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구로사와 기요시 "BIFF 관객들, 세계적인 수준"

입력 2024-10-03 13:47 수정 2024-10-03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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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병폐 꼬집은 '클라우드' 등 2편 신작 소개

▲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수상자인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이 2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레드카펫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수상자인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이 2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레드카펫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일본 영화계의 거장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이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에서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을 받았다. 그는 영화제 기간 '뱀의 길'과 '클라우드' 등 2편의 신작을 선보이며 한국 관객들과 호흡한다.

3일 BIFF 측은 구로사와 감독에게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을 수여하며 "삶과 인간에 대한 철학적인 고민과 현대 일본사회의 날카로운 고찰을 통해 관객들을 끌어들였다"라고 밝혔다. 이 상은 아시아영화산업과 문화발전에 힘쓴 아시아영화인 또는 단체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1955년 고베에서 태어난 구로사와 감독은 대학시절부터 8mm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다. 1997년 개봉한 영화 '큐어'로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큐어'에는 최근 한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일본영화 '퍼펙트 데이즈'의 주연배우 아쿠쇼 코지가 주연으로 출연한 영화이기도 하다.

구로사와 감독은 주로 호러와 SF 등 장르영화를 만든다. 장르적 재미를 추구하면서도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영화에 새김으로써 영화광들로부터 사랑받는 감독이다.

구로사와 감독은 "영화를 시작한 지 40년이 흘렀다. 부산국제영화제에 참가한 건 20년이 됐다. 제 영화 인생의 반을 부산영화제가 지켜봐 왔다고 할 수 있다"라며 "그 경력을 인정받아 명예로운 상을 받을 수 있었다. 정말 감격스럽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올해 두 편의 영화를 완성했는데, 그 두 편의 영화 모두 이번 부산영화제에서 상영할 수 있어 기쁘다. 부산영화제 관객들은 전세계 어느 곳보다 가장 수준이 높다. 그 관객들에게 최신작 두 편을 선보이기 위해 부산에 왔다"라며 "20년 전부터 저의 작품을 계속 봐주는 분들도 이번에 처음 보게 되는 분들도 많이 기대해달라. 다시 한번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구로사와 감독의 오랜 팬인 봉준호 감독은 영상 메시지를 통해 "저는 구로사와 감독의 오랜 광팬이다. 좋아하는 작품이 너무 많은데, 매번 충격과 영감을 준 감독님께 감사드린다"라며 축하의 인사를 전했다.

젊은 리셀러(reseller)의 삶 통해 자본주의 폐단 꼬집은 '클라우드'

▲ 영화 '클라우드' 스틸컷 (사진 제공 = 부산국제영화제)
▲ 영화 '클라우드' 스틸컷 (사진 제공 = 부산국제영화제)

'클라우드'의 주인공인 요시이(스다 마사키)는 리셀러다. 헐값에 물건을 구입한 뒤 비싼값에 판다. 그가 재판매하는 물건은 피규어, 짝퉁 명품가방, 의료 기기 등 다양하다. 재판매로 얻은 수익이 갈수록 증가하자 요시이는 다니던 공장을 그만두고, 리셀러로서의 삶에 더욱 매진한다.

리셀러로서 요시이가 하는 일은 영화 속 대사처럼 '의외로 간단한 일'이다. 생산자로부터 물건을 사들여 소비자에게 되판다. 그러니까 요시이는 일종의 '플랫폼 모델'을 통해 수익을 얻는 개인소매상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신기술을 통해 정당한 경제 활동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구로사와 감독은 요시이의 행위 이면에 디지털 경제라는 그럴듯한 가면을 뒤집어 쓴 자본주의의 착취와 폭력, 약탈의 구조적 문제를 꼬집는다.

요시이의 재판매 행위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등장하면서 영화는 변곡점을 맞는다. 여기서 영화는 '그들이 과연 요시이를 처단할 자격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관객들에게 던진다. 물건을 헐값에 판 생산자, 공장 노동자들을 통솔하는 중간 관리자, 요시이와 같은 리셀러들이 요시이를 향해 총구를 겨누는 상황이 '클라우드'의 비극성을 말해준다.

영화의 후반부를 장식하는 총격 장면은 자본주의가 낳은 인간의 탐욕이 사회를 얼마나 병들게 하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구로사와 감독이 빚어낸 이 냉소적인 총격 장면에서 사람들은 쉽고 간단하게, 무엇보다 어이없이 죽어나간다. 마치 요시이가 재판매로 쉽고 간단하게 돈을 버는 것처럼.

'클라우드'의 비극성을 더욱 심화하는 것은 요시이에게 고용된 아르바이트 청년 사노(오쿠다이라 다이켄)의 존재감이다. 사노는 요시이의 장사 수완을 배우려다가 해고당한 인물이다.

요시이로부터 해고당한 사노가 죽을 위험을 무릅쓰고 그를 구해준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그 이유는 사노를 위해서가 아니라 사노처럼 쉽고 간단하게 돈을 벌고 싶은 자신의 욕망을 위해서다. 영화의 마지막, 구로사와 감독은 마치 구름 위를 떠다니는 듯한 요시이와 사노의 모습을 통해 현대 자본주의의 모순과 폐단을 포착한다.

부산국제영화제는 11일까지 총 63개국 278편을 상영한다. 영화제 발상지인 부산 중구 남포동 일대에선 올해로 7번째를 맞는 ‘커뮤니티 비프’가 열린다.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 부산스토리마켓, 아시아프로젝트마켓 아시아콘텐츠어워즈&글로벌OTT어워즈 등 다양한 행사도 영화팬들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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