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 상임위원과 일부 위원들이 내부 비판에 나섰다. 진보 성향의 국교위 상임위원과 위원 5명은 2029학년도 대입개편안 등을 포함한 '중장기 국가교육발전계획'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국교위 구성에 정파적 갈등이나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내놨다.
국교위 정대화 상임위원을 비롯해 김석준·이민지·장석웅·전은영 위원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교위의 실험은 총체적으로 실패했다"며 "국교위는 대통령 소속의 정부기관치고는 너무나 작고 미숙한데다, 규모와 무관하게 한없이 무능하고 무책임한 기관"이라고 짚었다.
이어 "국교위 파행의 본질이 인원과 예산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더 크고 심각한 문제가 내부에 도사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극단적인 정파적 구성의 한계 △사회적 합의의 실종 △의견수렴의 부재 △소통의 차단 △교육부의 들러리 역할 △강고한 비밀주의 △위원장의 구태의연한 리더십과 독단주의 등 7가지 장애물을 꼽았다.
이들은 그 결과가 지난 2년간의 국교위 운영에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2022년 9월 발족 직후 2022 교육과정을 의결하면서 최소한의 의견 조율도 없이 표결 처리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같은 시기에 2023년 봄 개정을 전제로 운영규칙을 조건부로 제정했으나, 1년 6개월이 넘도록 개정하지 않고 있다"며 "지난해의 2028 대입 정책과 올해의 초등 1~2학년 신체활동 분리를 의결하는 과정 역시 구태의 반복"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2022 개정 교육과정' 확정 과정에서는 역사 교육과정에 '민주주의' 표현을 '자유 민주주의'로 바꾸는 문제를 두고 정파적 갈등이 크게 빚어졌는데, 국교위는 표결로 결론을 정한 바 있다. 당시 정대화 상임위원 등 야권 성향 위원들은 합의제 행정기구라는 취지와 무색하게 합의 없이 국교위가 소수 반대 의견을 묵살했다고 당시 공개적으로 주장했다.
이들은 또 "국교위는 유보통합과 돌봄에서 인공지능, 글로컬대학, 의대생 증원까지 일체의 현안에 눈을 감아버렸다"며 "교육부의 요구에 순응하면서 교육 현안에 침묵하는 교육부의 들러리가 됐고, 그 결과 완벽하게 존재감을 상실해 버렸다"고 밝혔다.
이들은 특히 국교위 내부 운영이 경직되고 권위적이었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국교위의 모든 결정은 오직 한 사람에게 집중돼 위원장의 독점과 독단으로 퇴락했다"며 "모든 활동은 비공개로 하고 모든 자료는 대외비로 처리했다"고 말했다.
정대화 상임위원 등은 이에 대한 근거로 국교위의 극단적인 정파적 구성의 한계 등을 들었다. 실제로 국교위 의결기구는 이배용 위원장을 비롯한 상임위원 3명과 비상임위원 16명으로 구성된 전체회의다. 국교위 설치법은 재적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정하고 있어 위원이 모두 참석하면 10명이 동의하면 된다.
그러나 설치법을 만들 때부터 정부와 여당이 의결권을 독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컸는데 대통령이 위원 5명을 지명하고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9명을 추천하며, 교육부 차관 등이 당연직으로 참여하는 형태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온갖 논란 속에 파행을 겪고 있는 중장기 국가교육발전계획의 수립을 전면 재검토하고 전문위원회의 재구성 역시 피해갈 수 없다"며 "인사청문회 도입을 비롯한 법 개정과 운영 감독을 통해서 국교위를 재정비하면서 2025년 9월로 예정된 제2기 국교위를 제대로 구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