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형제의 난’ 1년…最古 그룹에 부는 변신의 바람

입력 2006-10-02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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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외국인 CEO 선임…이사회 의장과 분리 모험 단행

두산 지주사 전환 약속 위해 순환출자 끊기 작업도 진행

두산 지분 서서히 그룹 4세들에 집중…지배기반확충 나서

지배구조 개편 맞물려 4세 경영체제 사전정지작업도 속도

국내 그룹 중 역사가 가장 오래된 두산그룹이 변신하고 있다. 지난해 ‘형제의 난’에서 비롯된 선진형 기업지배구조 구축 작업을 차근차근 밟아나가고 있다.

두산그룹의 지주회사격인 두산은 지난 25일 이사회를 열고 최고경영자(CEO)에 말레이지아 서던뱅크 수석부행장인 제임스 비모스키씨를 선임했다. 오는 11월에 취임해 본격적인 업무에 돌입한다.

‘형제의 난’ 이후 그룹을 이끌었던 유병택 비상경영위원장(부회장)은 이사회 의장을 계속 맡는다. 이로써 두산그룹은 국내 10대그룹으로는 처음으로 이사회 의장과 CEO를 분리한 그룹이 됐다.

이번 외국인 CEO 선임은 두산이 올 초 약속한 선진형 기업지배구조 확립의 일환이다. 한편으로는 두산을 3년안에 공정거래법상의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작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최고(最古) 그룹에 불고 있는 변화의 바람에 재계가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1896년 태동…재계 10위 그룹으로 성장

두산그룹은 지난 1896년 8월1일 창업주 고(故) 박승직 회장이 서울 배오개(현 종로4가)에서 면직물을 취급하는 ‘박승직 상점’을 열면서 태동했다.

고 박승직 회장의 장남인 고 박두병 회장이 1946년 두산상회로 이름을 바꾸면서 오늘날 ‘두산’이라는 이름을 등장시켰다.

박두병 회장은 1952년 OB맥주, 60년대에는 두산산업개발·두산음료 등을 설립, 두산을 중견그룹으로 성장시켰으며 1980년대 들어 출판, 광고 등으로 영역을 넓혔다.

하지만 1995년 수익성 부진으로 구조조정에 착수해 계열사를 대폭 줄이고 보유 부동산을 파는 등 내실을 다졌다.

이를 기반으로 두산그룹은 공격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서 2000년 12월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 2005년 1월 대우종합기계(두산인프라코어)를 인수하며 현재 재계 10위에 올라있다.

현재 거르리고 있는 계열사는 총 18개사다. 두산을 비롯, 두산중공업, 두산인프라코어, 두산산업개발, 삼화왕관, 오리콤 등 6개 상장사와 두산엔진, 두산메카텍 등 비상장사가 12개사다.

총자산은 13조7000억원(4월1일 기준) 규모로 18개 계열사들이 지난해 올린 매출이 11조5000억원, 순이익은 3840억원에 이른다.

◆두산→두산중공업→두산산업개발→두산 순환출자구조

계열사간 지배 구조는 두산→두산중공업→두산산업개발→두산으로 이어지는 ‘삼각 순환출자구조’를 중심축으로 이들 핵심 계열사들이 타 계열사를 지배권에 두는 구도다.

두산은 두산중공업의 최대주주로서 41.39% 지분을 갖고 있고, 이어 두산중공업은 두산산업개발에 대해 35.75%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다. 두산산업개발은 다시 두산에 대해 9.81%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두산이 두산그룹 지배구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막대하다. 두산은 두산중공업 외에도 삼화왕관(이하 지분율 44.67%,) 오리콤(58.55%), 에스알에스코리아(100.00%), 네오플럭스(68.55%), 두산베어스(90.00%) 등 6개 계열사의 최대주주다.

다음으로 두산중공업이 두산산업개발을 비롯, 두산인프라코어(32.85%), 두산엔진(51.00%), 두산메카텍(100.00%), 엔셰이퍼(80.52%) 등 5개 자회사를 두고 있다.

두산산업개발은 두산 출자 지분으로 그룹 지배구조의 한 축을 담당하면서 새재개발(100.00%), 네오트랜스(42.86%) 등 2개사의 모회사 노릇을 하고 있다.

◆ 올 1월 두산 지주회사 전환 선언

두산그룹은 올 1월 지배구조 로드맵을 통해 ‘삼각 순환출자구조’의 시발점이면서 핵심축을 맡고 있는 두산을 3년안에 공정거래법상의 지주회사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했다.

지난해 박용오, 박용성 전 그룹회장 등 총수 일가의 경영권 다툼이 발생한 후 소유·지배구조 개선안을 내놓겠다고 약속한 데 따른 것이다.

