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법저법] 국내 굴지의 손해보험사, 자동차 정비업체에 갑질?

입력 2024-03-0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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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적 자치’ 아닌 공공성 측면서 사회적 공론화할 때

박상현 법무법인 마중 수석 변호사

법조 기자들이 모여 우리 생활의 법률 상식을 친절하게 알려드립니다. 가사, 부동산, 소액 민사 등 분야에서 생활경제 중심으로 소소하지만 막상 맞닥트리면 당황할 수 있는 사건들, 이런 내용으로도 상담 받을 수 있을까 싶은 다소 엉뚱한 주제도 기존 판례와 법리를 비교‧분석하면서 재미있게 풀어 드립니다.

국내 손해보험사들이 자동차 정비업체에 갑질을 하고 있다는 갈등이 제기된 지 오래입니다. 해 묵은 논쟁과 관련해서 해결책은 없는지… 법무법인 마중의 박상현 수석 변호사와 함께 자세한 내용을 들어봤습니다.

▲ 한 자동차 정비업소에 차량들이 수리를 받기 위해 입고돼 있다. (연합뉴스)
▲ 한 자동차 정비업소에 차량들이 수리를 받기 위해 입고돼 있다. (연합뉴스)

보험정비요금은 보험‧정비업계 각자의 입장 차이가 극명해 오랜 시간 분쟁이 이어졌으며 현재도 진행 중입니다. 지난 1989~1998년 10년간 보험정비요금은 정비업계를 대표하는 전국자동차정비연합회와 보험업계를 대표하는 손해보험협회 간에 단체계약으로 결정됐습니다. 그러나 1997년 4월26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이 단체계약방식이 공정거래법 위반이라는 지적과 함께 시정 명령을 받았습니다.

이후 보험정비요금은 개별 손보사와 정비업체 간 계약에 의해 자율적으로 결정하게 됐습니다. 자율계약방식에 따라 보험‧정비업계 간의 분쟁은 더욱 심화됐습니다. ‘갑’의 위치에 있는 손보사들이 정비요금을 지나치게 낮게 책정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에 맞서 정비업계는 2002년 5월에 대규모 궐기대회 개최 등 보험사의 횡포를 사회 이슈화했습니다. 당시 도종이 의원이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자배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해 정부가 적정 요금을 조사‧연구해 그 결과를 공표한다는 내용의 자동차정비요금 공표제도가 신설됐습니다. 이 때가 2003년 8월21일이었습니다.

이에 당시 건설교통부는 ‘공표는 2005년 한해 시행하되 공표제도 폐지를 포함한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하며 2005년 6월17일 사상 처음으로 자동차보험 적정 정비요금을 공표했습니다.

이후 명칭이 바뀐 국토해양부는 2010년, 또 명칭이 바뀐 현재의 국토교통부는 2018년 보험정비요금을 공표한 뒤 2020년 4월7일 이 제도를 폐지했습니다. 적정 정비요금은 15년 동안 고작 3번 공표에 그쳤기에 정비업계의 큰 불만을 샀으며 ‘무용론’의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국토부는 공표제도 폐지 대신 자동차보험정비협의회를 구성해 협의하는 방안을 신설했습니다. 손보사와 정비업체는 협의회에서 합의된 사항을 기반으로 보험정비요금 계약을 체결하도록 하고, 지난해 9월30일 자동차보험 시간당 정비공임을 4.5% 인상했습니다.

이 같이 제도를 정비했음에도 기본적으로 자동차 정비요금은 결국 개별 자동차 정비업체와 손해보험사 사이에서 사적 자치에 의해 결정되는 사항이고, 정부에서 나서서 정비공임 인상을 발표하더라도 이는 ‘권고안’으로서 손해보험사를 법률적으로 구속하는 효력은 없기 때문에 손해보험사는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정비공임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책정하여 대부분 영세한 규모인 개별 자동차 정비업체에 울며겨자먹기식 계약을 밀어붙일 수 있습니다.

