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률 39.7%…65~79세 57.2% "일하고파"
단순노무 비중 최대…농림어업·서비스 순
"효능감 높이면 건강도…의료비 절감 효과"
고령화 시계추가 빨라지면서 올해 국내 인구 '5명 중 1명'인 노인이 50년 뒤에는 '2명 중 1명'이 된다. 노인 고용의 국가 정책 비중 확대는 불가피한 흐름이다. 단순 소득보전에 무게가 실린 노인 일자리는 효능감을 더하는 방향으로 개선하고 임금체계 개편 등 노동개혁을 전제한 정년연장, 퇴직 후 재고용 등 복합 정책 패키지를 통해 계속고용 여건을 강화해야 한다고 전문가는 지적한다.
4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4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올해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993만 명으로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19.2% 수준에서 2072년 47.7%(1727만1000명) 규모로 증가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저출산이 맞물려 인구 연령 구성은 갈수록 역피라미드 형태가 되는데, 더 큰 문제는 이미 가난한 노인마저 많다는 것이다. 66세 이상 은퇴연령층의 상대적 빈곤률(중위소득 50% 이하)은 작년 39.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상위 수준(미국 22.8%·일본 20.0% 등)이다.
올해부터 정년 은퇴가 본격화하는 2차 베이비부머(1964~1974년생·954만 명) 세대에 이어 뒷세대도 줄줄이 고령층으로 진입하는 만큼 정부 차원의 대대적 노인 고용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미래세대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단순 현금성 복지로는 가파른 속도로 불어나는 노인 규모를 국가 재정이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하는 노인'이 필요한 이유다. 당장 정부는 내년 노인 일자리를 올해 103만 개에서 내년 110만 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월 29만 원을 주는 공익형 일자리 69만2000개, 월 76만1000원을 주는 사회서비스형 일자리 17만1000개와 민간형 일자리 23만5000개 등이다.
역대 최대 규모 공급이긴 하지만 노인들의 일자리 수요에 미치지 못하고, 고령 취업자도 단순 노무직에 몰려 있는 실정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65~79세 고령자 57.2%가 장래에 일하기를 원했고, 고령자의 단순 노무 종사 비중은 34.6%로 가장 높았다. 농림어업 숙련 종사(23.3%), 서비스·판매 종사(17.7%)가 뒤를 이었다. 때문에 공공일자리도 '쓰레기 줍기' 등 단순 소득보전성 일자리를 넘어 특정 경력과 자격을 갖춘 노인에게 정서적 효능감을 줄 수 있는 '맞춤형'으로 점차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을 통한 노인의 경제·사회 활동이 건강으로 이어져 향후 건보재정 부담까지 낮출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경제, 사회활동을 하는 노인이 상대적으로 건강한 편"이라며 "양질의 노인 일자리는 국가적으로 노인의 정신·신체건강을 높이는 것이고 전체적인 의료 부담을 줄이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은 노인빈곤이 심각해 노인일자리의 상당 부분은 소득보전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그렇게 하는 일로 보람을 느끼기는 어렵다"며 "일자리가 고유하게 가진 자아 실현, 정서적 효능감을 노인들이 느끼고 소득도 벌 수 있는 선순환 구조로 바꿔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60세인 법정 정년을 늘리고 정년에 이른 근로자를 퇴직시키지 않거나 퇴직 후 1년 내 재고용하는 퇴직 후 재고용제 안착 등으로 은퇴 시점 자체를 늦춰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국민연금 수급 연령이 63세라 정년 퇴직해도 연금 수급까지 3년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연금 수급 연령은 2033년에 65세로 2세 더 늘어난다.
다만 정년 연장 등이 대기업·공공기관 등에 혜택이 몰릴 수 있고 청년 일자리를 잠식한다는 우려도 있어 전반적인 연공서열식 임금체계 개편 등 선제 노동개혁을 통해 고령층의 경제활동 기간을 합리적으로 늘려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의 진단이다. 석 교수는 "정년연장이나 재고용이 임금체계 개편과 같이 안 오면 특정 집단이 혜택을 보고 청년은 피해를 받을 수 있다"며 "노인 고용 연장은 단일 정책 수단으로는 어렵고, 복합적인 정책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