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과 의사들은 미용·레이저 치료만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건선, 아토피로 대표되는 피부면역질환과 함께 피부암, 수포질환 등 다양한 중증질환에 대한 진료도 담당하는 필수의료입니다.”
이우진 서울아산병원 피부과 교수는 12일 오전 웨스틴 조선 서울에서 열린 ‘제22회 피부건강의 날’ 기자간담회에서 피부과 전문의들도 필수의료 관련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피부과에도 생사를 넘나들 수 있는 중증질환도 담당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피부는 장기가 보이고 느낄 수 있는 1차 기관(Organ)이다. 피부로 발생하는 불편감이나 증상은 환자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끼친다. 피부과 의사들은 적절한 치료를 통해 환자들이 겪는 대인관계나 사회생활에서의 어려움을 해결해준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피부 질환은 전신 중증질환과의 관련성이 높다는 점을 설명했다. 이 교수는 “질환 초기에 피부 임상 소견만으로도 중증질환을 진단할 수 있다. 피부 증상이 전신질환의 표현형일 수 있다”면서 “진단이 애매하면 피부과 의사에게 물어보라는 속설도 있다. 피부과 전문의 진료를 통해 쉽게 놓칠 수 있는 임상소견으로부터 중증 질환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피부과’라고 적혀있더라도 피부과 전문의가 아닌 의사들이 운영하는 병원도 많은 현실이다. 비전문의는 ‘○○피부과’ 등과 같이 의료기관명에 과목명을 쓸 수 없다. 대신 ‘○○의원’, ‘○○클리닉’ 등이라고 기재한 뒤 그 옆에 진료과목을 표시해야 한다.
윤석권 전북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SNS나 유튜브에서 피부과 전문의라고 거짓말하거나 진료과목표시 위반, 불법 홍보 등을 통해 비피부과 의사들이 피부과 의사를 거짓 표방하고 있다”며 “일반의나 타과 의사들이 피부미용시술을 한다고 피부과 의사라고 말할 수 없다”고 당부했다.
대한피부과학회는 국민을 대상으로 홍보를 꾸준히 펼쳐오고 있지만 피부과 의사로 사칭하는 미용 일반 의사들은 지속해서 늘고 있다. 윤 교수는 “피부과 전문의들의 86.7%가 비피부과 의사들의 미용 시술 부작용을 경험한 바 있다. 피부미용시술 사고나 피부질환 사고도 많아 심각한 상황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선 법규 개정이나 단속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비피부과 의사들의 오진·치료 부작용 사례도 흔하다. 나찬호 조선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비피부과 의사들로 인해 오랜 기간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접촉피부염’으로 오인해 스테로이드 연고로만 치료하던 환자가 대학병원 내원 후 잠행 백선으로 진단받고 치료받은 사례도 있으며 ‘지루피부염’으로 진단받은 환자가 ‘옴진드기 감염증’으로 확인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나 교수는 “피부과 진료는 미용 치료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요통, 우울증, 빈혈에 이어 질병 부담 4위에 해당할 만큼 관리가 필요한 질환이다. 삶의 질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질환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강훈 대한피부과학회 회장은 ”고위 정부 관료들이나 의학을 전공했다는 정치인조차 피부과라는 단어를 쓰면서 피부과가 마치 의료 질 하락, 의료 시장을 엉망으로 만든 주범이라고 인식하게 한다“며 ”피부과가 많은 피부질환을 다루지만 피부미용만 하는 것으로 폄하되고 있다. 피부과 자체가 의료시장, 의료환경을 황폐화시키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것처럼 매도당하고 있어 매우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강 회장은 ”피부과는 여러 중증질환을 치료하는 필수의료 과목으로서 오랜 교육과 훈련이 필요한데도 그동안 비전문가에 의한 치료가 지속되며 각종 부작용과 사고가 속출하고 있다. 학회는 전문성을 바탕으로 피부질환을 가진 환자들이 올바른 진단과 치료를 통해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도록 전 국민을 대상으로 지속해서 피부 건강에 대한 인식 개선 캠페인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대한피부과학회는 ‘피부과 전문의가 국민의 피부를 지킵니다’를 주제로 이날 ‘제22회 피부건강의 날’ 기념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올해로 22회째를 맞이한 ‘피부건강의 날’은 대한피부과학회에서 전 국민을 대상으로 피부 건강의 중요성과 피부질환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전달을 위해 매년 개최하고 있는 인식 개선 캠페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