한마디로 후진적 순환출자 지배구조를 끊고 지주회사 ‘두산’을 중심으로 계열사 출자의 수직적 체계화를 통해 단순ㆍ투명한 지분ㆍ소유구조로 탈바꿈하겠다는 것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자산총액이 1000억원 이상이고 자회사의 주식 가액 합계액이 자산총액의 50%을 넘는 기업을 지주회사로 규정하고 있다. 두산그룹은 현재 두산의 지주회사 전환작업을 차곡차곡 밟아나가고 있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는 ▲부채비율 200%(공정거래법 개정중) 이하 ▲자회사 지분율 상장사 30%, 비상장 50% 이상 유지 ▲자회사 외의 국내 계열사 주식소유 금지 ▲비계열사 주식 발행주식 대비 5% 초과 소유 금지 ▲금융사 주식 소유 금지 등의 요건을 갖춰야 한다. 자회사 역시 손자회사 지분을 50%(상장사 30%) 이상 보유해야 하고, 손자회사는 국내 계열사 주식을 소유할 수 없다.

◆두산산업개발→두산 연결고리 단절 작업

최근 두산그룹이 진행하고 있는 가장 두드러진 지주회사 체제 전환 작업은 손자회사의 국내 계열사 주식소유 금지 요건을 해소하는 것이다.

두산산업개발→두산으로 이어지는 연결 고리를 끊고,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을 정점으로 한 두산그룹 박씨 오너 일가의 지분 기반을 조금씩 두산에 집중시키고 있는 게 그것이다.

두산산업개발은 지난 8월18일 시간외 거래를 통해 두산 지분 중 4.2%를 박정원 두산산업개발 부사장 및 박진원 두산인프라코어 상무 등 두산그룹 4세 10명에게 일괄 매각했다.

이로 인해 두산 최대주주 특수관계인 지분 63.91%(자사주 24.14% 포함) 중 오너 일가의 두산 지분은 20.40%로 늘어났다.

이에 따라 두산산업개발이 갖고 있는 나머지 두산 지분 9.81%와 두산엔진 5.07%, 두산인프라코어 1.69% 등도 앞으로 오너 일가에 매각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두산중공업의 두산산업개발에 대한 지분 확대도 꾀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지난 15일 시간외 대량매매를 통해 두산산업개발 지분 5.57%(520만주)를 499억원에 매입했다.

두산이 자회사로 두산중공업, 삼화왕관 등을 두고, 두산중공업이 다시 두산산업개발, 두산인프라코어, 두산메카텍 등을 손자회사로 거느리는 지주회사 체제의 밑그림을 서서히 현실화시키고 있는 셈이다.

◆ 지분 정리 맞물려 그룹 4세들 부상

부채비율 200% 요건를 해소하는 데에도 아직은 3년이란 여유가 있다. 또 공정거래법은 지주 회사체제로 전환되는 시점에서 지분 요건을 갖추는데 2년간 유예를 두고 있다. 따라서 손자회사의 국내 계열사 소유주식 금지 등의 다른 지분 요건들도 앞으로 5년 내로만 맞추면 된다.

두산그룹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과 맞물려 그룹 4세로의 지분 승계 작업도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두산산업개발이 두산 지분 중 4.2%를 4세들이 인수한 게 이를 뒷받침한다.

재계는 창업주 고 박승직 회장-고 박두병 초대회장에 이른 3세 경영체제에서 ‘젊은 피’ 중심의 4세 경영체제로 옮아가기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분석하고 있다.

실제 고 박두병 초대회장의 3남 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과 5남 박용만 부회장은 지난해 ‘형제의 난’ 이후 그룹 경영 일선에서 한발 물러나 있다. 2남 박용오 전 회장 일가도 두산그룹 경영에는 손을 뗐다.

반면 그룹 4세들은 지주회사로 전환할 두산의 지분을 차근차근 확대해 나가면서 그룹의 전면에 나서고 있다.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인 박정원 두산산업개발 부회장과 차남 박지원 두산중공업 부사장은 두산 지분을 각각 1.23%, 0.78% 소유하고 있다. 박 명예회장의 장녀인 박혜원 두산잡지BU 상무도 0.56% 보유하고 있다.

또 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의 장남 박진원 두산인프라코어 상무가 0.86%, 차남인 박석원 두산중공업 부장이 0.70%씩을 갖고 있다.

아울러 고 박두병 초대회장의 4남 박용현 연강재단 이사장의 장남인 박태원 두산산업개발 상무, 차남 박형원 두산인프라코어 부장, 3남 박인원 두산 전자BG 차장이 각각 0.65%, 0.47%, 0.47%씩을 보유하고 있다.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부회장의 장남 서원씨와 재원씨의 지분율도 각각 0.64%, 0.52%에 이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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