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롯데면세점 수장에 오른 김주남 대표이사(전무)가 위기 탈출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올해 들어 수익성은 개선했으나 매출은 줄었다. 무엇보다 글로벌 허브 공항인 인천국제공항에서 사업을 철수한 게 뼈아픈 실책으로 꼽힌다. 김 대표는 공항 면세점 대신 시내·온라인면세점에 집중하는 등 자구책으로 위기 돌파구를 찾고 있다.
25일 롯데면세점이 속한 호텔롯데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롯데면세점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8.6% 감소한 1조5042억 원이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16억 원으로 흑자전환했다. 지난해 상반기 892억 원의 영업손실을 낸 것에 비해 상당히 수익성을 개선한 것이다.
문제는 3분기다. 인천공항면세점 철수 영향이 7~9월 매출에 고스란히 반영되기 때문이다. 롯데면세점은 올해 6월을 끝으로 22년 만에 인천공항에서 철수했다. 올해 초 진행된 인천공항면세점 신규 사업자 선정 입찰에서 떨어진 탓이다.
업계는 롯데면세점의 인천공항 낙마를 김 대표의 뼈아픈 실책으로 본다. 향후 10년 간 먹거리가 될 인천공항 면세 운영권을 신라면세점에게 내준 터라, 업계 1위 자리도 위태로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롯데면세점은 인천공항 면세구역 DF1·2·5구역에 응찰했지만, 경쟁사보다 20% 가량 낮은 입찰가를 제시해 업계 관계자들도 당혹스러웠다는 후문이다. 다만 올해 3월 입찰 당시에도 공항면세점 업황이 최악이었음을 고려하면, 당시 입찰을 따낸 면세점도 향후 ‘승자의 저주’를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양비론도 나온다.
인천공항을 내준 김 대표의 자구책은 시내면세점과 온라인면세점 강화다. ‘공항보다 더 큰 롯데면세권에서 산다’는 슬로건을 앞세워, 연일 홍보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이달 서울 명동에 문을 연 국내 최초 면세점 쇼룸 ‘엘디에프 하우스(LDF HOUSE)’다. LDF하우스는 면세품 판매 공간이 아니라 상품을 눈으로 보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297㎡(약 90평) 규모 3층 단독 건물에 쇼핑, 관광, 고객 경험 등 세 가지 요소 중심의 콘텐츠를 담았다.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쇼룸이라는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 시내면세점 유입을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김 대표는 LDF 하우스 오픈식에서 “한국 면세산업은 코로나 이후에 경쟁력이 달라졌고 면세 채널에 대한 전략도 수정해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롯데면세점은 ‘롯데’라는 강력한 브랜드에 힘입어 시내점과 온라인에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롯데면세점은 또한 온라인 면세점에서 주류 판매가 가능해지자 주류 전문관을 만들었다. 롯데면세점은 세계적으로 품귀인 유명 위스키를 비롯해 와인, 코냑, 브랜디 등 100개 이상 브랜드, 700여 개 주류 상품을 판매 중이다. 내달 14일부터는 온·오프라인 회원 등급도 통합한다. 그간 각각의 회원 등급명칭과 혜택이 달랐는데, 이를 하나로 통합해 고객 편의성을 높이겠다는 계산이다.
김 대표의 이 같은 자구책에도 실적이 회복할 지는 불확실하다. 면세업계 전반적으로 따이궁(보따리상) 의존도를 줄이는 정책인 데다, 돌아온다던 유커(중국인 단체관광객) 유입률과 구매력이 낮기 때문이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인천공항면세점은 전체 매출에서 매출 비중이 1% 수준이었기 때문에 인천공항에서 빠진다고 해서 전체 매출이 크게 타격받지 않을 것”이라며 “단체 관광객이나 외국인 관광객들이 늘면서 오히려 시내 면세점이나 온라인 면세점 비중이 더 높아지고 있어 이를 활성화하려고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