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출 효자 반도체·자동차 이후엔 무엇이 있나

입력 2024-10-01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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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플러스’ 흐름이 12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은 587억70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7.5% 증가했다. 추석 연휴 등 휴일을 뺀 조업일수 기준 9월 일평균 수출은 사상 최고치다.

수출 효자 품목인 반도체가 밀고 자동차가 끌었다. 반도체의 지난달 수출액은 136억 달러로 작년보다 37.1% 늘었다. 11개월 연속 증가세다. 인공지능(AI) 열풍을 탄 메모리반도체가 지난해 동기 대비 61.0% 증가한 영향이 컸다. 자동차는 역대 9월 중 가장 많은 55억 달러어치를 수출했다. 무선통신기기, 컴퓨터, 선박, 바이오헬스 품목도 선방했다.

견조한 수출 성장세는 역대 최대인 7000억 달러 목표 달성 가능성을 키운다. 기존 기록은 2022년 6836억 달러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민관 원팀으로 수출 확대에 모든 가용 자원을 집중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수출 한국’ 노래만 부를 계제는 아니다. 우리 전력을 객관적으로 진단하고 반도체·차 이후의 미래도 내다봐야 한다. 우리 먹거리의 중장기 경쟁력은 과연 괜찮나. 미래 먹거리는 어디에 있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국가 대항전이 된 반도체 경쟁에서 한국은 고군분투 중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경쟁하는 인텔(미국), TSMC(대만) 등은 세액 공제로 버티는 국내 기업과 달리 조 단위의 자국 정부 보조금을 등에 업고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보조금 위력은 생각 이상으로 크다. 한국 기업들은 미래 역량 강화에 필수적인 연구개발(R&D) 투자부터 뒤처지고 있다.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반도체 산업의 매출 대비 R&D 비중은 9.5%에 그쳤다. 미국(19.3%), 유럽(14.0%), 일본(12.0%), 대만(11.0%)보다 낮다.

건강한 생태계 조성도 급선무다. 경쟁국들은 막대한 보조금을 통해 공급망을 끌어들이고 있다. 미국 AMD는 최근 대만에 86억4000만 대만달러(약 3640억 원) 규모의 R&D 센터를 건립하기로 했다. 투자금의 30% 이상인 33억1000대만달러를 지급하는 대만 정부의 보조금 정책이 제대로 먹힌 것이다. 미국, 중국, 일본 등에도 비슷한 사례가 차고 넘친다. 한국의 세제 위주 지원책으론 엄두도 낼 수 없다.

반도체만의 일도 아니다. 1967년 회사 창립 이후 57년 만에 최근 누적생산 1억 대의 금자탑을 쌓은 현대차는 전동화 전환의 거센 도전에 직면해 있다. 규제라는 이름의 모래주머니만 주렁주렁 매단 현대차 등 국가 대표 기업들이 국제 경쟁에서 얼마나 잘 버텨나갈지 알 길이 없다

국력·국운 관점에선 차세대 먹거리 개발도 여간 시급하지 않다. 가장 유망한 블루오션은 AI 분야다. 베인앤드컴퍼니는 AI 관련 시장이 매년 40~55%씩 급성장해 2027년 1조 달러(약 1330조 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원전, 우주항공과 방산 등 다른 후보도 즐비하다. 하지만 공짜점심은 없다. 정성과 노력, 비용을 투입해야 한다. 정치권의 대승적·초당적 지원이 필수적이다. 장밋빛 청사진만 펼칠 것이 아니라 AI 기본법 제정부터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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