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곡 아카데미스위트 사기 분양 논란

입력 2006-12-20 18:22 수정 2006-12-21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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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공용면적 2천평에 회사 소유 상가 지어

서울 고급주거지역의 대명사격인 강남구 도곡동 일대 주상복합 아파트 아카데미스위트가 분양 당시 내걸었던 모델하우스와 다른 아파트를 지은 것으로 나타나 사기 분양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도곡동 타워팰리스, 대림아크로빌 인근에 들어선 아카데미스위트는 당초 도곡동 입지에 걸맞는 고급 주상복합 건립을 목표로 라성건설이 직접 시행, 시공을 맡아 34~102평형 전체 444세대로 지난 2002년 1월 분양해 지난해 10월 입주했다.

하지만 라성건설은 분양 계약시 내걸었던 계약조건과 크게 다른 아파트를 지은 것으로 드러나 주민들은 현재 대책위원회를 만들고 법정 소송까지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주민 공용면적 2000평 줄어

가장 큰 문제는 당초 약속했던 공용면적이다. 분양 당시 회사측은 50평형대 이상 세대를 기준으로약 10평 정도를 공용면적으로 제공할 것이라고 명시했으나 입주한 주민들이 직접 측량한 바에 따르면 제공된 공용면적은 절반가량으로 줄어들었다. 53평형의 경우 약 5.3평 정도의 공용면적이 사라진 셈이다.

이에 따라 도곡 아카데미스위트는 고급 주상복합이란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좁은 엘리베이터홀과 사실상 없는 것과 다름 없는 로비를 갖고 있는 상태다.

이렇게 해서 사라진 공용면적은 약 2000평 가량이다.

특이한 사실은 사라진 공용면적 만큼 당초 분양 당시에는 없었던 별도의 상가가 생겨났다는 점이다. 이 아파트의 진입로 자리에 설치된 이 상가는 3층 규모로 건물연면적은 정확히 2000평 가량. 즉 사라진 주민 공용면적이 상가로 변해 진입로를 가로 막게 된 셈이다.

주민 대표측은 이 문제에 대해 회사측의 설명을 요구하자 회사측은 공용면적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공용면적은 주차장을 확장하면서 사용된 만큼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분양 당시 회사측은 총 720대의 주차대수를 구획했지만 현재는 808대로 80대가 늘어나있다.

하지만 이 역시 주상복합 소유자들과는 전혀 상관없는 회사를 위한 주차장 확장으로 드러났다.

'아카데미스위트 주민 소송단 대표협의회'관계자는 "주차장 확장은 아파트 분양 당시 회사측이 예정했던 상가 수보다 더 많은 수가 생겨남에 따라 주차장 법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늘어나게 된 것"이라며 "상가 수가 늘어나는 것에 대해서도 회사측은 아무런 사전 해명이 없었다"고 말했다.

상가는 전적으로 라성건설의 소유로 알려졌다.

상가수가 계획보다 늘어난만큼 당초 주민에게 제공하기로 했던 휘트니스시설과 사우나, 골프장 등 주민공동시설은 대부분 없어졌다. 주민들에 따르면 현재 도곡 아카데미스위트에 있는 유일한 공동시설은 독서실 뿐이다.

당초 라성건설은 총 51층인 이 아파트 27층에 휘트니스시설과 사우나 등 주민공동시설을 짓겠다고 약속했지만 입주가 끝난 지금 27층에 있는 것은 라성건설의 사무실 뿐이다.

이에 대한 라성건설 정형기 회장은 "세대마다 목욕시설이 있는데 공동 사우나 시설이 뭐가 필요하냐"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져 물의를 빚고 있다.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는 "라성건설의 인식은 실로 60~70년대 시범 아파트 시절에 못지 않은 것"이라며 "공용면적 축소, 상가 확대, 주민공동시설 미공사 등은 사실상 사기 분양에 가까운 행위"라고 말했다.

◆설계-시공-감리-관리까지 정 회장 일가가 독점

이같은 분양이 어떻게 가능해졌을까.

라성건설은 이 아파트의 시공, 감리, 그리고 입주 관리까지 모두 도맡았다. 라성건설은 지난 2001년 주상복합 부지를 매입하고 공사를 진행할 때 한미파슨스를 감리사로 선정했다. 하지만 한미파슨스는 2003년 10월 감리업무를 중단하고 새로이 (주)RSCA라는 회사가 새로운 이 아파트 감리사로 선정됐다.

(주)RSCA는 당초 아카데미스위트를 설계한 '도인건축'의 새로운 법인이다. 주민대표들이 제시한 주주명단을 살펴보면 정형기회장과 부인 안혜자씨 그리고 정 회장의 아들 정현준씨, 딸 정혜정씨 등 정씨 일가는 라성건설과 (주)RSCA의 최대주주로 장악하고 있다.

또 현재 이 아파트 입주자 관리를 맡고 있는 '모던플러스' 역시 정 회장의 일가가 소유한 회사다. 이 회사는 아들 정현준씨가 이사로 등재돼 있는 상태다.

즉 시공사가 감리를 맡게 된 것이다. 더욱이 라성건설은 도인건축 시절 아카데미 스위트의 설계를 맡았던 K모 차장에 회사가 보유한 주상복합 한 채를 지급한 것으로 알려져 설계와 감리로 이어지는 커넥션 과정을 알고 있는 김 차장에 대한 뇌물 공여 의혹까지 일고 있는 실정이다.

또 라성건설은 아카데미스위트에 아파트 111채와 상가 전부를 소유하고 있다.

이에 대해 주민들은 법정소송을 추진하고 있다. 주민대표단은 공용면적 축소, 상가수 확대, 당초 약속한 공동시설 미공사 등에 대해 민사소송을, 그리고 K모 차장에 대해서는 뇌물공여죄로 법정소송을 제기해놓은 상태다. 하지만 회사측은 2~3년 가량 시간이 소요되는 민사소송의 약점을 노려 오히려 '법대로 하라'라는 자세다.

한 아카데미스위트 입주 주민은 "회사측이 이같은 일을 벌여놓고도 배짱을 부리는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며 "주민들이 힘을 모아 권리를 되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아카데미스위트 주민 소송단은 검찰에 사기죄와 건축법 위반, 그리고 뇌물공여죄 등 형사 고발을 해놓은 상태며, 향후에는 공용면적 현금청산과 편의시설 설치, 불법상가에 대한 대책 등을 골자로 한 민사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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