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의대 준비반에서 대학 교육 과정을 가르치는 등 사교육이 과열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초등의대반’에 들어가기 위한 초2~3 대상 레벨 테스트에서도 고교 1학년 과정을 묻는 등 과도한 사교육이 누적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 같은 ‘초등의대반’이 이미 전국 각지에 퍼져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13일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과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실은 국회의원회관에서 이 같은 내용의 ‘초등의대반 방지법 제정을 위한 국회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사걱세가 밝힌 지난 7월 15일부터 30일까지 온라인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에 따르면 전국 17개 시도 중 제주를 제외한 16곳에서 사교육 업체의 초등의대반 관련 홍보물이 발견됐다. 구체적으로 초등의대반 홍보물이 발견된 학원은 89곳이었고, 개설된 프로그램은 136개였다. 초등의대반을 개설, 홍보하는 학원을 각 지역별로 살펴보면 서울이 28곳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경기 20곳, 대구 10곳, 광주 6곳, 인천 5곳, 부산 3곳 등 순이었다.
발제에 나선 구본창 사걱세 정책대안연구소장은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데는 수년째 지속되고 있는 의대 집중 현상, 타 학과에 비해 수능 비중이 높은 의대 입학전형, 지속되는 불수능과 킬러문항 출제, 최근 정부가 밀어붙이는 의대 정원 확대 등이 복합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초등의대반을 개설한 학원의 홍보물은 하나같이 불안을 마케팅한다”고 말했다.
사걱세는 이번 조사에 포함된 136곳의 ‘초등의대반’ 프로그램 중 교습 범위를 파악할 수 있는 프로그램 72개의 선행 교육 정도도 분석했다. 그 결과 5년 이상의 교육과정을 압축적으로 운영하는 초등의대반 프로그램은 45개로 전체의 62.5%를 차지했다. 이들 중 35개 프로그램의 커리큘럼은 초6 수학부터 고1 수학까지 가르치는 내용이었다. 그외 ‘초등의대반’ 프로그램을 교습 범위 순으로 살펴보면 10년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프로그램은 2개였으며 △8년 5개 △7.5년 1개 △7년이 6개 △6년이 11개 △5년 20개 등이었다.
이 같은 ‘초등의대반’에 들어가기 위해서도 상당 수준의 선행학습이 필요했다.
사걱세는 초등의대반을 운영하는 한 프랜차이즈 학원의 2018년 초 2~3학년 대상 초등 의대반 레벨 테스트 문항을 분석한 결과 “초등학교 2·3학년은 물론이고 6학년까지의 전체 교육과정 범위와 수준 안에 들어오는 문제가 단 한 문제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고1 교육과정에 해당하는 미지수가 3개인 연립일차방정식이 문제에 등장했다는 설명이다.
이렇게 ‘초등의대반’에 들어간 뒤에는 대학 과정에서 다루는 수준을 배우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걱세는 초5를 대상으로 의대반을 운영하는 학원 5곳에서 교재로 사용하고 있는 두 권의 수학 교재 내용을 분석한 결과 ‘가우스 기호([])’와 대학 과정의 ‘행렬식’ 개념 등 대학 교육과정에 해당하는 문제가 다수 포함됐다고 지적했다.
사걱세는 이러한 상황에 비춰 봤을 때 과도한 사교육을 유발하는 초등의대반을 법률로 규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에 사교육 커리큘럼을 규제하는 내용을 추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걱세는 ‘학교급을 넘어서는 선행 사교육 커리큘럼 운영 및 레벨테스트 출제 금지(초6, 중3은 예외)’와 ‘선행 사교육 광고에 대한 처벌 규정 신설’, ‘위반 사안에 대한 신고포상금제 운영’ 등 내용을 포함하는 ‘초등의대반 방지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