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금융인 릴레이 인터뷰] “경력 30년차에 ‘경단녀’ 돼보니 후배양성 책임 느꼈죠”

입력 2014-12-24 10:14 수정 2015-06-12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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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임 OCBC은행 서울지점 본부장

강추위가 엄습했던 이달 초 서울파이낸스센터(SFC) 한 커피숍에서 오세임 OCBC은행(화교은행) 서울지점 본부장을 만났다. 인사를 마치고 직함에 대해 물었다. 오 본부장은 “싱가포르계 은행인 OCBC은행에서는 장외파생 상품 인·허가 관련 프로젝트 매니저로 근무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사실 이 직함보다 더 좋아하는 직함이 있다”며 명함 한 장을 더 꺼내 보였다. 명함에는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여성인재양성센터 외래교수’라고 적혀 있었다. 다른 명함은 없냐고 묻자 “몇 개 더 있지만, 명함은 갖고 다니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세임 OCBC은행 본부장이 5일 서울 태평로1가 서울파이낸스센터에서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

◇경력단절 당시 경력 쌓아 = 오 본부장은 두 명함에 찍힌 것 외에도 한국장학재단 지도자급 나눔지기, 시그나사회공헌재단 유스 드림 멘토(Youth Dream Mentor), 여성 리더가 여성 리더를 키우는 모임인 윈(WIN) 멤버, 여성금융인 네트워크 회장단, 미래포럼 30% 클럽 기획의원 등 모두 7개의 직함 가지고 있다.

오 본부장이 다양한 직함을 갖게 된 것은 경력단절 시절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 본부장은 “금융권 경력 30여년의 자신이 지난해 7월 낯선 세상에 던져졌다”고 회상했다. 최초의 여성 임원으로 승진해 4년 동안 일했던 우리투자증권을 갑자기 나오니 앞이 막막했다고 한다. 그는 “퇴직 후 첫 월요일에도 언제나처럼 새벽 5시에 눈이 떠졌지만 갈 데가 없었다”며 “명함 없이 스스로를 알리는 생소한 상황에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대학 졸업 후 줄곧 일해 온 그의 머릿속에는 뒤늦게 다시 찾아온 ‘나는 누구인가’란 질문에 맞닥뜨렸다. 오 본부장은 “혼란스러운 시간도 있었지만 쉬는 11개월 동안 많은 경력을 쌓았다”고 한다.

어떤 역할에 가장 애착이 가느냐고 묻자, 망설이지 않고 “다양한 사람의 고민을 상담해 주는 상담사”라고 했다. 전문 상담사를 꿈꾸는 그는 고급 코치 자격증 취득을 준비하고 있다.

이 기간에 코칭 자격증을 따고 여성가족부 여성인재아카데미 외래교수로서 공공기관 중간관리자급 여성을 대상으로 리더십 강의를 했다. 또 한국장학재단 지도자급 멘토로 대학생을 대상으로 강의도 하고 여성 리더를 키우는 모임인 윈(WIN) 멤버로 후배들에게 자신의 사회 경험을 전하고 있다. 그는 “이 같은 활동을 통해 사회적 책임과 나눔에 눈뜬 것 같다”고 말했다.

◇헝그리 정신이 버팀목 = 1984년 사회생활을 시작할 무렵 그는 자신이 여성이라는 점을 처음으로 강하게 느꼈다고 한다. 그는 “회사가 여자인 자신을 인재로 키워 줄 거라 기대하지 않았다”며 “이 같은 생각은 30년이 지낸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라고 털어놨다.

2남2녀 중 맞딸로 태어난 그는 8년 만에 얻은 귀한 자식이었다. 집안에서는 세상에 둘도 없이 소중했던 그였지만, 대학 졸업반에 들어서 좀처럼 취직이 되지 않았다. 오 본부장은 “학점도 우수하고 서류시험도 패스했지만 항상 떨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당시 국가 차원에서 여자 직원을 뽑으라고 권고해 입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오 본부장은 “내가 더 잘할 수 있고, 더 많이 할 수 있는 데 기회는 한 번도 저절로 주어진 적이 없었다”며 “되고 싶은 모습과 현재의 나 사이의 부족함이 30여년의 사회생활 동안 끊임없이 채찍질한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하고 싶고, 되고 싶고, 성취하고 싶었던 것이 많았던 만큼 그의 부족함을 채우려는 헝그리(Hungry)정신이 버팀목이었다.

다니던 회사에서 정년까지 맞을 수 있는 기회가 두 번이나 있었지만 안정보다 도전과 성장을 선택했다. 그 도전이 은행과 증권 등에서 회계, 기획, 전산, 인사, 리스크 관리, 준법감시업무를 맡을 수 있었으며, 외국계 금융회사와 국내 금융회사에서 일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금융권 보신주의 탈피해야 = 30년간 금융권에 몸담은 오 본부장은 이제는 보신주의를 벗어 던질 때라고 말한다. 그는 “금융회사에는 전문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과거 20년간 뒤처진 국내 금융산업의 현주소를 보면 변화와 개혁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투자증권에 임원으로 재직 시 핀테크(FinTech)가 가져올 미래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하려 시도했으나 생각만큼 해내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덧붙였다.

오 본부장은 1997년 외환위기 때 무분별하게 글로벌 금융회사의 관리방식을 따라갔던 것처럼, 2008년 리먼사태로 인한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금융의 경영방식을 폄훼하는 우리나라 금융 리더들의 속단을 경계했다.

우리나라 금융회사들이 조직관리, 프로세스관리, 전략선정, 인력관리 등 여러 면에서 한참 뒤져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오 본부장은 “금융경쟁력 평가지수에서 동남아 국가의 금융보다 못하다고 나오는 것을 겸허하고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 본부장은 낙후된 금융시장의 원인으로 다양성의 결핍을 꼽았다. 그는 “원하지 않더라도 빗장이 열린 지구촌이라서 급변하는 변화(IT, SNS 등) 속에서 글로벌 금융회사와 경쟁을 해야 한다”며 “다름을 받아들이고 영업 및 조직관리를 다르게 해야 하는 시대적 요구에 너무 둔감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요즈음 한 금융회사에서 신입으로 시작해 CEO에 오른 것이 입지전적인 것으로 칭송받는 것을 보면 내부에서의 경쟁이 글로벌 경쟁력을 가지게 되는 데 일조를 하는 조직문화인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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