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판도 흔드는 ‘AI’…美선 변호사 월급 좌지우지 [로펌, AI에 미래 걸다 ②]

입력 2024-08-07 05:00 수정 2024-08-07 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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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4-08-06 17: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AI 장착하는 대형 로펌들…대응팀 꾸려 전력투구

활용도 따라 임금 차이 최대 49%
이해도 높을수록 자문의 질 상승
자료 요약‧서류 초안 작성 가능
국내 대형 로펌들 발 빠른 움직임

미국에서 인공지능(AI) 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 변호사는 그렇지 않은 변호사보다 최대 49% 높은 임금을 받을 수 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올해 5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생성형 AI의 구체적인 응답을 유도하는 방법을 알고 AI가 업계에 미치는 영향까지 이해하는 변호사가 점점 앞서 나간다는 얘기다.

최근 AI 관련 저작권 문제와 딥페이크 사건이 급증하는 만큼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을수록 자문의 질도 높아질 수 있는 셈이다.

PwC는 변호사가 소속된 로펌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봤다. 얼마나 많은 기업이 AI 관련 전문성을 갖춘 로펌을 필요로 하느냐가 관건이지만, AI 기술을 원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결국 프리미엄이 적용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AI의 발전이 전 세계 법조계의 판도를 흔들고 있다. 업무 대부분을 차지하던 자료 검색과 요약, 서류 초안 작성은 이미 AI에게 믿고 맡길 수 있을 정도다.

리서치 업무가 많은 자문의 경우 AI 활용도가 높은 만큼 국내 대형 로펌들도 AI 기술 도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미 AI 관련 팀을 신설했을 뿐 아니라 리걸테크 기업과 업무 협약을 맺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그래픽 = 손미경 기자 sssmk@)
(그래픽 = 손미경 기자 sssmk@)

AI 전담 팀 구성…자체 DB 기반 시스템 운영도

김앤장, 각종 기술 도입해 성과
광장, 국내 최대 규모 AI팀 발족
리걸테크 기업과 협약도 잇따라
일부는 신중론…“시간 더 필요”

로펌 업계 1위 김앤장 법률사무소는 AI 대응팀을 꾸려 국내외 자문과 분쟁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AI 기술을 활용한 e디스커버리(여러 주요 데이터를 정해진 시간까지 찾는 것), 음성기록 검토 기술(Speech-to-Text)도 도입했다.

또한 리걸테크 소프트웨어와 장비를 활용하고, AI를 통한 서신 초안 자동화 및 업무 타임라인 관리 등 업무 관리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김앤장은 이 같은 기술을 통해 일주일 만에 무려 100만 건이 넘는 문서를 리뷰했다고 한다.

법무법인(유) 광장은 기존 정보통신(IT) 및 데이터 부문을 확대한 ‘Tech & AI 팀’을 4월 발족했다. Tech & AI 팀은 개인정보, IT, 금융, 기술분쟁 등 각 영역에 전문성을 가진 변호사 등 100여 명으로 구성돼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Tech & AI 팀장인 고환경(사법연수원 31기) 변호사는 “법령 해석, 규제 당국 설득, 입법 컨설팅 지원 및 검사‧제재 대응까지 모든 단계에 걸쳐 AI 및 신기술을 활용해 원스톱(One-Stop)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유한) 세종 역시 올 초 ‘AI·데이터 정책센터’를 출범시켰다. AI 센터는 △기업 비즈니스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AI 위험통제 모델 확립 △리스크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데이터 플로우 차트 등 AI‧데이터를 업무에 활용하거나 융합을 시도 중인 기업에 전문 컨설팅을 제공한다.

세종은 AI 관련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AI 데이터 정책연구소도 운영 중이다. 최근 AI 기업 페르소나에이아이와 구성한 컨소시엄이 정부의 첫 AI 기반 법률 서비스 지원사업 공모에 뽑혀 44억 원을 지원받게 됐다.

법무법인(유한) 율촌은 AI 변화에 맞춰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로펌으로 꼽힌다. 율촌은 지난해 생성형 AI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 뒤 국내 주요 IT 기업들과 협력해 자체 법률 데이터와 AI 기술을 결합하는 방안을 모색해 왔다.

자체 데이터베이스 기반 AI 응답 정확도는 90%를 상회한 데 더해 AI 활용 과정에서 고객 정보 보호를 위한 보안 조치도 적용했다. 소송 전략‧위험 관리 등 전 분야에 걸쳐 AI 기술의 적용 범위를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리걸테크 기업과 협업…사내 AI 챗봇 개발 진행

대응팀 신설…선제 대응 나서

글로벌 빅테크‧리걸테크와 업무협약을 통한 전문성 강화 전략을 선택한 로펌들도 있다.

법무법인(유한) 화우는 두 곳의 리걸테크 기업과 협업해 사내 AI 리걸테크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특히 챗봇 기능을 이용해 Case 기반 소장, 준비 서면에 활용할 계획이다. 자체 데이터베이스 정비 작업도 2025년까지 완료를 목표로 한다.

아울러 미국 빅테크 기업과의 AI 법무 영역 적용에 관한 연구 협업도 진행 중이다. 다만 AI 프로그램이 타인의 권리 침해, 위법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점을 고려해 고객 기밀 사항‧개인정보 등 화우 자체 가이드를 적용키로 했다.

법무법인(유한) 바른은 국내 리걸테크 스타트업 로앤굿과 협업해 AI 챗봇서비스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1차 개발된 솔루션은 내부 변호사를 대상으로 실무 적용을 위한 테스트에 돌입한 상태다.

테스트 분야는 ‘선거법 분야 AI 챗봇’이다. AI 챗봇은 변호사들의 업무를 지원하는 개념으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진 않는다고 한다. 최종 개발 이후 서비스 분야 확장 여부 등은 관련 법률을 검토해 결정할 방침이다.

‘AI 도입 신중론’도…“실제 도입‧활용에 시간 더 필요”

단순 반복 업무에 활용

법무법인(유한) 태평양과 지평은 AI 대응에는 나서고 있지만, 서비스 도입에는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입장이다.

태평양은 2022년 로봇업무 자동화(RPA), AI 번역 솔루션을 도입했고 단순 반복되는 업무에 특화된 AI 도입도 검토 중이다. 다만 정확도와 비밀 유지 등 고객의 신뢰가 생명인 법률 업무에 도입하기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평 역시 2022년 6월부터 ‘개인정보‧데이터‧AI팀’을 운영하고 있다. 2021년에는 AI 기술을 기반으로 전 세계 20개국의 입법·법령 데이터를 분석하고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피스컬노트(FiscalNote)와 업무협약 체결하기도 했다. 단 실제 AI 서비스 도입 및 활용에 대해선 신중하게 접근할 계획이다.

◇ 법조팀 = 김이현 기자 spes@·전아현 기자 cahyun@‧박일경 기자 ekpark@‧박꽃 기자 pg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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