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경제포럼] 복지부 유감

입력 2015-05-27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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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훈 연세대 특임교수, 전 국회의원

공무원연금개혁안을 여야가 합의한 지 3주가 지났지만 내일 본회의에서 처리될지 여부는 아직도 불투명하다. 한때 여야의 합의안을 표만 얻으려고 나라 곳간을 거덜 내는 망국적 포퓰리즘으로 몰아붙이며 본회의 처리를 좌초시켰던 목소리는 정무수석의 경질인지 사퇴인지 알 수 없는 해프닝만 남기고 자취를 감춰 버렸다. 결국 망국적 포퓰리즘이라고 매도하던 그 방안이 ‘최선의 안’이라고 천명했다. 2주나 걸려 원점으로 다시 돌아온 것이다.

사실 정확하게 짚고 넘어가자면, 원점으로 돌아온 것이 아니다. 공무원연금개혁안의 내용 면에서는 정확히 원점으로 돌아왔지만, 통과 가능성 측면에서는 하늘과 땅 차이다. 5월 2일 시점에서는 여야 합의 상태였기 때문에 이제는 청와대가 ‘최선의 안’이라고 결론 내린 공무원연금개혁안의 통과가 확실시되었지만 지금은 통과 가능 확률이 상당히 낮다.

이 같은 대혼란의 원인으로 한 가지만 지목하긴 어렵겠지만 국민연금 재정에 대한 오락가락 고무줄 추계가 크게 한몫했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다. 공무원연금개혁안 통과 과정에서 협상용으로 추가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인상 논의’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인상 확정’인 것처럼 과장된 것뿐만 아니라 소득대체율을 50%로 인상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보험료 부담이 2배 이상 오른다는 복지부의 발표가 여론의 화약고에 불을 붙였다. 국민 부담이 2배로 오른다는 복지부의 발표에 언론들은 일제히 5월 2일의 여야합의안을 망국적 포퓰리즘으로 몰아붙였고 국민들은 분통을 터트렸다. 복지부는 처음에는 국민들의 보험료 부담이 지금의 2배인 18%로 오른다고 하더니 불과 며칠 후에는 23.5%까지 오른다고 발표를 수정했다.

8년 전인 2007년 국민연금 개혁 때는 소득대체율 50%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12.9%의 보험료가 필요하다던 복지부의 발표를 기억한다면 이번 복지부의 발표를 선뜻 믿기 어려웠겠지만 대부분의 국민들은 2007년의 일을 기억하지 못했다. 소득대체율의 개념만 정확히 이해해도 복지부 발표의 맹점을 쉽게 알 수 있다. 현재 보험요율은 9%, 소득대체율은 40%로 예정돼 있다. 즉 100을 벌어 9를 보험료로 내고 은퇴 후에 40을 연금으로 받는다는 의미로 단순화할 수 있다.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기 위해 더 내야 하는 보험료가 얼마인가 하는 문제는 연금으로 10을 더 받기 위해 얼마를 더 내야 하는가이다. 현재 9를 내고 40를 받고 있는데 10을 더 받기 위해 14.5나 더 내야 한다는 복지부의 발표가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까? 이런 복지부의 발표에 근거해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50% 올리는 일은 1700조원이 넘는 세금폭탄이라는 발표까지 난무했다.

결국 복지부 장관은 논란이 거세지자 사실은 더 내야 하는 보험료는 14.5%가 아니라 4% 내외라고 수정했다. 그러고 나서야 당청 회동을 통해 5월 2일의 여야합의안이 ‘최선의 안’이라는 내용상의 원점으로 돌아갔다. 문제는 공무원연금개혁안의 내용은 원점으로 돌아갔지만 2주간의 우여곡절 탓에 여야의 정치역학관계는 꼬일 대로 꼬여 도무지 타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연금추계는 과학이다. 정치적 목적에 따라 고무줄 늘리듯 이랬다저랬다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 특히 주무부처의 발표는 내용이 정확하고 일관성이 있어야 하지만 타이밍도 신중해야 한다. 대통령이 집권기간을 통틀어 최우선순위를 두는 공무원연금개혁안의 통과를 국회에 주문하는 시점까지도 정부안조차 마련하지 못했을 때부터 지난 3주간의 행보에 이르기까지 공무원연금 개혁과정에서 보여준 복지부의 행태는 극히 유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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