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피언에 올라 선수라고 말할 수 있어 행복합니다.”
로드FC 밴텀급 챔피언 이길우(31)를 최근 만났다. 이길우는 후두에 종양이 생겨 3개월 마다 검사해야하는 선천성 후두유두종으로 인한 26번의 수술을 이겨냈다. 그럼에도 격투기 프로 선수로서 고난을 딛고 활동을 이어갔던 이길우는 허리디스크까지 겹쳐 공백을 겪은 바 있다.
“모든 선수가 다 그렇겠지만 생활고와 부상, 불투명한 미래야말로 가장 어려운 점입니다. 취미로 격투기를 시작했지만 선수가 돼보니 ‘이걸 해서 뭐하지. 지도자가 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연봉 1000만원도 넘지 않는데. 과연 누가 나와 결혼해줄까’란 생각도 들었지요. 지금은 성공한 선수들의 사례가 있어 다들 그 모습을 보고 꿈을 좇아 살지요.” 그는 이제 자신에게 따라붙는 ‘인간 승리 파이터’라는 수식어가 뿌듯하다고 털어놨다.
뿐만 아니라, 이길우는 “혼자서 열심히 하는 것만이 아닌 지도자, 동료들이 다 같이 땀 흘리면서 같이 준비해 점점 더 가족이 되어간다”고 격투기의 매력을 꼽았다. “처음 제가 격투기를 시작했을때 정말 힘들었어요. 환풍기도 안 되는 지하에서 여드름은 사라지지 않고 목엔 항상 가래가 끼었지요. 그때 생각하면 지금은 행복합니다. 시설도 개선됐고, 대형화됐지요.”
그는 진화를 거듭 한 국내 격투기 종목에 발전 방향을 간접적으로 제시했다. “우리나라에서 한 달에 한 번씩 메이저 경기가 열리고 있는 건 혁명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대중은 표를 구매하지 않죠. 제 주위만 해도 공짜표를 원하는 사람이 많으니까요.” 이길우는 생활체육으로서 격투기 종목이 좀 더 대중 속으로 파고들길 바란다.
“앞으로 대형화된 체육관이 많이 생겨났으면 좋겠습니다. 실제 회원들도 격투기를 모른 채 체육관에 와서 운동을 하다 저녁에는 코치로 일하는 저에 대해 검색하곤 격투기 종목에 대한 관심을 늘려가더라고요.” 누군가의 케이지를 지켜보면 왠지 모를 긴장감, 상대를 제압하는 기술, 서로 물러섬이 없는 난타전에 환호가 절로 난다는 그의 투지는 언제나 불타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