나타낸 반면 일본은 10% 이상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아베노믹스가 일본국 주식회사의 경쟁력을 키워 아세안 시장 공세의 활력소로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올해는 경제성장률이 15년 만에 일본에 역전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국의 1인당 GDP는 2009년 이후 6년 만에 처음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한국경제의 위기지표를 추적해 보자.

첫째, 2011년 이후 수출이 급감하고 있다. 2011년 한국의 수출 증가율이 10% 이하로 떨어지기 시작했으며, 그 이후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수출 증가율이 감소하여 2015년부터는 수출이 마이너스를 나타내고 있다. 2002년 이후 10년간 수출 증가율이 10% 이하로 떨어진 시기는 2009년 금융위기밖에 없으며, 2015년 1월에서 5월까지 5.7%의 수출 감소를 기록했다, 지난 5월은 10.9% 수출이 감소했다.

둘째, 2005년 35% 이상을 차지하였던 중소기업들의 해외투자가 이제 20%를 하회하고 있다. 이는 1999년 IMF위기 상황 수준이다. 우리 중소기업들의 글로벌 기업가정신 위축의 결과이다. 결과적으로 내수시장 의존율이 높아지고 중소기업의 쇄국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셋째, 2011년 이후 우리기업의 설비투자가 감소하고 있다. 제조업생산증가율(%)에서 제조업생산능력증가율(%)을 뺀 설비투자조정압력지수가 2011년 이후 떨어지기 시작하여 2013년 4/4분기를 제외하면 지금까지 11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한국 GDP의 57%를 차지하는 수출의 위기가 저성장 경제와 만나 한국경제가 위기로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이유는 기회포착 실패(Opportunity Failure)이다. 한국기업들의 글로벌 기업가정신은 약화되고만 있다. 비즈니스는 시장정보 수집과 인맥쌓기에서부터 시작된다. 한국의 기업인들은 국내에서는 인맥쌓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그러나 글로벌 인맥 만들기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일본은 2014년에만 인도네시아에 1374건, 27억달러를 투자했다. 정치권에서 지켜보지 않으면 안 될 핵심지표이다. 1992년 미 대선 당시 클린턴 후보가 내걸었던 ‘문제는 경제다, 바보야’(It is the economy, stupid), 이 슬로건이 내년 선거에서 대박을 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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