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파이 보상안 두고 ‘평행선’…“파산하면 그마저도 못 받아” 의견도

입력 2024-10-11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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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팍스, 지난달 30일 고파이 채권자에 ‘BTC=2800만 원’ 기준 제안
현 시세 30% 수준…메가존 인수 걸림돌 제거해야 VASP 갱신 가능
채권단 반발도 거세…“터무니없는 제안…상황 알아도 납득 안 돼”
완전자본잠식 상태…“파산 시 그마저도 못 돌려받을 것” 의견도

▲고팍스 운영사 스트리미와 고팍스 CI.
▲고팍스 운영사 스트리미와 고팍스 CI.

고팍스 측이 메가존 인수를 타결하기 위해 제안한 안이 최근 승인된 FTX 채권변제 계획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채권자들의 반발이 크다. 이달 안에 결론을 내지 못하면 메가존 인수와 이어지는 가상자산사업자(VASP) 신고 갱신까지 위험한 상황이지만 양측 모두 물러나지 않는 모양새다.

11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10일 고팍스 측은 고파이 채권자들에 대한 세 번째 채권 변제안 설명회를 했다. 앞서 고팍스는 지난달 30일 고파이 채권자들에게 남은 채권을 제네시스 파산 신청일인 2023년 1월 20일 기준 시세로 계산해 채무총액을 확정하고 이를 현금으로 지급하는 안 제시한 바 있다.

고파이는 이용자들이 코인을 예치해 이자를 받는 상품으로 고팍스는 상품 운용을 맡았던 글로벌 가상자산 운용 및 대출업체 제네시스 캐피탈(Genesis Global Capital)과 이용자들을 중개했다. 다만, 2022년 11월 FTX 파산 사태의 영향으로 제네시스 캐피탈에 문제가 생기며 지급이 지연된 고파이는 아직 예치자들에게 자산을 일부만 돌려준 상황이다.

현재 고파이 채권은 이용자들이 예치한 수량을 기준으로 약 47.02%가 남았다. 고팍스는 2023년 2월 7일 채권 수량의 25%, 같은 해 8월 24일에 27.89%(75%의 37.31%) 등 총 두 차례에 걸쳐 예치 수량의 52.98%와 지연이자 등을 지급한 바 있다.

이번 고팍스 측 제시안에 따르면 채권자는 남은 잔여 채권(47.02%)을 비트코인은 약 2800만 원, 이더리움은 205만 원으로 계산해 현금으로 지급받는다. 이를 토대로 보면 비트코인을 맡긴 채권자를 기준으로 예치 수량의 약 69%를 회복하게 된다. 1차와 2차에 걸쳐 수량의 약 53%를 돌려받았고, 남은 47%를 현재 가치의 30% 수준으로 돌려받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채권자가 고팍스 측의 1차, 2차 변제 직후에 비트코인을 판매했다고 가정하면, 제네시스 파산 신청 당시인 2023년 1월 20일(비트코인 종가 2806만8000원) 기준 채권의 108%를 변제받는 꼴이다.

이는 고팍스 측이 지연 이자를 지급한 점 등을 감안하면 최근 채권 상환 계획이 승인된 FTX의 변제율에 근접할 것으로 보인다. 7일(현지시간) FTX는 파산 당시 기준 시세의 118%를 채권자들에게 현금으로 돌려준다는 계획을 미국 파산법원으로부터 승인받았다.

다만, 채권자들의 반발은 여전히 거세다. 채권자 170여 명으로 구성된 고파이채권단은 현재 비트코인 가격이 8000만 원이 넘어가는 만큼 고팍스 측이 제시한 기준(2023년 1월 20일 기준 시세)이 터무니없이 낮다는 입장이다. 사효리 고파이채권단 대표는 “채권단이 170여 명으로 (인원 비중은 크지 않지만) 채권 규모로는 40% 정도 된다”면서 “제시된 가격이 너무 터무니없어 동의하지 않겠다는 입장이 대부분”이라고 밝혔다.

고팍스가 채권자 반발이 예상됨에도 채권액 조정을 요청한 이유는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고팍스는 올해 12월까지 가상자산사업자(VASP) 신고를 갱신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현 대주주인 바이낸스의 지분율을 당국 요구에 따라 10%까지 낮춰야 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메가존의 인수가 절실하지만, 고파이 채권이 인수 협상의 발목을 잡고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일 기준 고팍스 운영사 스트리미의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1011억 원으로 2년 연속 완전자본잠식 상태고, 이 당시 고파이 채권은 643억 원이었다. 지난해 말보다 비트코인 가격이 50% 가까이 상승한 만큼, 고파이 부채만 1000억 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 부채율을 해결해야 메가존 인수가 현실화할 전망이다.

그렇다고 당장 다른 투자자를 찾기에는 시간적 여유도 없다. 고팍스는 이에 대해 지난달 30일 안내에서 “2024년 12월 예정인 가상자산사업자 갱신을 위해서는 새로운 투자자를 확보하고 논의를 진행하는 것은 비현실적이기에 회사는 현재 진행 중인 투자(메가존)를 마지막 기회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고, 설명회마다 해당 내용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채권자들의 동의를 구하지 못해 메가존 투자 유치에 실패할 경우, VASP 연장이 불발돼 최악의 경우 고팍스가 영업을 종료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다만, 사효리 대표는 이에 대해 “(고팍스 측도) 그 부분을 피해자들에게 주지시키고 있는 것. 본인들도 방법이 없다는 것”이라면서도 “현재까지는 (채권단이) 상황을 다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라며 강경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다만, 고팍스가 영업을 종료하고 청산 절차를 밟는다고 해도 내년으로 완전 자본잠식 3년 차를 맞는 회사가 온전히 채권을 상환할 가능성은 더 낮아질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결국 현재는 채권자 입장에서도 납득될 제안이 아닌 건 사실”이라면서도 “회사가 정말 파산한다면 그마저도 못 받게 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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