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법률 - 이혼] 이혼 위자료는 어느 정도가 적당할까

입력 2024-11-1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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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사건에서 관심을 끌었던 건 막대한 재산분할 규모였다. 재산분할 금액이 1조 원을 훌쩍 넘었는데, 이전에는 없었던 놀랄 만한 판결이었다.

필자가 또 한 번 놀랐던 내용은 이 판결에서 정한 위자료의 액수였다. 위자료의 액수만 자그마치 20억 원이었다. 앞서 1심은 위자료를 1억 원으로 정했는데, 2심은 이 금액을 대폭 올려 20억 원으로 판결했다.

필자는 짧지 않은 기간 동안 꽤 많은 이혼 소송을 진행한 경험이 있는데, 접해본 사건 중 가장 큰 이혼 위자료 액수는 2억 원이었다.

이혼에서 인정되는 위자료는 혼인 파탄에 책임이 있는 배우자가 상대방 배우자의 정신적 피해를 배상하기 위해 지급하는 돈이다. 일반적으로 실무에서는 3000만 원 선을 벗어나지 않는 정도에서 위자료가 인정돼 왔다.

직접 경험한 사건에서도 이 기준은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간통죄가 폐지된 이후 이혼 위자료 액수를 더 높여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으나, 간통죄 폐지 이후에도 이혼 위자료 금액에 큰 변화가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면 이혼 사건에서 위자료를 정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정신적 피해를 돈으로 환산한다면 어느 정도인지, 어떻게 계산할 수 있을지에 대해 관심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유책배우자에 대한 위자료 수액을 산정함에 있어서는 유책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와 정도, 혼인관계 파탄의 원인과 책임, 배우자의 연령과 재산상태 등 변론에 나타나는 모든 사정을 참작해 법원이 직권으로 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필자가 이혼 사건 위자료 판결을 보면서 가장 의문이 들었던 점은 ‘재산이 많은 사람이라고 해서 정신적 피해가 더 크다고 할 수 있을까’라는 것이었다.

재산이 많다면 더 큰 재산분할을 해줘야 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남편이 재산이 많다고 해서 다른 부부에 비해 아내의 정신적 피해가 더 크다고 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남편이 재산분할로 줄 돈이 별로 없는데, 아내에게 돈을 줘야 할 필요성이 있을 때 법원은 일반적인 경우보다 위자료를 더 많이 인정한 사례가 있기는 했다. 재산분할로 돈을 받기 어려운 상황에서 위자료로 어느 정도 경제적 보전을 해준 것이다.

하지만 막대한 재산분할을 받는 사건에서 재산의 규모를 고려해 위자료 액수까지 높게 정하는 것이 타당한지는 잘 모르겠다.

이혼 위자료와 관련해서 재미있는 사실이 있다. 모든 나라에서 이혼할 때 위자료를 인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독일에서는 남편이 외도해 이혼한다고 해도 위자료를 지급할 책임이 없다고 한다. 유책배우자라는 개념이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정 탓에 독일인 남성과 결혼한 한국인 여성이 남편의 외도로 이혼하게 된 사건에서 이혼은 독일에서 위자료 없이 했지만, 한국 법원에 위자료를 청구해 받은 사건도 있었다.

현재 실무에서 통상 인정되는 수준의 위자료는 사실상 위자료로써 의미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실질적인 정신적 피해 배상을 위해 어느 정도 상향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혼을 할 때 재산분할을 하는 제도가 있는 만큼, 위자료 산정에 배우자의 재산 규모를 참작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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