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 하나는 거짓말' 김애란 "성장의 의미를 다르게 바라보고 싶었다"

입력 2024-08-21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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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내 인생' 이후 13년 만에 장편 소설 펴낸 김애란

거짓 공유하며 서로 치유하는 고등학생들 이야기
좋은 책…금기를 다루며 '다음 독서 촉발하는 책'
"소설가는 여러 직업 중의 하나…특별하지 않아"

이번 책은 이야기에 대한 이야기, 거짓말에 대한 이야기다. 뒤집힌 성장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성장의 의미를 다르게 바라보고 싶었다.

▲21일 서울 중구에 있는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이중 하나는 거짓말'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김애란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문학동네)
▲21일 서울 중구에 있는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이중 하나는 거짓말'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김애란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문학동네)

21일 오전 서울 중구에 있는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이중 하나는 거짓말'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김애란은 13년 만에 장편 소설을 낸 소감을 밝히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장편 작업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만큼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 오랫동안 궁금했던 주제들을 다루고 싶었다"라며 "이 소설에는 어떤 성취나 성공을 이루기보다 무언가 하지 않고, 그만둔 아이들이 나온다"라고 설명했다.

이 소설에는 '지우', '소리', '채운'이라는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이 나온다. 세 사람은 선생님이 만든 기묘한 게임을 통해 서서히 가까워진다. 자신을 소개할 때 다섯 개의 문장으로 표현하되, 그중 하나에는 반드시 거짓을 포함한다는 내용의 자기소개 게임이다.

거짓은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처럼 꾸민 허황된 것이다. 동시에 거짓에는 반드시 사실이었으면 하는 간절한 소망의 언어가 깃들어 있기도 하다. 세 사람은 바로 이 거짓의 이중성을 통해 서로의 진심을 공유한다. 거짓의 이야기로 서로의 아픔을 알아가고, 치유하고, 성장하는 것이다.

김애란은 "성장이란 단순히 내가 물리적으로 자라는 게 아니라 '시점 바꾸기'라는 생각이 든다"라며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내 안으로 들어오고, 그 사람의 이야기가 점점 자라는 것이다. 이번 책은 인물이 자신의 욕망을 이루기 위해서 실패했다가 성공하는 일반적인 구조와는 조금 다른 성장 소설"이라고 전했다.

▲21일 서울 중구에 있는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이중 하나는 거짓말'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김애란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문학동네)
▲21일 서울 중구에 있는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이중 하나는 거짓말'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김애란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문학동네)

김애란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극작과를 졸업했다. 소설집 '비행운'과 장편 소설 '두근두근 내 인생'을 통해 대중에 널리 알려졌다. 이상문학상, 동인문학상, 최인호청년문화상 등을 수상하며 한국 문단의 '젊은 거장'이라 불린다.

이날 김애란은 같은 이야기를 다른 방식으로 변주해서 쓰는 작업에 흥미를 느낀다고 말했다. 가령 예전에 그는 '칼자국'이라는 단편소설에서 새끼를 먹이는 일의 미덕을 말했지만, 이제는 새끼를 먹이는 일의 끔찍함을 '가족중심주의 해체' 등을 통해 뒤집어서 쓰는 식이다.

그의 첫 장편 '두근두근 내 인생'과 이번 작품 역시 마찬가지다. '두근두근 내 인생'에는 조로증에 걸린 아이 '아름'이 나온다. 늙은 몸에 어린 영혼이 깃든 아름이는 열일곱에 자신을 가진 부모를 시종일관 배려한다. 자신의 몸이 아프기 때문에 부모에게 죄송한 마음이 커서다.

김애란은 "(아름이는) 자기 삶과 죽음을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벅찼을 것이다. 굳이 그렇게 어른을 이해해주지 않으려고 해도 되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 인물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라며 "이번 소설은 '두근두근 내 인생'의 다크버전이라고 까지 말할 수는 없어도 가족 혹은 성장에 대한 다른 해석으로 이해해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책 '이중 하나는 거짓말' 표지 (문학동네)
▲책 '이중 하나는 거짓말' 표지 (문학동네)

이날 김애란은 소설가라는 직업과 좋은 책에 대한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소설가는 여러 직업 중에 하나다. 모든 성인이 직장에서 겪는 어려움보다 더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다"라며 "글쓰기와 글읽기는 나에게 직업이기 이전에 삶의 방식이자 존재 방식이다. 나중에 직업적 의미를 잃더라도 이 존재 방식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 그는 "좋은 책은 다음 독서를 촉발하는 책"이라며 "내게 어린 조카가 있는데, 부모가 잘 안 사주는 책을 사준 적이 있다. 나중에 조카가 컸을 때, 이모가 '서울대 교수 선정 명저 100권'이 아니라 비밀과 금기를 다룬 책을 사줘서 내가 그 안에서 안전하게 모험할 수 있었다, 라고 생각해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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