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보다 해외투자”…제조업 공동화 ‘도넛 경제’ 전락하나

입력 2014-12-30 10:39 수정 2014-12-30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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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갈팡질팡 정부 규제’에 밖으로 내몰려 …공무원 서비스 마인드ㆍ혜택 부재 등도 원인

국내 기업들이 국내 투자보다 생산기지 현지화를 통해 해외투자를 선호하면서 제조업 공동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업의 해외 투자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그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점에서 국내 제조업 기반이 ‘도넛 경제’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러한 현상의 이면에는 명확한 방향성을 잡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정부의 규제 방안과 고압적이고 권위적인 공무원의 처신 때문이라는 경제계 현장의 목소리가 높다.

3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설비투자 증가율은 -1.5%를 기록해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후인 2009년(-7.7%) 이후 4년 만에 최저치에 머물렀다. 반면 해외 투자액은 80조5437억원으로 2012년(46조4787억원) 대비 73.3% 급증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우리나라 FDI의 순유출 전환요인과 시사점’을 보면 제조업 공동화 현상은 더욱 심각하다.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의 생산기지 세계화 등으로 해외 직접투자가 계속 늘어 FDI(외국인직접투자) 순유출 확대 추세가 2006년을 기점으로 심화하고 있다. 2008년 해외직접투자 잔액이 외국인직접투자 잔액을 초과하는 FDI 순유출국으로 전환한 것으로, 국내 기업이 해외에 투자하는 규모가 외국인이 국내에 투자하는 규모를 넘어섰다는 의미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해 말 발표한 보고서에서도 2003~2012년 국내 기업의 해외직접투자는 연평균 17.2% 증가했으나 국내 설비투자는 4%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직전 10년간(1993~2002년) 해외 직접투자 증가율(10.7%)이 국내 투자 증가율(4.8%)의 2배였던 것과 비교하면 해외와 국내 간 투자증가율 격차가 더 크게 벌어졌다.

문제는 이러한 제조업 공동화 현상이 더욱 심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대한상의가 300여개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벌인 ‘우리 기업의 해외투자 실태와 시사점 조사’에 따르면 기업의 82.7%는 ‘제조업 공동화 속도가 비슷하거나 더 빨라질 것’이라고 답했다. ‘비슷할 것’이란 응답은 43.0%, ‘더욱 심해질 것’ 39.7%로 조사됐고, ‘점차 개선될 것’이란 응답은 17.3%에 불과했다.

산업 현장에서는 이러한 제조업 공동 가속화 현상의 배경으로 정부의 일관되지 못한 규제 방향과 공무원의 서비스 마인드 부재, 혜택 부재 등을 꼽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규제라는 것이 다 일장일단이 있고 바라는 효과가 있다”며 “획일적으로 모든 규제가 나쁘다고 말하는 것도 문제가 있지만, 기업 입장에서 제일 어려운 것이 규제의 불확실성”이라고 말했다.

경제 현안에 대해 규제의 방향이 있지만, 지금 기업이 직면하고 있는 규제의 모습은 ‘한쪽에서는 강화하자’고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완화하자’고 해서 어느 쪽으로 갈지 모르겠다는 것. 그는 “규제 강화 쪽으로 간다면 거기에 맞춰 투자를 계획하면 되는데, 지금은 ‘강화-완화-강화’가 반복되는 등 불확실성이 커져 기업이 경영하기 어렵다”며 “명확하게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국내와 외국 공무원들은 기업을 대하는 자세와 태도 자체가 다르다”고 꼬집었다. 일반적으로 외국은 ‘어서오세요’라는 마인드를 갖고 있으며, 자기네 나라에 공장을 지으면 세제감면 등 여러 가지 혜택을 줄 테니 들어오라고 한다는 것.

이에 반해 경기도 등 국내 지방 공무원들은 고자세와 권위적인 태도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국내 공무원들은 ‘공장을 지을 테면 지어봐라, 어떤 규제를 어기나 보자’라는 식으로 흠집 잡기가 우선인 것 같다”며 “공장 설립에 따른 혜택도 전혀 없어 무리하면서까지 국내에 공장을 지을 이유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제조업의 해외 생산시설을 국내로 U턴시킬 수 있는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제조업 쇠퇴를 막는 방안으로 ICT 접목을 통한 제조업 혁신이나 국내투자 우호여건 조성, 외국인 투자와 해외투자기업 유턴 촉진 등을 꼽고 있다. 또 기업들은 제조업에 대한 정책적 관심과 지원 확대, 규제개혁 등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 노동부문 구조개선, FTA로 경제영토 확장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항용 한양대 교수는 “국내투자가 해외투자로 대체되면 국내 일자리만 뺏기는 것이 아니라 부품·소재산업을 비롯한 전후방 산업의 발전과 협력사 일감에도 부정적 영향을 준다”며 “기업환경 개선을 위해 각 경제주체가 사회 전체의 입장에서 소통하고 합의를 이뤄 나가는 노력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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