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인사이드] 쿡의 ‘용기’...기업, 다양성이 살길이다

입력 2014-11-12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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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태성 뉴욕특파원

▲민태성 뉴욕특파원
글로벌 재계에 다양성(diversity)이 다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발단은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제공했다.

쿡은 최근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 기고문을 통해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밝혔다. 동성애자로 살아가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으며, 이를 통해 애플의 경영에 대해서도 도움을 얻을 수 있었단다.

‘신이 준 최고의 선물’이라는 표현이 쿡의 고백을 상징하는 말이 됐을 정도로 파장은 컸다.

쿡의 커밍아웃도 화제였지만, 이에 대한 미국 재계의 반응은 더 놀랍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쿡의 고백이 용기 있는 행동이라면서 진정한 리더가 무엇인지 보여준 쿡에 감사한다고 했다.

구글의 차기 수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순다르 피차이 선임 부사장은 “감격스럽다”는 표현까지 썼다. 애플 내부에서도 쿡에 대해 자랑스럽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쿡의 커밍아웃이 미국은 물론 글로벌 재계에 미칠 영향은 상당할 전망이다. 세계에서 가장 수익성 높은 기업이자, 시가총액 최대 기업의 수장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밝힌 만큼 동성애 권리운동을 넘어 산업계의 다양성 쇄신에 활력소가 될 수 있다.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아시아나 중동의 기업에는 아직 제한적이지만, 중장기적으로 성적 정체성뿐만 아니라 광범위한 다양성 추구는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다양성이 기업 경영의 중심으로 떠오른 지는 사실 꽤 됐다. 다양성을 존중하는 것은 단순히 문화적인 차원을 넘어 성공적인 기업 경영을 위해서도 필수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양성 추구는 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해결책으로도 뜨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 업계를 중심으로 차별을 지양하고, 다양성을 추구하자는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실제로 세계 최대 마이크로블로깅 트위터를 비롯해 실리콘밸리의 첨단기업들은 다양성을 경영전략 수립의 중심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애플을 포함한 ICT 대표기업 대부분이 직원의 70% 이상을 백인 남성으로 구성하고 있는 상황에서 상당수 기업이 직원별 인종 구성을 공개하고 나선 것도 같은 행보로 볼 수 있다.

변화의 움직임은 확연하다. 애플이 최근 인터넷에 자신의 아이콘 디자인을 올린 한국 청년을 전격 채용했다는 소식은, 업계의 인력 운용 방식의 변화는 물론 혁신을 중시하는 기업문화를 확인할 수 있는 이벤트였다.

아직 다양성 추구에 소극적인 기업이 있다면, 켈로그경영대학원의 연구 결과를 주목할 만하다. 연구팀은 같은 인종으로 이뤄진 그룹과 다른 인종으로 구성한 그룹을 대상으로 직업 성취도에 대한 차이와 그에 따른 만족도를 조사했다.

결과는 흥미롭다. 다인종 그룹은 전체적인 의사결정에서 뛰어난 만족도를 이끌어냈다. 같은 인종으로 구성된 그룹은 협력이나 의사소통에 대한 자신감 점수는 높았지만, 결국 최종 업무 성취도에서는 다인종 그룹이 단일인종 그룹을 앞섰다.

성별과 인종을 포함해 기업 경영에 다양성을 접목했을 때 누릴 수 있는 이점을 확인할 수 있는 연구는 수두룩하다.

한국에서는 롯데그룹이 지난해 다양성 헌장을 제정하고 각종 차별을 없애기로 명문화하는 등 일부 기업이 인식 전환에 나서고 있지만, 여전히 아쉽다. 주요 언론과 연구기관들이 평가한 기업의 다양성 순위에서 한국 기업은 찾아보기 힘들다.

일각에서는 최근 삼성전자가 부진을 면치 못하는 배경으로 다양성 부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애플은 다양성을 중시하는 기업문화와 ‘열린 사고’로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하며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삼성은 틀에 갇힌 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유기적인 결합에 뒤처지면서 한계에 봉착했다는 것이다.

삼성이 자체 스마트폰 생태계 구축을 위해 본격적으로 나섰지만, 애플은 물론 중국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근본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이래서 나온다.

어쩌면 ‘주식회사 한국’의 제2의 도약은 다양성에서부터 시작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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