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형의 터닝포인트] 백수오 사태 시작점은 식약청

입력 2015-05-18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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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형 자본시장부 차장

한때 철없는 남자 연예인이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빚었습니다. 종종 황당 발언으로 눈길을 모았던 그는 공개 사과에서도 철이 없었습니다. 그는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아니었습니다”라며 변명을 시작했습니다. 예상대로 ‘어이없음’을 감추지 못한 여론은 들끓었습니다.

의도를 추정컨대 “술을 마시고 운전한 점에 대해 사죄한다. 비록 술을 입에 댔지만 법이 정한 음주운전 처벌 수위에는 못 미쳤다. 그렇지만 여부를 떠나 진심으로 반성하고 자숙하겠다”는 의미로 해석이 됩니다. 그런대도 대뜸 “음주운전 아니에요”라는 그의 변명에 화살이 쏟아졌습니다. 그리고 TV화면에서 더 이상 그를 만나지 못했습니다.

최근 논란을 넘어 사태로까지 번진 가짜 백수오 역시 정부 당국의 미숙한 대응이 깔려 있습니다.

식품과 의약에 관한 국민 건강을 책임져야 할 식품의약안전처는 가짜 백수오로 알려진 이른바 이엽우피소에 대해 “먹어도 해가 없지만, 그래도 먹지는 말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식품과 의약품에 관한 국민건강을 책임져야 할 정부 부처로서 안일한 대응과 무책임한 대처는 곧장 뭇매를 맞았습니다.

식약처는 이번 백수오 사태가 불거진 시작점이기도 합니다. 지난 2월 식약처는 내츄럴엔도텍의 백수오와 관련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후 가짜 논란이 불거지자 서둘러 재조사에 나섰고 그때서야 ‘가짜가 섞여 있었다’며 입장을 번복했습니다.

논란의 초기 내츄럴엔도텍은 소비자원 조사 결과 발표에 적극적으로 사실 무근임을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법적 대응’까지 운운하며 강경 입장을 고수했는데요. 이런 강경 입장의 뒤에는 애당초 제품에 문제가 없음을 인정했던 식약처 조사 결과가 있습니다. 결국 식품과 의약품에 대한 안전책임 부처인 식약처의 조사 결과 번복 탓에 소비자는 물론 이 회사의 미래를 믿고 투자한 투자자까지 혼란을 겪게 됐습니다.

가짜 원료를 섞어 제품을 과대포장한 해당 기업은 당연히 뭇매를 맞아야 합니다. 나아가 이들이 거침없이 ‘법정 대응’을 운운할 수 있도록 빌미를 제공했던 식약처 역시 책임을 피해서는 안됩니다. 식약처의 과오는 단순한 착오를 넘어 관련 업계로 큰 파장을 불러왔습니다. 백수오에 대한 맹목적 추종이 시작된 배경에는 식약처가 있었다는 의미입니다.

백수오에 대한 칭찬 일색을 늘어놨던 의학계, 그리고 내츄럴엔도텍에 대한 장밋빛 전망을 내놨던 증권가의 견해 뒤에는 식약처 조사 결과가 존재합니다. 사태가 불거지면서 만나고 의견을 나눴던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책임 회피를 위해 안간힘을 썼습니다. 나름의 사정과 이유가 존재했겠지만 이들 역시 책임을 피해가기 어렵게 됐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책임은 식약처로 모아집니다. 나라에서 인정한 기관이 원료에 아무런 문제가 없음을 인정했고, 우리는 그것을 믿을 수밖에 없었으니까요.

의료단체는 물론 내츄럴엔도텍을 평가하고 전망한 증권가는 직접 원료를 분석해 진위 여부를 가릴 의무는 없습니다. 이는 엄연히 식약처를 포함한 정부 당국의 몫입니다. 식약처 스스로 쌓아올린 모순이 어디까지 피해를 줄지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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