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고미술 가운데 고유의 조형미와 민예적 아름다움으로 많은 애호가들을 매혹하는 분야가 몇몇 있다. 예를 들면 노리개, 자수, 보자기 등이다. 이들 물건은 대부분 규방 여인들의 손에서 만들어지고 사용된 탓에 그네들의 정성과 손때가 짙게 배어 있다. 주로 중장년층 여성 컬렉터들이 즐겨 찾는 물건들이지만, 색채미가 뛰어난 데다 장식적 요소까지 두루 갖춤으로써...
분청, 이제는 일반에게도 그다지 낯설지 않은 우리 옛 도자기. 청자 태토(胎土)에 백토로 분장한 후 투명한 유약을 입혀 구워낸 것으로, 퇴락한 상감청자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시대적으로 고려 말부터 제작되기 시작했고 조선 세종 연간을 전후로 그릇의 형태와 문양, 기법이 다양해지며 조선도자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는다. 통상적으로 미술 양식이 오랜 회임 기간을...
미술시장에서 가짜(僞作)의 존재는 숙명적이다. 그 들풀 같은 끈질긴 생명력을 꺾어야 하는 감정(鑑定)의 입장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가짜와 감정, 사람들은 이 둘을 두고 악과 선으로 대립시키기도 하고, 피할 수 없는 싸움판의 창과 방패로 비유하기도 한다. 그 대결의 치열함(?) 때문일까, 이야기는 풍성하고 관전하는 재미가 있다.
가짜와의 싸움은 대개 시간이...
가짜(僞作)는 매력적이면서 치명적이다. 끈적거리는 유혹으로 컬렉터를 포획하고 종국에는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트리는 마성(魔性)의 힘을 품고 있다. 사람들은 그런 가짜의 존재를 두고 유혹을 거부하지 못하는 컬렉터의 뒤틀린 심리를 조롱하고 그것을 교묘히 이용하는 상인들의 흑심(黑心)을 꾸짖는다.
가짜의 배경에는 기록을 남기지 않고 조용히 이루어지는...
고려 건국 1100년을 기념하는 ‘대고려전’이 시작된 지 두 달이 조금 넘었다. 고려 역사와 문화에 대한 높은 관심에다 고려 특유의 개방과 포용 정신이 오늘날 시대정신과 맞물린 탓인지 전시장은 관람객들로 연일 성황을 이루고 있다.
나는 1월 1일자 이 칼럼에서 ‘대고려전’의 감동을 오롯이 펼쳐 담았고, 그 후에도 전시장을 세 번 더 방문했다. 한 번 가면 두세...
경제가 많이 어렵다. 생업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한숨소리가 곳곳에 가득하다. 고미술계의 사정은 더 절박하게 다가온다. 불황의 차원을 넘어 자칫 시장 붕괴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위기감마저 감지되고 있다.
다 아는 이야기이지만, 고미술시장의 활력과 에너지는 경제력에서 나온다. 당연히 그 움직임은 경제 변동과 비슷한 추이를 보이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그런...
미술품 컬렉션 자료나 기록을 살피다 보면 상식을 비켜가는 다양한 일화를 만나게 된다. 명품을 취하기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지는 격정이 있고, 통제되지 않는 수집욕으로 파산하는 비극도 있다. 애지중지하는 작품을 혼자만의 것으로 독점하려는 소유 욕망 때문에 불태워지는 작품이 있는가 하면 심지어 무덤에 부장케 하는 이야기도 나온다.
몇 년 전, 중국과...
지금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고려 건국 1100년을 기념하는 특별전 ‘대고려 918·2018, 그 찬란한 도전’이 성황리에 열리고 있다. 이름에 걸맞게 국립박물관을 비롯해서 국내외 여러 기관과 개인의 소장품 450여 점의 고려 문화유산이 자리를 함께하고 있다.
고려는 통일신라의 문화를 이어받아 찬란한 중세 귀족문화로 꽃피운 시대다. 그들은 생존을 두고 북방의...
미술품 컬렉션의 역사는 오래되었다. 저 아득한 옛날에도 사람들은 아름다움을 사랑했고, 수집하고 보존했다. 그 정신은 세월의 강을 건너고 건너 이 시대에 전해져 지금도 수많은 이들이 자신이 꿈꾸는 아름다움을 찾아 컬렉션 여정을 계속하고 있다.
흔히 컬렉션을 경제력에 더해 열정과 집념의 소산이라고 한다. 경제력이 선대의 유산이나 사업적 수완에 좌우되는...
