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혁신에는 속도가 필요하다

입력 2022-06-0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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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革新)’은 사전적 의미로 낡은 것을 완전히 바꿔 새롭게 한다는 뜻이다. 기존 시스템에서 성과를 내는 것에 한계가 있다면 혁신을 통해 시스템을 과감히 바꿔 더 많은 성과를 창출해야 한다는 의미다.

첨단 의과학 기술을 요하는 제약바이오 산업의 혁신은 생존과 직결된다. 빠르게 변화·발전하는 기술을 따라잡고 신약 개발 성과를 내기 위한 기본 조건이다. 과거 글로벌 제약기업의 약을 복제(카피)하던 대한민국 제약바이오 산업은 신약 개발과 바이오의약품ㆍ백신 생산을 주도하며 전 세계가 주목할 만큼 성장했다. 지난 20여 년간 관련 기업과 연구기관, 정부의 속도감 있는 혁신이 만들어 낸 성과다.

코로나19 팬데믹 후 ‘글로벌 제약바이오 강국 도약’을 위해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는 연구개발 투자 확대, 오픈이노베이션과 인재육성 등 다시 혁신에 나섰다. 하지만 산업계 노력만으로는 혁신에 한계가 있다. 산업육성 및 규제완화, 연구개발 지원 등 정부 역할은 필수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국정과제로 제시됐던 국무총리 산하 ‘제약바이오혁신위원회(이하 혁신위)’ 설치에 대한 기대감이 큰 이유다. 제약바이오 업계는 중장기 전략 수립과 각 부처 정책을 총괄하고 효과적으로 조율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기대한다. 또한 혁신위가 산업 발전과 규제 사이의 정책 조화를 도모하고, 선택과 집중으로 산업을 육성할 핵심 기관이 되길 바라고 있다.

대략적인 방향은 나왔다. 4월말 인수위 사회복지문화분과 백경란 인수위원(현 질병관리청장)은 “제약바이오혁신위원회를 신설해 기초연구, 병원, 기업이 함께 협력하고 관련 부처들이 지혜를 모을 수 있도록 바이오헬스 거버넌스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했다. 이어 5월11일 ‘바이오 코리아 2022’ 행사에서 권덕철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도 혁신위 신설과 부처간 바이오헬스 거버넌스 강화를 언급했다. 제약업계와 복지부 등에 따르면 혁신위는 복지부가 주관 부처로 나선다. 여기에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교육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이 참여하고, 산업육성·인력양성·규제완화·투자지원 등의 업무를 총괄할 전망이다.

관건은 속도다. 혁신위 구성 후 제약바이오 산업계도 참여해야 하는 상황에서 정부 출범 후 한 달이 지났지만 혁신위 설치 논의가 기대보다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이유는 많다. 혁신위 구성과 부처간 협력을 위한 거버넌스 구축 등에 속도가 나지 않고 있어서다. 업계는 제약바이오 강국 도약을 실현하기 위해 혁신위 역할과 권한을 어떻게, 얼마나 부여할지 부처간 협의가 진행 중이라고 보고 있다.

또 다른 문제는 혁신위 예산과 정책 집행을 위한 근거 마련이다. 2012년 제약산업육성및지원에관한법률(제약산업육성법)을 통해 이미 제약바이오 산업 지원이 이뤄지고 있어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법에 따른 위원회를 재정비하거나, 새로운 법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지속가능한 제약바이오 산업 육성을 위한 법적 기반 마련”이라고 주문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전 세계 의약품 시장은 2026년 1조8000억 달러(약 2140조 원)에 달할 전망이다. 잇단 신종 감염병에 대비하기 위해 의약품 공급망 강화와 신약·백신 개발 등 보건안보 확립은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해지고 중요해졌다. 따라서 관련 업계는 강력한 추진력을 바탕으로 빠른 시일내 속도감 있는 추진이 이뤄지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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