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외국인 유학생들이 국내 기업체 등 산업계에 정착할 수 있도록 정부와 기업에 “유학생 정책 제도를 재정비하고 관련한 맞춤형 홍보가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22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서울호텔에서 이투데이가 개최한 '외국인 유학생 네트워크 200(ISN 200)' 행사에는 21개 대학에서 140여 명의 외국인 유학생, 10여 명의 대학 관계자가 참석했다. 기업 관계자는 40여명이 자리했다. 이날 참석한 외국인 유학생들은 각각 27개 그룹(테이블)으로 나뉘어 국내 주요 기업의 외국인 임직원 또는 HR 담당 임원들과 네트워크를 다졌다.
외국인 유학생들은 대부분 국내 유학생활과 취업 정책에 대한 기본적인 궁금증을 행사에서 풀었다고 했다.
서강대 컴퓨터공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인 주마구엘(카자흐스탄·18)은 "비자 정책에 대해 거의 아무것도 몰랐는데, 오늘 비자에 대한 발표가 있어서 취업 비자 정책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었다"면서 "기업 관계자들이 소개한 인턴십 프로그램도 알게 돼 지원해 볼 것"이라고 했다.
세종대에서 컴퓨터공학 박사 학위를 밟고 있는 대니쉬(파키스탄·30)는 "한국에서 내 전공에 따라 메타버스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은데 한국과 한국 기업에 대해 잘 몰랐다"면서 "오늘 발표에 나선 한화시스템 인사팀장을 찾아가서 취업 절차 등에 대해 내가 궁금했던 부분을 자세히 물어봤다"고 했다.
이에 김정도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출입국정책단장은 “외국인 유학생 비자제도와 관련해 정책적으로 홍보가 이렇게 부족한지 몰랐다. 반성하고 있다”면서 “이번 자리를 통해 각 대학에서도 관련 정책이 잘 전해질 수 있도록 법무부에서도 경각심을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서 기업 관계자들은 유학생들로부터 국내 인턴십이나 채용과 관련한 질문을 구체적으로 듣고 답변했다.
조은솔 LG이노텍 인재확보팀 선임은 “대부분 유학생들은 유학생을 채용하고자 하는 기업에서 원하는 게 무엇인지, 관련 인턴십이나 프로그램들을 진행하는 회사가 어디 있는지 등을 물어봤다”며 “대학생 신분에 맞게 학기 중에는 전공 지식을 쌓는 게 가장 중요하고, 학기가 끝나면 한국인 구성원과 일하는 법을 몸소 체험하는 게 훨씬 국내 기업 채용에 유리할 것이란 조언을 했다”고 밝혔다.
외국인 유학생들이 국내 채용시스템 이해가 부족하다는 얘기도 나왔다. 앞서 본지가 이공계 유학생 대상(91명)으로 관련 설문을 한 결과 한국 취업 및 정착을 준비할 때 가장 큰 어려움으로 42.9%(39명)가 ‘한국기업에 대한 정보 취득’을 꼽은 바 있다. ‘취업 절차에 대한 준비(이력서 작성, 면접 준비 등)’에 대해서도 39.6%(36명)가 ‘어려움’이라 답했다.
행사에 기업 멘토로 참여한 LG에너지솔루션 인재확보팀 관계자는 “외국인 유학생들이 한국 회사 시스템을 잘 몰라서 전반적인 채용과정에 대해 많이 질문했다”며 “구체적으로는 석사를 할 때 입사 후가 좋은지 전이 좋은지 등을 물어봤다”고 했다.
이날 행사에선 대학 관계자들도 국내 기업의 유학생 채용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기업 관계자에게 궁금한 점을 묻는 ‘토론식 Q&A’ 자리에서 조성우 광운대 국제교류팀장은 “일반적으로 기업들이 유학생들을 채용할 경우 해외지사에 취업을 하는 사례가 많은 것 같다”며 기업 관계자들에게 국내 정주와 취업을 원하는 유학생을 위한 프로그램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대신 물었다.
이에 기업들은 공통적으로 “외국인 유학생이라 해서 내국인과 큰 차이를 두지 않는다”고 답했다. 유백 SK SUPEX추구협의회 PL은 “(외국인 유학생이어도) 직무 적합성이 맞으면 국내에서 거주하면서 충분히 근무할 수 있다”면서 “다만 해당 국가와 연관이 있으면 직무 적합도를 더 높게 보는 부분도 있다. 그룹 내에서는 외국인 유학생이든 내국인이든 큰 구분 없이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준호 LG이노텍 인재확보팀장도 “신입과 경력 채용을 외국인 유학생이라 해서 제한을 두거나 다르게 하지 않는다”며 “외국인 유학생 인턴십을 예로 들면 기본적으로 한국 근무를 전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글로벌 역량을 갖추고 있는 인재들이기 때문에 나중에 다른 해외 법인 또는 해외 고객사와 상주할 수 있는 근무도 감안하고 있다”고 했다.
이와 별개로 유학생들은 이 같은 한국 문화와 채용 정보 등을 자세히 알 수 있는 행사가 정부 차원에서도 열렸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보였다. 주마구엘은 "이런 자리가 더 많이 마련되면 좋겠다"면서 "외국인으로서 취업 관련 정보를 알 수 있는 자리가 잘 없는데, 정부 차원에서 외국인 유학생 맞춤형 취업 정보 등을 살펴봐 주면 좋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