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자체공급망 구축 한계…아세안·중남미 거점 확보해야” [기후가 삼킨 글로벌 공급망]

입력 2024-10-2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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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4-10-24 17: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⑤-4. [인터뷰] 옥웅기 한국무역협회 연구원

▲옥웅기 한국무역협회 연구원.
▲옥웅기 한국무역협회 연구원.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의 다자주의가 와해되고 보호무역주의·자국우선주의가 확산하고 있다.”

옥웅기 한국무역협회 연구원은 최근 본지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을 기점으로 공급망 효율성뿐 아니라 안정성도 강조되기 시작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기후위기와 전쟁, 미국 대선 등으로 현재 세계 공급망은 여느 때보다 큰 불확실성에 직면했다.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그만큼 블록화·지역화되는 국제통상 정책에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옥 연구원은 “현재로선 차기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 전개 양상에 주목해야 한다”며 “중국뿐 아니라 예기치 않게 관세의 대상이 된 국가들이 일시에 수출 물량을 밀어내면 희망봉 우회로 정상화되지 않은 해운 물류망에 과부하가 발생, 병목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짚었다.

2021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글로벌 물류대란, 올해 상반기 해상운임 급등은 해운 공급 차질, 수요 급증, 공급망 병목현상, 운임 급등의 패턴을 보였다. 향후 미국의 관세 인상도 우리 수출기업에 높은 해상운임과 선복(화물을 싣도록 구획화된 장소) 부족의 형태로 이어질 수 있어 면밀한 관찰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세계의 공장’ 중국의 저가 밀어내기 수출도 주시해야 한다. 저부가가치 산업뿐 아니라 배터리 등 첨단산업에서도 품질을 바탕으로 한 중국의 저가 공세는 우리 기업에 큰 부담이다.

옥 연구원은 “최근 한중 무역구조가 변화해 한국의 대중국 수출 비중은 감소하고, 대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수출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며 “중국도 미국 및 유럽연합(EU) 제재 심화로 아세안 투자를 확대하면서 대아세안 수출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의 대아세안 상위 수출품인 반도체, 무선통신, 석유제품, 철강제품, 반도체 장비 등은 한국산과 중첩된다”며 “중국이 미국과 EU 등 주요국의 관세 장벽을 피해 제3국으로 수출을 전환한다면 해당 시장에서도 한중간 경쟁이 심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향후 글로벌 공급망 재편 방향과 관련해선 “미국은 우방국 중심의 첨단기술 공급망을 구축하되 환경·노동 이슈로 중국 견제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반면 중국은 쌍순환(내수와 수출의 동반성장) 전략하에 신흥국 포섭을 통한 안정적 자원 수급과 신시장 개척, 내수경제 성장을 추구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환경에서 각국 기업은 미국, 아세안, 멕시코 등지에 제조업 투자를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옥 연구원은 “특히 낮은 인건비, 정치적 안정성, 우수한 제조 능력을 갖춘 아세안 국가들이 새로운 글로벌 제조 허브로 부상하며 미중 갈등의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공급망 재편 움직임이 첨단 제조업 부문에서 강점을 보이는 한국에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옥 연구원은 “특히 미국과 EU가 중점을 두는 친환경 산업에서 반도체와 배터리의 역할은 핵심적”이라며 “우리 기업은 이들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일 수 있도록 선제적인 투자를 통해 품질 경쟁력 고도화 및 제품 차별화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은 무역의존도 및 자원의 해외의존도가 높아 자체 완결형 공급망을 구축하기엔 한계가 있다”며 “중국 중심의 기존 공급망을 유지하되 아세안, 중남미 등 새로운 원자재 조달처 및 생산 거점을 확보하는 수출 다변화 전략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보인다. 공급망 이동 거리가 단축된다면 예기치 못한 공급망 혼란에도 우리 기업이 신속하고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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