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범죄 기소율, 2019년 11%→지난해 17.3%
전국검찰청 5년간 6.3%P↑…구속 건수도 급증세
서울동부지검 처리 ‘2022년 968건→작년 1245건’
정부, ‘유엔 사이버범죄 방지협약’ 서명‧비준 추진
딥페이크 성범죄가 사회 문제로 대두되는 가운데, 가족이나 지인의 목소리를 똑같이 구현해 돈을 갈취하는 ‘딥보이스 피싱’ 역시 급증하고 있다. 딥러닝(Deep Learning)과 목소리(Voice)의 합성어인 ‘딥보이스’는 사람의 목소리를 복제해 그 인물이 실제로 말한 것처럼 꾸며내는 기술이다. 문제는 소셜미디어서비스(SNS), 전화 통화에서 확보한 목소리로 특정인의 말투·톤·발음까지 똑같이 흉내 내 피해자를 속이고 돈을 갈취하는 방식으로 범죄에 악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사이버 범죄가 일상에 침투한 지 오래다. 문자메시지로 웹사이트에 접속하도록 유도하거나 가족을 사칭해 돈을 보내게 하는 ‘스미싱(Smishing)’은 근절되지 않는 대표적인 민생 침해 경제범죄다. 이에 더해 딥보이스 피싱이라는 교묘한 형태로 사이버 범죄가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민생과 맞닿아 있는 사이버 범죄가 갈수록 교묘해지고 그 피해 규모도 커지면서 실효성 있는 범죄 대응책을 마련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실제와 구분 힘들어 피해자 속출
6일 대검찰청이 집계한 사이버 범죄 통계에 의하면 전국 검찰청이 범죄 혐의를 입증해 구속 및 불구속 기소한 비율은 지난 5년간 증가하고 있다. 2019년 11.0%였던 사이버 범죄 기소율은 2020년 8.5%, 2021년 12.8%, 2022년 15.0%, 2023년 17.3%로 늘었다. 이 기간 검찰이 벌금형 등을 요구하는 약식기소도 매년 5000건을 넘나들었다.
지난해 사이버 범죄 죄명별 사건 현황을 보면 ‘정보통신망법 위반’이 1만3489건(41.1%), ‘컴퓨터 등 사용 사기’가 1만3075건(39.8%)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다음으로는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7.6%)과 ‘전기통신 금융사기’(1.4%) 순이다.
사이버 범죄 중점 검찰청의 사이버 범죄 처리 건수와 기소 건수 역시 증가하는 추세다. 본지가 서울동부지검으로부터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937건이던 사이버 범죄 처리 건수는 2022년 968건, 지난해 1245건으로 늘었다.
피의자를 재판에 넘기는 구속·불구속 구공판 건수도 최근 3년간 105건(2021년) → 151건(2022년) → 198건(2023년)으로 증가했다. 법원에 벌금형을 요청하는 구약식 처분도 133건(2021년) → 168건(2022년) → 235건(2023년)으로 늘었다.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목소리
국제사회도 공조망 구축 대응 나서
해외에 거점을 둔 범죄조직이 늘어나면서 국제 공조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인터넷 프로토콜(IP)이 외국에서 끊길 경우, 더 이상 추적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서울동부지검 사이버범죄수사부 심형석(사법연수원 37기) 부장검사는 “앞으로 많은 사건에서 국내외 기관들의 공조 및 협력 없이는 사이버범죄를 처벌하는 것은 점점 어려워질 것”이라며 “형사사법 공조를 통해 많은 사건의 증거를 확보하고 있고, 그 외에도 해외 업체들에 대한 영장 집행, 협조 공문 시행 등을 통해서도 주요 증거를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사회 차원에서 사이버 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8월 법무부는 뉴욕 유엔본부에서 ‘유엔 사이버범죄 방지 협약안’이 만장일치로 타결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유엔 차원에서 최초로 마련된 사이버 분야 협약안이자, 2003년 유엔 부패방지협약 이후 약 20년 만에 마련된 형사 분야 관련 유엔 협약안이다.
협약안은 문안 정비 작업을 거쳐 차기 유엔 총회에서 공식 채택될 예정이다. 유엔 40개 회원국이 비준하면 정식으로 발효된다. 정부는 서명 및 비준 절차를 추진하는 동시에 필요한 국내입법도 정비해 갈 계획이다.
법무부는 “이번 협약안 성안은 2022년 2월 제1차 회기 개최를 시작으로 약 2년 반 동안 이어져 온 사이버 범죄 국제공조 강화를 위한 다자적 논의의 결실”이라며 “정식 채택 및 발효 시 전 세계 모든 국가가 참여 가능한 사이버범죄 대응 공조망이 구축되는 것이다. 이를 토대로 특히 전자적 형태 증거의 신속한 보전 및 공유가 가능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 법조팀 = 전아현 기자 cahyun@‧박일경 기자 ekpark@·박꽃 기자 pgot@·김이현 기자 sp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