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씨는 제사상에 왜 술을 올리는지 아쇼?”
남자는 창수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면서 물었다. 아니요, 알고 싶지 않아요. 제사상에 술을 올리든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올리든 헛개차를 올리든 알고 싶지 않다구요. 그러니, 제발 조용히 잠 좀 자면서 갑시다. 창수는 그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또 그러질 못했다. 취객에게 그게 다 무슨 소용 있을까? 창수는 짧게 고개만...
“전쟁이 끝나면 고향인 안성으로 돌아가 중학교 수학 교사로 조용히 살고 싶다.” 창씨개명도 하지 않고 떳떳하게 조선인임을 밝히면서도 일본군 중장에까지 올랐던 홍사익의 꿈은 제2차 세계대전 후 조선인으로는 유일하게 필리핀에서 B급 전범으로 생을 마감해 물거품이 됐다.
일본 육군사관학교와 일본 육군대학을 거쳐 조선인 평민 출신으로는 유일하게 일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