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25년] 다시 어른대는 '아시아 금융위기'…다른 나라들은?

입력 2022-10-24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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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라왈핀디에 위치한 환전소에서 직원이 고객에게 달러를 건네고 있다. 라왈핀디/신화연합뉴스
▲파키스탄 라왈핀디에 위치한 환전소에서 직원이 고객에게 달러를 건네고 있다. 라왈핀디/신화연합뉴스

우리나라에서 'IMF(국제통화기금)'로 기억되는 1997년 경제위기는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태국과 인도네시아를 비롯해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아시아 나라들이 전반적으로 급격한 자본 유출에 갖은 고초를 겪었다. 외국에서 이 사태를 '아시아 금융위기(Asia Financial Crisis)'로 일컫는 까닭이다.

최근 아시아에 위기의 그림자가 다시 어른거리고 있다. 미국이 기준급리를 급격히 올리며 달러 초강세 현상이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 국가들의 화폐 가치가 급락하며 자본이 빠져나가고 있다. 특히, 기축통화국인 일본과 중국 화폐의 가치가 추락하면서 아시아 전반에 '경고등'이 켜졌다.

일본ㆍ중국 화폐 가치 급락…亞, 동남ㆍ서남 지역 '온도 차'

▲일본 엔과 미국 달러가 보인다. 로이터연합뉴스
▲일본 엔과 미국 달러가 보인다. 로이터연합뉴스

최근 일본 엔화는 뉴욕 외환시장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달러당 150엔을 돌파했다. '잃어버린 30년'이 시작되기 직전인 1900년 8월 이후 32년 만이다. 중국의 위안화도 역외시장에서 달러당 7위안을 넘기며 올해 초 6위안대에서 급격한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현상이 이어지면 아시아 전역에서 자본 유출이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최근 4주간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신흥국에서 8억5800만 달러(약 1조2300억 원)가 순유출됐다. 올해 아시아 이머징 마켓에서 빠져나간 누적 자금은 650억 달러에 달한다.

다만 아시아에서는 지역별로 화폐가치 하락 속도에 온도차가 있다.

서남아시아 나라들은 이미 디폴트(채무불이행) 등 실질적인 위기에 직면한 상태다.

4월 디폴트를 선언한 스리랑카는 IMF와 30억 달러 규모의 구제금융 협상을 진행 중이다. 라오스와 방글라데시도 통화가치가 폭락 중이다. 특히 라오스는 20~30% 수준의 물가상승률을 이어가면서 스리랑카 다음으로 디폴트를 선언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최근 3개월간 화폐 가치가 20%가량 떨어진 방글라데시는 IMF에 45억 달러 규모의 차관을 요청했다.

동남아시아 나라들은 상대적으로 선방하고 있다. 싱가포르 달러 가치는 올해 들어 5% 정도 하락했고, 베트남의 동(VND)화는 6% 정도 떨어졌다. 인도네시아나 말레이시아도 8%, 13% 정도 내려갔다.

이들 국가의 수출이 늘면서 화폐 가치를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베트남은 지난달까지 누적 수출액이 지난해보다 17% 증가했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는 액화천연가스(LNG)나 원유 수출이, 태국은 자동차 부품을 비롯해 농산물 수출이 급증했다. 여기에 관광객들이 늘면서 달러 유입이 증가하고 있다.

亞, 기준금리 높여 자본유출 억제…'경기부양' 염원 中ㆍ日은 소극적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 본부. 베이징/로이터연합뉴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 본부. 베이징/로이터연합뉴스

우리 정부와 마찬가지로 아시아 국가들은 기준금리를 올리며 화폐 가치 하락에 대응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올해 8월부터 3개월 연속 기준금리를 올렸다. 7월 3.5%에서 8월 3.75%로 0.25%포인트(p) 올린 뒤 두 번 연속 빅스텝(0.5%p 인상)을 단행해 현재 4.75%다. 인도도 올해 2월 4%에서 9월 5.90%까지 기준금리를 올렸다. 특히, 베트남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4.0%에서 5.0%로 올리며 '울트라스텝(1.0%p 인상)'을 단행했다.

이에 비해 일본과 중국 등은 기준금리 인상에 소극적이다.

일본은행은 단기금리를 -0.1%로 계속 동결하고 있다. 다만 달러당 엔화가 150엔을 넘어서자 일본 정부 차원에서 달러를 팔고 엔화를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1998년 이후 32년 만의 외환개입이다.

일본이 금리 인상에 소극적인 것은 '잃어버린 30년'으로 불리는 장기침체 국면을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통해 탈피하려는 목표가 강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대신 구두 개입과 외환 시장 직접 개입 등으로 대응해왔지만 앞으로 엔화 가치 폭락이 심각해지면 기준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도 8월 이후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화폐 가치 급락에 따른 자본 유출을 고려하면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이 맞지만, 소비자물가지수가 오르는 데 더해 경기 하강 국면까지 맞물려 금리 인하 압박도 동시에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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