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는 브로드웨이는 물론 국내에서도 명품 공연으로 이미 정평이 난 작품이다. 농염한 재즈 선율과 위트 넘치는 안무와 대사, 매력적인 넘버까지 뮤지컬의 3박자를 고루 갖췄다는 호평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16년간 브로드웨이를 점령하고 있는 뮤지컬 신화, ‘시카고’의 매력 포인트를 소개한다.
하나, 끈적한 본능
‘시카고’는 공연 안내문에는 ‘중학생 이상 관람가이지만 고등학생 이상 관람을 권한다’는 문구가 적혀있다. 초등학생 이하는 좌석을 구매해도 입장이 제한된다. 그도 그럴 것이 ‘시카고’의 러닝타임 150분(인터미션 20분 포함)은 ‘욕망에 솔직한 시간’이다. 섹스, 돈 등 터부시하지만 그래서 더 매력적인 인간의 검은 욕망을 코믹하지만 가볍지 않게 풀어냈다. 이는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회전문(관객의 재관람을 의미하는 신조어)을 연 매력 중 하나다.
하나같이 거지같은 전 남편(애인) 탓에 인생을 망쳤다고 이야기하는 무대 위 배우들은 결국 살인범이다. 자신이 죽인 그들을 향해 “죽어도 싸다”고 외치는 무대 위 배우들은 거친 섹시미로 무장했다. ‘x랄’, ‘썅’ 등 욕설도 심심찮게 등장한다. 기막힌 타이밍에 ‘툭’ 터지는 속어에 객석은 무장해제된다. 무대 위 배우들은 “‘시카고’를 관람하러 왔다면, 일단 당신도 우리와 매한가지”라는 무언의 공감대를 바탕으로 객석을 쥐락펴락한다.
둘, 러블리 록시
2012 ‘시카고’의 빼놓을 수 없는 관전포인트는 록시 하트 역이다. 록시는 ‘머리 빈’ 허영덩어리 코러스 걸이지만 누구보다 사랑스러운 살인범이다. 카리스마로 무장한 벨마 켈리와는 상반되는 말랑말랑한 매력을 가진 주인공이다. 새롭게 돌아온 ‘시카고’의 록시는 윤공주와 아이비, 더블캐스트다. 윤공주는 다양한 라이센스 뮤지컬과 창작뮤지컬을 통해 인정받은 뮤지컬 프린세스다.
아이비는 ‘시카고’로 두 번째 뮤지컬 나들이에 나섰다. 가수로서는 섹시 카리스마를 어필해왔던 그가 사랑스럽고 엉뚱한 살인범 록시로 분했다. 아이비의 록시는 단순히 ‘새 얼굴’ 이상의 신선함으로 관객의 호평을 받고 있다. 무대 위를 종종걸음으로 뛰어가는 모습에서는 록시 특유의 유아틱한 분위기가, 골반 웨이브를 선보일 때는 섹시미를 발산한다. 최근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화제가 된 아이비의 역동적인 표정 세트도 만나볼 수 있다.
셋, 밥파시&박칼린
‘시카고’에서는 무대 위 배우 외에도 반가운 얼굴을 만나볼 수 있다. KBS ‘남자의 자격’ 합창단 지휘자로 나서 유명세를 얻은 박칼린 음악감독이다. 무대 정중앙에 자리잡은 박 감독과 그가 이끄는 14인조 밴드가 생생한 재즈 선율을 완성한다. 드레스 코드에 맞춰 블랙 시스루를 입은 박 감독은 지휘뿐만 아니라 공연 틈틈이 재치 넘치는 대사를 소화해 극의 재미를 배가시킨다.
앙상블의 활약도 허투루 넘길 수 없다. 특히 고(故) 밥 파시가 완성한 역동적인 안무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란제리룩에 스모키 메이크업으로 무장한 앙상블은 고난이도 아크로바틱(acrobatic·곡예) 안무를 선보인다. 서커스를 방불케하는 무대가 관객의 입을 떡 벌어지게 한다. 10월27일까지 신도림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한다. 4만~11만. 문의 1544-1555
◇뮤지컬 ‘시카고’는 = 1920년대 재즈의 열기와 냉혈한 살인자들로 만연하던 시대의 쿡카운티 교도소에는 자극적인 살인을 저지르고 언론의 관심을 한몸에 받는 여죄수로 가득하다. 보드빌 배우였던 벨마켈리는 자신의 남편과 여동생을 살해하고 교도소의 간수인 마마모튼의 도움을 받아 모든 언론의 관심을 끄는 가장 유명한 죄수다. 그러나 곧 나이트클럽에서 만난 정부 프레드 케이슬리를 살해한 죄로 교도소에 들어온 코러스걸 록시하트가 자신의 유명세를 빼앗아간다. 이어 언변술과 임기응변에 능한, 돈을 쫓는 변호사 빌리플린마저 빼앗아가자 벨마는 분개한다. 혼자서는 모든 것을 다시 찾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벨마는 곧 록시를 설득해 동맹 맺기를 시도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