우리 인간에게는 아름다움을 사랑하고, 그것에 몰입하는 감정이 있다. 그 사랑과 몰입은 아름다움이나 작가의 예술적 영감에 대한 공감과 경의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묘한 것은 그것이 무르익으면 아름다움을 소유하려는 욕망으로 발전한다는 사실이다. 그것도 아주 자연스럽게 필연처럼. 남녀 간의 연정이 그렇듯, 좋아하고 사랑한다면 소유하고 싶은 것이 인간...
세상일의 줄기와 가지가 시운(時運)에 따라 엮이듯 글쓰기도 그와 비슷한 데가 있다. 별 내용이 아님에도 운 좋게 본문(줄기)에 묻어가는 잡기(雜記, 가지와 이파리)가 있는가 하면, 버리기 아까운 가지임에도 연이 닿지 않아 버려지는 것도 많다. 지난번 일본 답사기를 쓸 때도 그랬다. 버려진 가지[枝] 몇 개를 모았다.
고려건국 1100년을 기념하는 오사카시립...
우리 역사에서 고려는 특별한 존재다. 실질적으로 최초의 민족 통일국가였고, 생존을 걸고 북방 이민족들과 날카롭게 대립하면서도 찬란한 문화예술을 일구었다. 천하제일의 비색청자를 구워냈고 몽골의 핍박으로 온 나라가 쑥대밭이 된 그 절망의 시대에 금속활자로 책을 찍고 지극신심(至極信心)으로 불화를 그렸다. 외래문물에 대한 열린 마음과 포용성이 있어 500년...
문화재청이 신라시대에 만들어진 기와 한 점을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 ‘신라의 미소’로 잘 알려진 경주 영묘사 터(靈廟寺址) 출토 ‘얼굴무늬 수막새[瓦當]’가 바로 그것이다.
이 수막새는 일제강점기에 일본으로 반출되었다가 돌아온 수난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1934년 일본인 의사 다나카 도시노부(田中敏信)는 영묘사 터에서 출토된 얼굴무늬 수막새가 경주의...
인공지능(AI)이 그린 초상화 한 점이 10월 뉴욕 크리스티(Christie’s) 경매에 부쳐진다는 보도가 최근 있었다. 내용인즉, ‘에드몽 벨라미’라는 가상 인물을 그린 이 초상화는 프랑스 청년 3명이 개발한 AI 프로그램의 작품으로, 크리스티는 이 그림이 7000파운드(약 1000만 원) 정도에 거래될 것으로 예상했다는 것이다.
기사 내용은 여러 측면에서 흥미롭다. 먼저 눈에 띄는...
최근 백제관음보살상 한 점이 일본에서 공개되었다. 1907년 부여 규암리에서 수습되어 일본인 손에 들어간 후 행방이 묘연했던 것인데, 실견(實見)한 사람들 입에서 백제 최고의 불상조각이라는 찬사가 쏟아지면서 어떻게든 국내로 들여와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해외로 유출된 문화유산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은 높다. 유출 과정에서부터 미학적 평가에...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종교 회화. 한 치의 흐트러짐 없는 단아한 구도, 적·녹·청색을 주조로 한 화려한 색채의 조화, 물 흐르는 듯 유려하고, 섬세하면서도 힘 있는 선묘(線描). 고려불화 이야기다. 지금이야 이러한 찬사와 미학적인 평가가 상식이지만, 고려불화가 한국 미술의 특별한 존재로 그 뛰어난 예술성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지는 40년이 채 안 된다.
이...
미술시장은 어느 삶의 현장보다 돈의 위세가 드센 곳이다. 그런 미술시장을 빗대어 “서화 골동이 권력에 미소 짓고 돈에 꼬리 친다”는 세간의 말이 조금은 거친 듯하지만 그 독설이 왠지 싫지가 않다. 미술과 자본처럼 가치관과 지향점이 다른 영역이 있을까마는 세속적인 손익에는 가차 없는 자본이 겉으로는 고상한 척 미술로 치장하고 우아한 미소를 짓는 것이나...
미술 활동에는 두 개의 중심축이 있다. 하나는 창작이고, 다른 하나는 수집하고 감상하는 컬렉션이다. 딱히 순위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작품 제작을 제1의 창작, 컬렉션을 제2의 창작으로 부르기도 한다. 미술 활동이 창작에서 시작되고 컬렉션을 통해 완성된다고 하는 것도 내용인즉 같은 의미다.
그 속뜻을 경제 용어를 약간 섞어 풀어보면, “시장거래의 경제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