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억 원대 배임‧횡령 혐의를 받는 대우산업개발 이상영 회장은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동시에 입건된 상태다. 검찰이 이 회장의 신병을 확보하며 그간 수사에 어려움을 겪어온 공수처가 어떻게 돌파구를 찾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구속된 이 회장에 대한 수사 전략을 고심하고 있다.
이 회장이 검찰 수사 과정에서 구속되며 공수처의 사건 수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검찰은 1400억 원대 분식회계와 횡령‧배임 혐의를 받는 이 회장을 수사 중인데, 이 사건은 공수처의 ‘경찰 경무관 뇌물 사건’과도 연결되기 때문이다.
서울경찰청 간부인 김모 경무관은 대우산업개발 관계자로부터 수차례에 걸쳐 수억 원의 금품을 수수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대우산업개발이 경찰에서 분식회계 혐의로 수사를 받자 이 회장이 이를 무마하기 위해 청탁했다는 의혹으로 현재 공수처가 수사 중이다. 경찰은 대우산업개발 관련 사건을 수사하다가 검찰에 송치했고, 검찰은 보완수사 과정에서 분식회계 혐의도 추가로 파악했다. 두 사건이 동전의 양면 관계인 셈이다.
검찰 수사를 받던 이 회장은 29일 구속 수감됐다. 검찰은 그를 재판에 넘기기 전, 구속기한 최장 기간인 20일간 이 회장을 수시로 불러 조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검찰이 이 회장의 의혹과 혐의를 명확하게 다듬어 나가는 과정에서, 공수처와 연결된 부분까지 어느 정도 정리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공수처 역시 사건을 수사 중인 만큼 이 회장에 대한 추가 조사 여지가 남아 있다. 만약 공수처가 구속된 이 회장을 불러 조사한다면, 시점은 검찰이 기소를 한 뒤인 9월 말 이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공수처가 법무부에 요청하고 협의하는 방식으로 소환 조사를 통보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이 조사를 받겠다는 의지를 보이면 법무부 교정본부의 협조에 따라 피의자를 호송하는 절차를 거칠 전망이다.
다만, 이 회장의 변호인 문제는 해결해야 할 부분으로 남아 있다. 경찰 경무관 뇌물 사건과 관련해 이 회장이 피의자 조사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여 공수처도 수사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대우산업개발 법인과 법률 자문 계약을 맺은 변호사들이 이 회장을 변호하며 한 차례 논란을 빚었다. 업무상 배임과 뇌물 공여 혐의를 받는 이 회장을 변론하는 동시에 그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측을 자문하는 것이 이해충돌 여지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공수처 관계자는 “이 회장 조사에 대해 여러 방법과 전략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