업계 현황에 따르면 다행히 대부분의 손해보험사들은 위와 같은 정부의 정비공임 인상 권고안을 대체로 수용하는 방향으로 개별 자동차 정비업체와 계약을 체결하는 편이라고 합니다. 다만 업계 최고 수준의 시장 점유율을 보이는 모 손해보험사는 유독 위 인상 권고안을 결코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즉 위 손해보험사는 대체로 영세한 개별 자동차 정비업체들과 계약을 체결하면서 타 손해보험사들에 비해서도 자동차 정비업체들에게 명백히 저가의 정비공임으로 받아들여질 만한 내용의 계약을 사실상 강제하는 행태, 즉 자신들의 시장 점유율을 무기로 위 손해보험사에 대항하기 어려운 영세 자동차 정비업체들에게 사실상 저가 정비공임을 강요하는 행태를 수년 이상 장기간 보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위 손해보험사는, 적정 정비요금에 관한 제도들이 규율하는 영역이 궁극적으로는 결국 사적 자치의 영역이기에 자동차 정비업체에게는 손해보험사에 대한 적정 정비요금을 내용으로 하는 계약체결 청구권과 같은 권리행사는 법률적으로 어렵다는 점, 자신들이 손해보험업계에서 차지하는 시장 점유율에 힘입어 개별 자동차 정비업체 입장에서는 매출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위 손해보험사에게 적정 정비요금이 반영되기 전까지 계약을 거부하는 등의 실질적인 저항을 하기 어렵다는 점 등을 잘 알고 이러한 점을 악용하여 자동차 정비업체들과의 개별 계약에서 적정 정비요금에 미치지 못하는 금액 정도로 업체들을 짓누르고 있는 상황입니다.

자동차 정비요금과 관련한 정비업체들과 손해보험사들 간의 적정 정비요금과 관련된 계약갱신 등의 분쟁 문제는 궁극적으로는 “사적 자치” 영역에 속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여러 정부 부처는 물론 국민의 대표자인 국회까지도 주목하여 국가 전체에서 중대한 사안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국정감사’에서도 논의하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되었는데, 그렇다면 이 문제는 단순히 “사적 자치”의 영역에 속하므로 각 당사자들 사이에서만 자율적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고, 행정부와 입법부까지 적극적으로 관여하여 정책을 마련하고 문제 해결에 관여해야 할 정도로 “강한 공공성”을 갖는다는 점을 방증하는 것입니다.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이라도 역시 사회의 성원으로서 사회 안에서 활동하는 조직이므로 기업 운영에서 그 사회적 측면 내지 최소한의 공공성을 고려해야 합니다. 즉 당장의 이윤도 중요하겠으나 우리 사회의 성원의 하나로서 다른 성원들과도 ‘상생’을 하여야 궁극적으로 우리 사회가 건강해질 수 있고 이것은 오히려 기업들에게도 장기적으로 지속적인 이윤을 창출할 사회적 토대가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 문제가 상당한 공공성을 띠는 영역에 속하였다는 점, 사회 성원 사이에서 서로 상생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때 기업들에게도 장기적인 이윤 추구의 토대가 단단해진다는 점, 무엇보다도 가능한 한 우리 사회의 전 구성원이 경제적으로 상생하고 안정돼야 각자 행복을 추구할 수 있고 사회적 안전을 구축할 토대가 이룩되는 것이라는 점을 유념하여 이러한 문제를 공론화해서 사회적‧법률적인 해결을 모색해야 하는 것입니다.

법률 자문해 주신 분…

▲ 박상현 변호사

제54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서울중앙지방법원 국선변호인, 조정위원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 직무대리를 지낸 바 있다. 현재 산업재해 전문 로펌인 법무법인 마중에서 수석(파트너) 변호사를 맡아 대한변호사협회 인증 산재 및 형사법 전문 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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