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27일 “공단 자격부과실과 법무지원실을 중심으로 대법원 판결 취지에 맞게 피부양자 인정기준을 논의하고 있다”며 “전국 지사가 같은 기준과 절차로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혼선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대한 명확하게 지침을 마련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소성욱 씨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보험료 부과 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다수 의견으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동성과 사실혼 관계인 소 씨는 공단이 자신을 ‘직장가입자의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으로 인정하지 않고 보험료를 부과하자 이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애초 공단은 소 씨를 피부양자로 인정해 보험료를 부과하지 않았으나, 이후 피부양자 인정을 취소하고 보험료를 부과했다.
건강보험공단의 이번 피부양자 인정기준 개편은 ‘동성 부부’ 인정과는 다른 문제다.
공단은 기존에도 직장가입자와 그 배우자가 사실혼 관계임을 보증인 2명이 증명하는 ‘인우보증’을 통해 사실혼 관계에 있는 직장가입자의 배우자를 피부양자로 인정해왔다. 법률적 가족관계가 아닌 ‘공동생계·공동생활’을 기준으로 피부양 자격을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 때문에, 이혼한 뒤에도 직장가입자인 전 배우자와 동거하며 공동생계를 이어간 사람에 대해서도 피부양자 자격이 인정된 사례가 있다. 애초에 혼인 여부가 피부양자 인정의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다.
대법원도 “공단이 직장가입자의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을 피부양자로 인정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그가 직장가입자의 동반자로서 생계를 함께 하면서 공동생활을 영위하기 때문”이라며 “동성 부부 역시 동거하는 관계를 넘어 부부 공동생활에 준하는 경제적 생활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관점에서 동성 커플과 이성 커플 간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특히 건강보험 피부양자 제도가 ‘이성 부부’에 대한 혜택이 아니라는 점에서 이번 결정을 동성 부부에 대한 혼인관계 인정으로 보긴 어렵다. 건강보험 피부양자에는 직장가입자의 배우자뿐 아니라 소득이 일정 금액 이하인 직계존비속, 형제자매 등도 포함된다. 따라서 건강보험공단의 피부양자 인정기준 개편은 ‘동성 배우자 인정’보다는 ‘불합리한 차별 철폐’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