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의 황태자 장진호 전 진로회장, 10년 도피 중 中서 사망

입력 2015-04-06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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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참이슬 신화의 주인공, 비운의 황태자 등의 수식어가 따라다녔던 장진호<사진> 전 진로 회장이 중국 베이징에서 심장마비로 숨졌다. 재기를 노리며 해외에서 10여년 간 도피생활을 했던 그의 굴곡진 삶도 막을 내리는 순간이었다. 향년 63세.

5일 주중국 한국대사관 등에 따르면 장 전회장은 3일 오전 베이징 자택에서 심장마비로 쓰러져 사망했다. 병원 측은 “장 전 회장은 병원에 도착하기 전에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고 밝혔다.

그는 분식회계와 비자금 횡령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후 해외로 도피했다. 10여년 간 방랑생활을 하면서도 재기를 위해 중국과 캄보디아 등에서 은행과 부동산 개발회사, 카지노 등을 운영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평소 고지혈증을 앓고 있었던 그는 장기간의 방랑생활과 연이은 사업실패에 따른 극심한 스트레스와 상실감 등이 겹쳐 결국 유명을 달리한 것으로 보인다.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장 전 회장의 딸 윤정씨와 조카 등 한국에 거주하는 가족들은 지난 4일 베이징으로 건너가 장례절차를 논의했다. 유족들은 5일 베이징 인근에서 화장했고, 오늘이나 내일 국내에서 별도의 장례식을 갖기로 했다.

장 전 회장은 1952년 장학엽 진로 그룹 창업자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서울고와 고려대를 거쳐 1979년 진로그룹에 입사, 1988년 36세에 제 2대 회장에 취임해 진로의 사세 확장을 주도했다.

이후 진로그룹은 한때 계열사를 20개 넘게 보유하며 재계 19위까지 올랐지만, 1997년 외환위기의 거센 바람에 급격하게 꺾이기 시작했다. 사세 확장을 위해 무리하게 빌려 쓴 빚이 경영을 악화시켰다.

당시 진로는 전선과 제약, 종합식품, 건설, 금융, 유선방송 등으로 몸집을 불려나갔다. 결국 1997년 9월 부도를 맞았고, 1999년 자회사 진로쿠어스맥주가 오비맥주에 매각됐다. 이듬해엔 위스키 사업부문인 진로발렌타인스가 유럽 주류업체 페르노리카에 팔렸다. 결국 진로그룹은 2003년 법정관리와 계열사 분할 매각으로 공중 분해됐다.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진로는 2005년 하이트맥주에 인수됐다.

장 전 회장은 이 과정에서 분식회계와 비자금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2004년 10월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개월,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그의 기약없는 도피생활이 시작된 건 집행유예 기간인 2005년부터다. 진로그룹를 되찾으려는 그의 의지는 강했지만 보유 지분이 전략 소각되는 등 경영 복귀는 사실상 불가능했다. 캄보디아에서 자리를 잡고 여러 사업을 벌였지만 탈세 혐의를 받으며 순탄치 않은 나날을 보냈다. 2010년 중국으로 건너가 또 다시 게임업체 등에 투자했지만 이마저도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중국 교민들 사이에서는 “장 전회장이 게임과 중국 술의 한국 수출 등의 사업을 벌였지만 잘 안된 것으로 안다”며 “그의 중국 집도 재벌총수가 살 정도의 호화저택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재계에 따르면, 장 전 회장은 사망 전날 한국의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힘들고 괴롭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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