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노래
11월은 가을의 식민지
무능한 정부는 늦게 온 꽃마저 시들게 하고
돼지감자를 살찌운다
망명지의 산골마을 커피집
문짝에 적힌 대로 전화를 하고 한참 기다리자
주인은 어디선가 늙은 차를 몰고 왔다
마약이 따로 없다
날이 차고 무는 바람이 든다
나도 나에 대하여 할 만큼 했으므로
소설(小雪)...
해가 지는데
어떤 아저씨가 내 속으로 들어왔다
먼 길을 걸어왔는지 바람의 냄새가 났다
아저씨는 바퀴처럼 닳았다
그래도 아저씨는 힘이 세다
아저씨라는 말 속에는
모든 남자들의 정처(定處)가 들어 있다
어두워지는데
어디서 본 듯한 아저씨가 내 안으로 들어왔다
더 갈 데가 없었는지
제집처럼 들어왔다
‘아저씨’ 시집...
미천골 물푸레나무 숲에서
이 작두날 같은 새벽에
누가 나의 이름을 불렀다
개울물이 밤새 닦아놓은 하늘로
일찍 깬 새들이 어둠을 물고 날아간다
산꼭대기까지 물길어 올리느라
나무들은 몸이 흠뻑 젖었지만
햇빛은 그 정수리에서 깨어난다
이기고 지는 사람의 일로
이 산 밖에 삼겹살 같은 세상을 두고
나는 벌레처럼 잠들었던 모양이다
이파리에서 떨어지는...
내가 한 철인제 북천 조용한 마을에 살며한 사미승을 알고 지냈는데어느 해 누군가 슬피 울어도 환한 유월그 사미는 뽕나무에 올라가 오디를 따고동네 처자는 치마폭에다 그걸 받는 걸 보았다그들이 주고받는 말은 바람이 다 집어먹고흰 웃음소리만 하늘에서 떨어지는 걸북천 물소리가 싣고 가다가돌멩이처럼 뒤돌아보고는 했다아무 하늘에서나 햇구름이 피던...
유월
내가 아는 유월은 오월과 칠월 사이에 숨어 지내는데 사람들은 모르고 그냥 지나간다. 유월에는 보라색 칡꽃이 손톱만 하게 피고 은어들도 강물에 집을 짓는다. 허공은 하늘로 가득해서 더 올라가 구름은 치자꽃보다 희다. 물소리가 종일 심심해서 제 이름을 부르며 산을 내려오고 세상이 새 둥지인 양 오목하고 조용하니까 나는 또 빈집처럼 살고 싶어서...
너의 이파리는 푸르다
피가 푸르기 때문이다.
작년에 그랬던 것처럼
잎 뒤에 숨어 꽃은 오월에 피고
가지들은 올해도 바람에 흔들거린다.
같은 별의 물을 마시며
같은 햇빛 아래 사는데
내 몸은 푸르고
상처를 내고 바라보면
나는 온몸이 붉은 꽃이다.
오월이 가고 또 오면
언젠가 우리가 서로
몸을 바꿀 날이 있겠지
그게 즐거워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봄을 기다리며
겨울산에 가면
나무들의 밑동에
동그랗게 자리가 나 있는 걸 볼 수 있다
자신의 숨결로 눈을 녹인 것이다
저들은 겨우내 땅 속 깊은 곳에서 물을 퍼 올려
몸을 덥히고 있었던 것이다
좀 더 가까이 가 보면
잎이 있던 자리마다 창을 내고
밖을 내다보고 있다가
어디선가 “봄이다!” 하는 소리가 들리면
뛰어나갈 준비를 하고 있는데
겨울에 둘러싸인...
공개된 '삼학년의 시' 사진은 중앙일보 '詩가 있는 아침'에 실렸던 박성우의 시 한편이 담겨 있다.
시 내용에는 미숫가루를 실컷 먹고 싶어서 돌발행동을 한 학생의 경험담처럼 보여 웃음을 자아낸다.
이를 접한 누리꾼들은 "정말 시가 그야말로 실화다" "왠지 시한편이 생각나는 오늘, 한편의 시에 빵 터졌다" "진짜 경험담인가 보네~"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