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늪’에 빠져있는 실손의료보험에서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은 지난해 이익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은 올해 각사 별 통계를 지켜본 후 내년 보험료 인하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2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의 실손보험 합산비율은 92.2%, 82.6%로 집계됐다. 합산비율은 손해율과 사업비율을 합한 것을 말한다. 100%를 기준으로 높으면 손해, 낮으면 그만큼 이익이 난다는 것을 뜻한다.
적자에 시달렸던 실손보험이 흑자로 돌아선 건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이 작년 생·손보 전 보험사 중에서 유일하다. 이들 보험사의 영향으로 생명보험업계 전체가 실손보험 흑자로 돌아섰는데, 이는 2016년 이후 6년 만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생명보험사 전체로 봤을 땐 흑자전환을 했고, 한화 삼성생명이 견인했다”고 말했다.
다른 보험사의 실손보험은 손해율이 대폭 개선됐지만, 아직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손보험 손해율은 2018년 100.4%, 2019년 111.6%, 2020년 111.8%, 2021년 113.1% 등에 이어 지난해에는 101.3%를 기록, 전년 대비 11.8%포인트(p) 감소했다.
업권별로 살펴보면 생명보험사의 손해율은 84.7%로 전년 대비 9.3%p 감소했고 손해보험사는 104.8%로 전년 대비 12.4%p 개선됐다.
문제는 흑자 전환에도 다른 보험사와 같이 올해 초 보험료를 인상했다는 점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회사별 종합 통계를 바탕으로 위험률을 산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조정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보험사들의 올해 실손의료보험의 전체 인상률 평균은 약 8.9% 수준이다. 1세대의 경우 평균 6% 수준으로, 2세대는 평균 9% 인상했다. 출시 이후 보험료가 처음 조정되는 3세대는 평균 14%가량 인상했다. 삼성 한화생명 관계자는 “1~3세대 실손보험료 구체적인 인상률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생명보험협회도 현재 보험료 조정 대상이 아닌 4세대 실손보험료 인상률만 공시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실손보험은 향후 지급률이 상승할 수도 있고, 그간 높은 손해율에도 보험료 인상폭을 25%로 제한해 어려움이 있었다”라며 “올해 당장 보험료 인하는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생명보험사가 손해보험사 실손보험보다 손해율이 좋은 이유는 보유하고 있는 상품 구조 차이점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애초에 생명보험사들은 1세대 실손보험 비중이 높지 않고 높은 경우에도 자기 부담률 20%가 있기 때문에 손보보다 생보가 원래 실손보험 손해율이 좋다”라고 설명했다. 지난 2009년까지 판매된 1세대 실손보험의 경우 생명보험사 가입 시에만 20%의 자기 부담률이 존재하고, 갱신주기는 최장 5년으로 사실상 의료비 부담이 없는 상품으로 설계됐다. 그는 이어 “올해는 각사별로 지켜보다가 내년에 인하를 유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실손보험은 판매 시기, 보장구조 등에 따라 1세대(舊실손), 2세대(표준화실손), 3세대(新실손), 4세대 및 기타(노후, 유병력자) 실손 등으로 구분된다. 상품별로는 3세대 손해율이 118.7%로 가장 높다. 이어 1세대(113.2%), 2세대(93.2%), 4세대(91.5%) 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