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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가 엔저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엔화 가치가 더이상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엔저 현상을 공식적으로 인정해 글로벌 외환시장을 뒤흔들었다.
구로다 총재는 10일(현지시간) 중의원 재무금융위원회에 출석해 “실효환율 측면에서 엔화 가치는 매우 낮아 엔화 가치가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며 “미국과 일본의 금융정책 방향성의 차이를 이미 (외환)시장이 의식하고 이를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런 상황에 따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금리인상이 실제로 이뤄진다고 해도 강달러, 엔저 현상은 지속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지난 2013년 3월 취임한 구로다 총재가 엔저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으로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일본은 시장에 대량의 유동성을 공급해 엔화 약세를 유도해왔다.
그러나 이날 구로다 총재가 엔저를 공식 인정함으로써 향후 정책을 선회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렸다. 더불어 올해 BOJ가 추가 양적완화(QE) 정책을 추진할 것이란 관측도 후퇴했다.
엔저 현상의 지속은 국제사회의 반발을 야기했다. 엔화 가치가 하락하자 미국 등 교역 상대국은 채산성 악화로 어려움을 겪었다. 엔화에 대한 달러화 강세로 미국 기업들의 불만이 높아지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지난 8일 폐막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한 오바마 대통령은 “엔저 현상으로 많은 기업이 고통을 겪고 있다”며 “달러 강세가 문제”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연준의 금리 인상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강달러가 지적됐으나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강달러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적은 없었다. 해당 내용이 알려진 후 백악관은 급히 공식 성명을 통해 해명에 나섰고, 오바마 대통령 역시 기자회견을 통해 익명의 제보를 믿지 말라고 강조했다.
구로다 총재의 발언 여파로 이날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 가치는 달러당 124.6엔에서 122엔대로 급등했다. 뉴욕 외환시장에서도 엔화 가치는 달러에 대해 지난 3월18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엔화 강세(달러 약세)는 한국 원화 값에도 영향을 끼쳤다. 10일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10.7원 하락한 1108.2원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