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손두부로 맛을 낸 엄마의 손맛

입력 2014-10-28 17:25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김소연 한진해운 컨선영업지원팀 과장

혼자 사는 내가 부모님 댁에 갈 때마다 엄마는 항상 ‘뭐 먹고 싶니?’라고 물어보신다. 소갈비 해줄까? 꽃등심 구워줄까? 그런데 항상 집에 가서 먹고 싶은 건 비싼 소고기 반찬이 아니라 결국 가장 싼 ‘두부찌개’가 되고 만다.

어릴 적 우리 집 형편이 별로 좋지 않았을 때, 학교 끝나고 집에 돌아오면 엄마는 항상 부업을 하고 계셨다. 그리고 점심으로 많이 끓여 주셨던 것이 두부찌개였다. 매일 먹는 것인데도 엄마와 나는 ‘아주 맛있게 끓여졌다’며 밥 한 공기를 뚝딱하고는 했다. 얼마나 많이 먹었는지, 어릴 적부터 나는 대충 씹어보면 이게 얼마짜리 두부인지 맞힐 정도였다.

저녁마다 리어카를 끌고 종소리를 울리던 두부 아저씨에게 몇 백원 하는 두부 한 모를 사놓고 거의 매일 점심 엄마와 둘이 먹었던 두부찌개. 멸치를 우려낸 국물에 고춧가루 양념과 큼지막한 두부, 채 썰어 넣은 대파 맛은 아직도 좀체 물리지가 않는다.

열살 남짓했던 그때의 나는 이제 서른 하나가 되었다. 그리고 우리 엄마는 쉰 여섯이 되었다. 어른이 되어서도 여전히 직장 일로, 또 사는 일로 지칠 때면 집에 전화해 “엄마, 주말에 집에 갈게 두부찌개 끓여줘. 두부는 3000원짜리 손두부여야 해”라고 주문을 한다. 김이 모락모락 나며 보글보글 끓는 두부찌개와 밥 한 공기를 먹으며 엄마에게 미주알고주알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보면 또 다시 용기와 힘을 얻곤 한다.

어릴 때도, 커 나갈 때도, 또 어른이 되어서도 엄마의 두부찌개는 맛으로 또 마음으로 먹는다. 내가 아무리 배워 끓여봐도 엄마가 끓여주는 그 맛은 나질 않는다. 바로 ‘엄마의 마음’이라는 조미료가 빠져서가 아닐까. 언제까지고 오랫동안 내 곁에서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맛있는 두부찌개를 보글보글 끓여주실 수 있기를….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2024 여의도 서울세계불꽃축제' 숨은 명당부터 사진 찍는 법 총정리 [그래픽 스토리]
  • "원영 공주님도 들었다고?"…올가을 트렌드, '스웨이드'의 재발견 [솔드아웃]
  • '50-50' 대기록 쓴 오타니 제친 저지, 베이스볼 다이제스트 'MLB 올해의 선수'
  • "오늘 이 옷은 어때요?"…AI가 내일 뭐 입을지 추천해준다
  • “이스라엘, 헤즈볼라 수장 후계자 겨낭 공습 지속…사망 가능성”
  • "아직은 청춘이죠"…67세 택배기사의 하루 [포토로그]
  • 뉴욕증시, ‘깜짝 고용’에 상승…미 10년물 국채 금리 4% 육박
  • 끊이지 않는 코인 도난 사고…주요 사례 3가지는?
  • 오늘의 상승종목

  • 10.04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83,875,000
    • -0.17%
    • 이더리움
    • 3,262,000
    • -0.28%
    • 비트코인 캐시
    • 435,600
    • -1%
    • 리플
    • 715
    • -0.83%
    • 솔라나
    • 192,300
    • -0.83%
    • 에이다
    • 473
    • -0.63%
    • 이오스
    • 637
    • -1.24%
    • 트론
    • 208
    • -1.89%
    • 스텔라루멘
    • 124
    • -0.8%
    • 비트코인에스브이
    • 62,100
    • -0.32%
    • 체인링크
    • 15,200
    • +1.47%
    • 샌드박스
    • 341
    • -0.58%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