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이 대포통장 근절에 팔을 걷었다. 각종 대책 시행에도 불구하고 대포통장 발생 건수가 8만건을 넘어서는 등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자 개선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9일 대포통장 증가세가 확대되고 있는 금융사의 고위급 임원과 회의를 열고 대포통장 증가 원인 분석 및 개선책을 긴급히 마련해 줄 것을 요청했다.
금감원은 이와 함께 풍선효과 재발방지를 위해 기타 금융권역에 대해서도 대포통장 근절대책 이행상황을 자체 점검하도록 지도했다.
금융사기 필수 범행도구인 대포통장은 각종 대책 시행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4만5000건(피싱사기 기준)으로 전년 대비 16.3%나 증가했다. 대출사기 관련을 포함할 경우 대포통장 발생 건수는 8만4000건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금감원에 따르면 최근 대포통장 발생은 기존 농협단위조합, 우체국, 증권사에서 은행권으로 회귀하고 있는 추세다.
이는 농협, 우체국, 증권사에 대한 감독·지도 강화 이후 기타 은행권으로 풍선효과가 발생한 데에 기인한다고 금감원 측은 설명했다. 특히 의심거래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 등으로 기존 통장 활용이 증가하면서 대형은행을 중심으로 크게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전체 대포통장 중 은행권 비중은 2013년 41.7%에서 지난해 상반기 36.1%, 하반기 60.9%로 크게 늘었다. 특히 지난해 8월 이후 은행권 비중이 급증해 12월에는 76.5%까지 확대됐다.
새마을금고 비중도 2013년 4.5%에서 지난해 상반기 6.7%, 하반기 14.1%로 늘었다. 반면 농협단위조합, 우체국, 증권사의 비중은 2013년 53.5%에서 지난해 상반기 55.5%, 하반기 21.3%로 크게 감소했다.
은행별로는 농협은행을 제외한 모든 은행에서 대포통장 발생이 확대됐다. 농협은행의 대포통장 비중은 2013년 17.8%에서 지난해 상반기 12.9%, 하반기 2.5%로 크게 감소한 반면 농협은행을 제외한 은행권 비중은 2013년 23.9%에서 지난해 상반기 23.2%, 하반기 58.4%로 크게 늘었다.
금감원은 장기 미사용 통장의 현금인출 한도(현행 600만원) 하향 조정, 의심계좌 일시 지급정지제도 도입 등 기존에 마련된 대포통장 근절대책을 조속히 추진할 방침이다.
또 민원평가시 대포통장 의심거래에 대한 계좌개설 거절 등으로 인한 민원 제외를 명문화하고 대포통장 개인 명의인을 대상으로 부과하는 금융거래 제한을 법인까지 확대 적용하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다.
아울러 금융권 공동으로 홍보협의회(가칭)을 구성하는 한편 공영방송을 통한 공익광고와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금융사기 피해 사례 및 예방 교육 등을 집중적으로 실시할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통장 양도·대여·전달 등의 행위를 하는 경우 대포통장 명의인으로서 민·형사상 책임부담 및 각종 금융거래 제한조치를 받을 수 있다”며 “통장이나 카드를 양도·대여한 경우에는 즉시 발급 금융사에 지급정지를 요청하고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용어설명
대포통장 = 통장을 개설한 사람과 실제로 사용하는 사람이 다른 비정상적 통장을 말한다. 통장 명의자와 실사용자가 달라 금융경로의 추적을 피할 수 있어 보이스피싱 등 각종 범죄 수단으로 사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