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탈탄소, 친환경 자재 주목해야...한국엔 기회” 켈리 도란 '하프' 대표

입력 2024-06-26 18:02 수정 2024-06-27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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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켈리 도란(Kelly Alvarez Doran) Ha/f Climate Design 공동창립자가 26일 서울 여의도의 한 회의실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켈리 도란(Kelly Alvarez Doran) Ha/f Climate Design 공동창립자가 26일 서울 여의도의 한 회의실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친환경 건축 자재 예찬론자인 켈리 도란 ‘하프(ha/f)’ 대표는 “건축 분야에서 친환경 자재 혁신은 매우 더딘 상황"이라며 “에너지효율을 높이기 위한 기술부문에서 이미 선두주자인 한국이 친환경 자재 혁신에 나서면 엄청난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이투데이 주최로 27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KBIZ홀에서 열리는 ‘서울 기후-에너지 회의 2024’ 기조 연설을 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그를 26일 미리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친환경 자재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문제제기가 흥미롭다.

“전체 탄소 배출에서 건축 비중이 40% 정도인데 그중 30%가 기축 건물 사용 단계에서 발생한다. 나머지 10%가 신축 건물에서 나온다. 건축가로서 이 문제에 접근할 수 있는 부분을 찾다보니 친환경 건축 자재에 관심을 두게 됐다.”

-그동안 국제사회가 친환경 자재에 덜 집중했던 이유는 뭔가.

“5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0년대 석유파동을 겪으면서 에너지효율에 중점을 두게 됐다. 건물 에너지 소비를 어떻게 하면 더 줄일 수 있을지, 즉 사용 측면에만 집중한 것이다. 의도치 않은 사각지대가 발생한 셈이다. 현대 건축물의 주요 자재는 탄소 배출이 매우 많은 시멘트와 콘크리트였다. 최근 들어서야 내재 탄소 배출량(embodied carbon emissions)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친환경 자재가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미국도 2년 전 ‘Buy Clean Initiative’를 발표했고 지난해 20억 달러를 친환경 자재에 투자한다고 했다.

“건축가가 친환경 자재를 따지기 시작하면 공급망 전체로 퍼지게 된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목적도 여기에 있다고 본다. 특히 도시나 국가 차원에서는 자금 조달이 매우 중요한데 법안 혹은 이니셔티브를 통해 자금조달과 투자를 한다면 공급자들의 선택에 큰 변화를 줄 수 있다. 영향력이 훨씬 크다.”

-너무 낙관적인 건 아닌가.

“친환경 소재로의 전환이라고 할 때 제일 중요한 건 지금 사용하고 있는 자재를 조금 덜 쓰는 것이다. 콘크리트를 아예 사용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어느 부분에서 콘크리트가 꼭 사용돼야 하고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지 구분이 필요하다. 또한 다른 소재로 바꿀 수 있는 부분은 바이오 기반으로 바꾸는 것도 좋다는 얘기다.”

-현실성은.

“가장 대표적인 친환경 자재가 나무다. 한국 전통 박물관을 구경했는데 오랜 건축물들이 모두 나무로 지어졌더라. 이 말인즉슨 우리가 친환경 자재를 사용한지 굉장히 오래됐고 최근에서야 철, 콘크리트 등을 사용하게 됐다는 의미다. 따라서 어느 정도까지 친환경 자재로의 회귀가 가능하다고 본다. 대표적 친환경 자재로 대량목재( mass timber)가 있다. 북미나 유럽에서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 플라스틱도 대체재로 해조류를 이용한 소재가 개발되고 있지 않나.”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과 충분함(sufficiency)을 구분하던데.

“지속가능성이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건 지금까지 유지해왔던 생활방식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기존 방식으로는 탄소 배출을 너무 많이 하게 되고 이건 절대 지속 가능하지 않다. 생활방식 자체를 바꿔야 한다. 어떻게 하면 최소한을 가지고 모든 것을 유지할 수 있는지 생각해야 한다. 그게 충분함의 개념이다.”

-도시별 특성이 다르고 한국은 지진에도 취약하다.

“한국은 환태평양 지진대에 있는 국가다. 그만큼 자연재해에 대비해 더 안전한 건물을 짓는 게 중요하다. 지진뿐만 아니라 해수면 상승, 홍수, 폭염 등 이상기후에 대비도 해야한다. 근데 중요한 건 나무 기반과 콘크리트 기반 건축물이 매우 다르다는 것이다. 콘크리트 건축물이 지진 발생 시 잘 견딜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이후 계속 사용할 수 있을까. 나무 기반 건축물은 지진에 잘 견딜 수 있고 이후 조금만 수리하면 충분히 계속 사용할 수도 있다. 즉 나무 기반 건축물들이 콘크리트보다 더 강력하고 융통성 있게 사용할 수 있는 자재라는 것이다. 한 가지 자재만 사용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고 두 가지를 어떻게 함께 사용할 수 있을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한국이 엄청난 잠재력이 있다고 했는데.

“친환경 기반 건축은 경제적인 잠재력이 굉장히 많다.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 한국은 사용 단계에서의 기술 부문에서는 이미 선두주자인데, 혁신을 통해 자재 쪽에서도 변화를 꾀할 수 있다면 경제적인 기회가 엄청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이 그런 노하우를 바탕으로 기술력을 발전시킬 수 있다면 수출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한마디로 친환경 기반 건축은 한국에 너무나 큰 기회의 분야다.”

-관련 주체들을 설득하는 것도 난제다.

“정치적인 의지가 제일 중요하다. 한국은 한강의 기적을 이뤄낸 국가 아닌가. 정치적인 의지와 생각의 변화만 있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본다. 세계 역사에서 가장 혁신이 더딘 분야가 건축이다. 5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큰 변화가 없다. 자동차만 봐도 완전히 다른 세상 아닌가. 건축 분야의 혁신은 갈 길이 멀지만 그래서 흥미로운 분야기도 하다.”

-혁신 건축 좋은 사례는.

“전 생애주기평가인 LCA(Life cycle assessment)는 탄소 배출을 평가하고 분석하는 시스템이다. 음식 먹을 때 영양성분 보는 것처럼 공급자들이 어떤 자재를 사용했는지 한 눈에 볼 수 있다. 프랑스 파리가 잘하고 있다. 파리의 경우 올림픽 때 사용하는 건물들이 모두 대형 목재로 건축됐고 선수 숙소는 올림픽 이후 시민들이 사용할 수 있다. LCA를 의무화하는 게 혁신의 기반이기 때문에 중요하다.”

-사용단계에서 탄소배출 줄이려면.

“결국 에너지 수요 자체를 줄이는 게 중요하다. 기술 혁신도 중요한데 그만큼 중요한 게 행동 변화다. 어떻게 하면 비효율적으로 사용되는 에너지를 줄이느냐가 관건이다.”

-한국 정부에 조언한다면.

“LCA 의무화 등 핀란드나 프랑스 움직임을 따라가면 좋을 것 같고 산업 분야에서는 갈등보다 좀더 야심찬 목표를 가지고 신속히 행동할 필요가 있다. 만약 탄소배출량을 줄이고 싶다면 건축분야만큼 기회가 많은 분야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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