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너머] 창과 방패의 대결, 결과는 모순

입력 2024-06-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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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대 국회가 드디어 막을 내렸다. 정권이 교체되고 전쟁 같은 공방이 이어진 결과는 14개의 대통령 거부권이다. 국회 일정 마지막까지 거부권 행사가 이어질 정도로 치열했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첫 거부권 행사는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으로 박근혜 대통령 시절인 2016년 5월 이후 무려 7년 만이었다. 지금까지 쉽게 보기조차 힘들었던 대통령의 거부권은 1년 남짓한 사이 무려 14건이나 나왔으니 얼마나 치열한 정쟁이 이뤄졌는지도 알 수 있다.

어떤 것도 뚫을 수 있는 창과 어떤 것도 뚫을 수 없는 방패와의 싸움을 보는 듯했다.

거부권의 시작을 알린 양곡법 개정안은 21대 국회 마지막 날 결국 본회의가 열리지 않으면서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법 개정안과 함께 자동으로 폐기됐다. 창을 가진 야당은 쌀 과잉 생산으로 쌀값이 폭락하자 농가의 안정적 소득 보장을 위해 법을 추진했다. 과잉 생산되는 쌀을 정부가 사들여 농민들이 마음 놓고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다. 방패로 막아선 정부는 재정 낭비와 농업 미래 발전에 저해가 된다는 부작용 때문에 절대 추진해선 안 된다는 논리로 맞섰다.

농안법 역시 마찬가지다. 농산물 가격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과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이야기가 팽팽히 맞섰고, '농망법', '허위 사실'이라는 거친 표현들도 오갔다.

하지만 이 같은 공방은 사실 국민들의 호응을 얻기에는 너무나도 부족했다. 농민을 위한다며 일방통행했던 야당, 애초에 가졌던 양곡법과 농안법의 취지는 온데간데없었고 누가 봐도 '거부권 늘리기'에 급급했다. 정부와 여당 역시 반대를 위한 반대만 했을 뿐 양곡법과 농안법 개정안에 대응하기 위한 제대로 된 정책과 대응책을 내지 못했다.

세상에서 가장 강한 창과 방패의 싸움은 결국 모순으로 귀결된다. 이 같은 모순이 계속되면서 생기는 피해는 고스란히 농민과 국민들에게 돌아갈 뿐이다. 이제 새롭게 꾸려질 제22대 국회는 서로를 이해하고 인정할 수 있는 정책과 논쟁이 오가길 기대한다. 세상에서 가장 강한 창과 방패는 절대 양립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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