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해 공공개혁의 가장 큰 성과라고 자부했던 공공기관 부채 감축에 적신호가 켜졌다.
27일 국민일보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등은 지난달 ‘제1차 자산매각지원위원회’를 열고 공공기관의 부채 감축을 위한 자산매각 추진 현황을 점검했다. 그 결과 지난해 자산매각 이행 실적은 4조2800억원으로 나타났다. 7조9600억원의 자산을 매각하는 계획의 절반 수준이다.
특히 종전부동산의 경우 약 2500억원 매각 계획을 세웠지만 달성률은 4%에 그쳤다. 종전부동산은 지방으로 이전하는 수도권 소재 공공기관들이 보유하고 있던 건축물과 그 부지를 말한다. 매각 예정액이 1181억원에 달하는 한국가스공사 분당 사옥 등이 팔리지 않았다.
질적인 면을 따지면 일반부동산이 더 심각하다. 중소규모 부지 매각이 잘 이뤄져 계획(약 7500억원) 대비 83% 매각을 달성했지만, 서울역 북부 역세권·용산병원 등 대규모 개발매각(개발사업을 전제로 한 매각)은 부동산 시장 침체로 매각이 요원한 상황이다.
부실 자원외교 논란으로 관심이 집중된 해외투자지분 매각 실적도 낮다. 매각 계획을 약 7700억원으로 잡았지만 실제로는 500억원(6%) 정도에 그쳤다. 36건 매각이 목표였지만 10건만 팔렸다. 자산 매각이 신통치 않은 첫째 이유는 부동산 시장 침체 때문이다.
최근 공공기관이 연이어 지방으로 이전하면서 1000억원이 넘는 고가 종전부동산 매물이 한번에 나오는 바람에 공급이 늘어나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개발매각의 경우엔 용도변경 등 지방자치단체의 인허가 불확실성이 매각을 가로막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서울역 북부 역세권의 경우 서울시가 서울역 앞 고가도로를 공원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교통 관련 인허가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는 매각 계획 달성이 쉽지 않다고 보고 전략 변경을 고려 중이다. 소규모 부지는 입찰·수의계약을 통해 단순 매각하고, 대규모 부지는 매각과 임대를 혼용하는 전략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