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초등학교 현장을 찾아 “교육감은 낮은 자리에서 여러 학생들과 학부모님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학생들과 고민도 나누고 미래 사회를 어떻게 그릴지 등에 대한 얘기를 나눌 것”이라고 밝혔다.
29일 정 교육감은 서울 도봉구 소재 창경초를 방문해 교사, 학생, 학부모 등과 간담회를 갖고 이 같이 밝혔다.
이달 17일부터 임기를 시작한 정 교육감은 후보 시절 일주일에 한 번 학교 현장을 방문해 교육공동체와 소통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이날 창경초를 방문한 정 교육감은 2학년 한 교실에서 직접 위생모와 마스크를 쓰고 23명의 아이들에게 급식 배식을 하기도 했다. 점심시간을 활용해 열린 버스킹 공연에서는 학생들의 K팝과 춤 공연을 관람하고, 로봇과 클레이 공예 작품 전시회를 둘러보기도 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정 교육감은 인사말을 통해 “(교육감 취임 이후) 어디를 제일 먼저 가야 할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지금 시대적 요구가 학교 현장을 혁신하고 교육공동체가 힘을 합쳐서 어려움을 극복하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해서 여기로 왔다”면서 “교육공동체라고 하는 게 학생들과 선생님들, 학부모들이 잘 소통하고 서로를 이해해야 하는데 창경초가 그런 분위기를 주도해 만들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창경초는 지난 5월 ‘창경 교육공동체 약속’ 선서식을 갖고 학생과 학부모, 교직원이 서로 지키고 존중해야 할 항목을 정한 뒤 관련 체험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창경초의 1학기 학생회장인 오유진 양이 “교육감이라는 높은 자리에 올랐는데, 이후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 정 교육감은 “우선 교육감은 높은 자리가 아닌 낮은 자리”라면서 “가장 먼저 우리 학생들과 빨리 만나고 싶었다”고 답했다. 이어 “미래 사회가 어떻게 될지, 우리의 꿈을 어떻게 그려야 할지 그런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이번 교육 현장 방문은 ‘교육감의 약속, 교육공동체와의 만남’이라는 대주제로 진행된다. 이날 창경초 방문은 ‘학교 조직문화 개선’이라는 소주제로 진행됐다. 정 교육감은 12월 말까지 학교 현장 방문을 이어 간다는 계획이다.
한편 이날 국회 교육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는 고등학교 무상교육 예산 일부를 정부가 부담하도록 하는 특례 조항 연장 법안이 야당 단독으로 처리됐다. 정 교육감은 이날 오전 이와 관련해 고교 무상교육을 위해 예산이 안정적으로 지원돼야 한다는 입장문을 낸 바 있다. 올해 세수 결손 등까지 겹쳐 내년도 예산이 줄어 긴축 재정을 이어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은 국가와 교육청이 고교 무상교육 예산을 각각 47.5%씩 분담하고 지방자치단체가 5%를 나눠 마련하도록 특례로 규정하고 있는데, 특례가 올해 말 일몰된다는 이유로 정부는 증액교부금을 편성하지 않았다. 그런데 해당 특례 효력을 2027년말까지 3년 더 연장하는 내용의 개정안이 교육소위에서 의결된 것이다.
정 교육감은 이날 입장문에서 “서울교육청은 세입 축소 영향으로 예산의 지속적 감액 편성이 불가피했다”면서 “이런 가운데 고교 무상교육 증액교부금도 올해 말 일몰될 예정으로 지방교육재정은 풍전등화의 위기를 맞았다”고 했다.
이어 “말 그대로 ‘마른 행주를 짜내 듯’ 긴축 재정을 편성하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고교 무상교육 경비 부담 관련 특례 조항이 연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