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너머] 또 다시 신뢰 잃은 K-바이오

입력 2024-05-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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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서 내가 바이오에 투자를 안한다.”, “안타깝다” “Again 2019다.”

최근 일주일 사이 HLB 종토방(주식종목 토론방)에서 나온 볼멘소리다.

HLB가 리보세라닙과 캄렐리주맙 병용요법으로 개발한 간암 치료제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는 최초의 국내 항암제로 기대를 모았지만, 품목허가 획득에 실패했다. 회사 측이 허가 실패를 공식 발표한 이달 17일, HLB를 포함한 그룹주 모두 하한가를 맞았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주말이 지난 20일에도 하한가를 기록하며 HLB의 주가는 순식간에 반토막이 났다. 시가총액도 절반이 줄며 코스닥 시총 순위가 2위에서 한때 5위까지 떨어졌다. 많은 기대를 모았던 HLB가 FDA 승인에 실패하자 업계는 충격에 빠졌다. 그리고 바이오업계에 대한 불신은 더욱 커졌다.

바이오업계에 대한 불신은 하루 이틀이 아니다. 횡령, 주가조작, 거래정지, 관리종목 지정 등 바이오업계에 대한 숱한 문제를 지켜봤다. ‘바이오=사기’라는 말까지 나왔을 정도다. 주식시장에서 바이오 주는 단타를 노리는 개인투자자들의 먹잇감이 된 지 오래다. 이러한 문제가 반복되자 바이오업계에 대한 신뢰도 떨어졌다.

바이오는 현재보다 미래에 대한 가치를 보고 투자하는 산업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신뢰가 중요하다. 매출이 없고 적자인데도 많은 관심과 투자를 받는 이유다. 시총도 수조 원에 이른다. 다른 산업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바이오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현재 바이오업계는 글로벌 경제 위기와 고금리 영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투자받기 어려워 신약개발을 중단하거나 문을 닫는 경우도 많다. 업계는 구조조정과 파이프라인 감축 등 지출을 최소화하며 위기가 끝날 때까지 버티는 것이 목표가 됐다. 신약개발 성공이 아닌 생존이 우선인 상황이다.

물론 빅딜을 성사시키는 기업도 있다.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을 이전해 수익을 내고 그 돈으로 다시 신약개발에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한 곳도 있다. 바이오기업이 살아남는 모범사례다.

그러나 바이오업계에 대한 신뢰를 저버리는 일이 반복된다면 결국 불신은 깊어지고 신뢰는 더욱 떨어질 것이다.

HLB의 승인 결과가 나오기 전 한 업계 관계자의 말이 떠오른다. 만약 승인되지 않으면 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 같냐는 물음에 “바이오에 대한 불신과 패배 의식은 꽤 깊어질 것 같다”고 했다.

결국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고 패배 의식에서 벗어나려면 업계 스스로가 돌아보는 모습이 필요하다. 임상결과를 과장하지는 않았는지, 공개할 수 있는 정보는 모두 공개한 것이 맞는지 말이다. 바이오산업에 대한 신뢰가 하루빨리 회복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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