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록의 인생2막]태종과 리어왕에게 배우는 은퇴의 기술

입력 2014-12-04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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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소장

대법원 통계에 따르면 2002년 68건이던 부양료 소송이 2013년에는 250건으로 늘었다. 부모·자식 간 소송에서는 10건 중 3건이 상속을 통해 미리 재산을 나눠준 후 자식이 이를 실행하지 않아서 제기한 소송이었다. 법정에 서면 심한 경우 자식이 아버지에게 ‘oo씨’라 부른다 한다. 당사자뿐 아니라 가족으로서도 불행한 일이다. 여기서는 조선시대 3대 왕인 태종과 셰익스피어 희곡의 주인공인 리어왕에서 그 교훈을 찾아본다.

태종은 52세에 갑자기 22세이던 세종에게 왕위를 양위하고 상왕으로 앉는다. 다만 세종이 서른 살이 될 때까지는 군사와 관련한 일은 직접 챙기겠다고 신하들에게 공언한다. 그런데 공신 병조참판 강상인이 태종을 제쳐놓고 세종에게 보고하곤 하였다. 이에 태종은 강상인을 관노로 보냄으로써 처벌한다. 세종에게 왕위를 물려준 지 불과 보름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두 달 뒤에 태종은 다시 강상인 사건을 들춰내 결국 강상인은 사지를 찢어 죽이는 거열형에 처하게 하고, 세종의 장인인 심온마저 사약을 받게 된다. 정치적 복선이 깔려 있는 사건이기는 했지만 하여튼 태종은 자신의 권한을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이후 태종은 골치 아픈 정사를 돌볼 필요 없이 사냥을 즐기면서 권한도 누리다가 56세의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셰익스피어 희곡의 주인공인 리어왕은 나이 80세가 되자 가장 효성스러운 딸에게 자신의 왕국을 물려주고 자신은 그냥 자식들 집을 번갈아 가면서 살겠다고 한다. 결국 왕 앞에서 아첨하는 첫째와 둘째 딸이 왕국을 물려받고 효성스러웠던 셋째 딸 코델리아는 한 푼도 받지 못하고 쫓겨난다. 리어왕은 시종 100명만 남기고 모두 두 딸에게 물려주지만 첫째 딸 집에서는 이 100명마저 50명을 빼앗겨버리고 쫓겨나며 둘째 딸에게도 쫓겨나 폭풍 속에서 방황한다. 셋째 딸이 이를 되돌려보려고 하지만 모두 죽는 비극으로 막을 내린다.

리어왕의 비극은 착하지 않은 상속자에게 재산을 모두 물려주었다는 데서 시작되었다. 반면 태종은 착한 세종임에도 불구하고 군사와 중요 인사에 관한 권한은 갖고 있었다. 태종은 세종이 서른 살이 되면 군사 권한까지 주겠다고 했으니, 세종이 즉위한 나이가 22살인 것을 감안하면 8년은 갖고 있겠다는 뜻이었다.

노년에는 가능성이라는 시간 가치는 거의 사라지고 자산이나 지금까지 쌓아 둔 사회적 관계와 같은 가치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래서 냉정한 시각으로 보면 노년에 들어서는 주로 가지고 있는 것에 의해 평가받는 것이다. 가지고 있는 것을 모두 주어 버리면 자신의 가치도 사라져 버린다.

지금은 옛날과 달리 부양에 대한 인식도 많이 변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부모 부양에 대해 가족이 책임져야 한다는 의견이 2006년 63%였는데 불과 6년 만인 2012년에는 이 비중이 33%로 뚝 떨어졌다. 수명이나 사회·문화적 환경은 이미 과거와는 근본부터 다른 은퇴시장을 예고하고 있다. 상속해 주고 빈곤층으로 전락해버리는 ‘상속 빈곤층’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태종과 리어왕의 사례를 잘 새겨둘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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