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포커스] ‘유리천장’ 깬 유명희 산업부·조신희 해수부 국장

입력 2015-05-0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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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금녀의 벽’ 허문 통상전문가… 조, 불법어업국 해제 일등공신

▲유명희 산업부 FTA 교섭관
한국사회에서 유리천장은 아직도 깨지지 않는 벽과 같다. 여성의 사회진출은 늘어나고 있지만 기업체 임원 등 여성 고위직 비율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8개 회원국 가운데 한국의 유리천장 지수는 25.6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OECD 회원국 가운데 꼴찌로 평균인 60에도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그러나 최근 유리천장에 작게나마 금이 가고 있다. 중앙부처에서 여성 국장이 연달아 임명되는 등 여성 고위 공직자 비율이 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와 해양수산부에서도 최초로 여성 고위 공무원이 탄생해 주목된다. 쉽지 않은 ‘금녀(禁女)의 벽’을 허문 두 여성 국장의 소감과 포부를 들어봤다.

◇산업부 첫 여성국장, 유명희 FTA(자유무역협정)교섭관 겸 동아시아자유무역협정추진기획단장

서기관에서 고위 공무원으로 파격 승진…67년 유리천장 깬 ‘통상 전문가’

“긴 호흡이 중요합니다. 왕도는 없지요. 잠시 어려움이 있더라도 일단은 호흡을 길게 갖고 업무와 육아에 모두 충실히 하려고 하루하루 노력하다 보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지난달 초 산업통상자원부 자유무역협정교섭관 겸 동아시아자유무역협정추진기획단장으로 승진한 유명희 국장은 7일 일과 가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후배들에게 이렇게 조언했다.

유 국장은 1948년 상공부가 설립된 이후 ‘금녀의 벽’을 허문 첫 여성 국장이다. 서기관에서 부이사관을 거치지 않고 고위 공무원으로 승진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서울대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행정고시 35회를 통해 공직에 입문한 유 국장은 여성으로서는 드물게 1995년 당시 통상산업부에서 통상 전문업무를 담당했다. 이후 2004년 한·싱가포르 FTA 등 협상 타결에 실무적인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2005년엔 외교통상부로 자리를 옮겨 초대 FTA 정책과장을 지냈다. 이후 주(駐)중대사관 참사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사무국 등을 거쳐 지난해 청와대 대통령 홍보수석비서관실 외신 대변인을 맡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통상 전문가로서 종횡무진 활약해 왔다.

요즘에도 한 달에 한 번은 해외출장을 다니고 일주일에 절반씩 세종과 서울을 오가며 바쁜 나날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생활이 20여년째 이어지는 동안 유 국장은 가정과 일 사이에서 늘 동분서주해야 했다. 유 국장은 “아이들이 아플 때 신경을 많이 쓰다 보면 업무에 소홀해지는 게 아닌가 하는 부담감이 늘 자리했다”면서도 “순간순간 어려움에 좌절하거나 힘들어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어느 순간 균형을 찾게 됐다”고 말했다.

업무에서도 최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등 ‘메가 FTA(자유무역협정)’ 시대 유 국장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다. 그는 “통상업무 자체가 개방과 관련된 국내적 갈등을 조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른 나라와 교섭하고 우리의 입장을 관철시키는 어려운 작업인 만큼 상당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오랜 협상 경험이나 자신만의 전문성을 쌓아 협상의 기본인 ‘정확한 소통’만큼은 어느 정도 자신이 붙었다고 한다. 이는 가정뿐만 아니라 업무에서도 인정받고 싶어하는 후배들에게 좋은 귀감이 될 수 있도록 직접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래서 더욱 유 국장의 앞으로의 포부는 남다르다. 유 국장은 “지금까지 추진되지 않았던 FTA 중 국익에 도움이 되는 FTA 추진에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FTA 외에도 경제발전에 활력이 될 만한 통상 이슈에 대해 계속 고민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조신희 해수부 원양산업정책관
◇해수부 최초 여성 국장, 조신희 원양산업정책관

불법 어업국 지정 해제 일등공신…국제업무 및 협상분야 전문가

“당연히 부담이 있다. 지켜보는 후배들도 많다. 그래서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압박감이 굉장히 크다.”

조신희 국제원양산업정책관은 7일 해양수산부 최초의 여성 국장 타이틀을 거머쥔 소감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국제원양정책관은 수산 분야의 국제협력과 원양산업을 책임지는 자리다. 조 국장은 원양산업과장으로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불법어업국(IUU) 지정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국장은 그동안 어업교섭과장, 주(駐)중국 1등서기관을 역임하는 등 국제무대에서 협상·조정을 주로 담당했다.

그는 22년 공직생활에서 어떤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느냐는 질문에 지난해 해수부 최대의 이슈 중 하나인 IUU 지정해제를 첫 번째로 꼽았다.

조 국장은 “지난해는 주말에도 거의 못 쉬면서 가장 치열하게 보낸 것 같다”면서 “과로와 지병 악화로 직원들 몇 명이 교체되는 과정도 겪었지만 모두 열심히 해 줘 큰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KT 등 민간기업에서도 조업감시센터(FMC) 구축 작업을 하느라 담당 직원들이 과로로 병원에 입원까지 했다”며 “수익이 나는 사업은 아니지만 모두 국가를 위해서 일했다는 점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조 국장은 “지난해에는 유럽과 러시아 등 현안이 있는 곳마다 달려가는 등 아플 틈도 없을 정도로 바빴다”면서 “이제 건강검진도 한 번 받아 봐야겠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목표를 묻자 조 국장은 “원양어업은 현재 재편기를 맡고 있는 굉장히 힘든 상황이기 때문에 이를 어떻게 연착륙시킬 것인지에 대해 고민이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구조적으로 원양업에 영세 업체가 많기 때문에 구조조정과 함께 업체들이 국제적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정부가 어떤 식으로 지원해야 할지 살펴보겠다”고 했다.

그는 후배들에게도 “공무원으로 살아오면서 기본적으로 책임감과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면서 “책임감과 배려하는 마음만 있다면 어디에서 근무하든 잘 해낼 것으로 믿는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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