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일이] 돈받고 학생 '가짜스펙' 쌓아줘 대학보낸 불량 교사들

입력 2014-10-08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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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1월 경기도의 한 중학교 강당.

발표대회에 참가한 서울 K고 김모군은 주요 20개국(G20)의 기후변화 대응 전략을 분석하는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발표 내용은 학생이 만든 것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화려했고 언변도 매우 유창했다. 김군은 심사위원들을 사로잡았지만 실제 상은 손모군에게 돌아갔다.

김군이 손군의 이름으로 대회에 나간 것이었다. 발표 내용도 다른 학교 교사가 만들어 줬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손군의 대학 입학사정관제 전형에 필요한 경력을 만들어주기 위해 각종 대회에서 부정을 저지른 혐의(업무방해)로 K고 교사 권모(55), 홍모(46)씨와 손군의 어머니 이모(49)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8일 밝혔다.

경찰은 지난 6월 시험문제를 유출한 혐의로 구속된 전직 J여고 교사 민모(57)씨도 손군의 가짜 스펙쌓기에 가담한 사실을 밝혀내 같은 혐의로 추가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손군의 어머니 이씨는 2009년 J여고를 다닌 딸의 입시상담을 하며 알게 된 교사 민씨에게 아들의 경력 쌓기를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이에 민씨는 2010년 10월 한글날 기념 백일장 대회에 참석하는 손군을 위해 시 4편을 써줬다.

이씨는 아들 대신 원고지에 이 시를 적어줬고, 손군은 이를 백일장에 제출해 금상을 받았다.

2010년 11월 G20 국가 기후변화 대책 발표회 자료를 대신 만들어 준 것도 민씨였다.

대회 당일에는 K고 교사 권씨의 지시를 받은 손군의 학교 선배인 김군이 대신 발표했다. 김군은 직전 대회에서 최우수상을 탄 적이 있었다.

민씨는 "발표 자료를 손군 대신 만들어줬다"고 자백했지만 손군은 경찰 조사에서 "그 자료는 직접 작성한 것"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듬해 6월 열린 기후변화와 관련한 토론대회에서도 권씨와 홍씨의 지시를 받은 같은 학년 서모군이 손군 대신 나가 수상 실적을 만들었다.

민씨는 이씨로부터 2011년 2월부터 1년간 총 2천500만원을 받았다. 경찰은 권씨 등 다른 교사가 대가로 돈을 받은 사실은 밝혀내지 못했다.

손군은 어머니와 2010년 1월 노르웨이 등 북유럽 체험 학습을 다녀왔다는 내용을 생활기록부에 올렸다. 하지만 손군이 그곳을 다녀온 것은 중학생 때였다.

경찰 관계자는 "손군이 낸 입시 자료를 보면 손군이 여행 간 기간은 국내 병원 등에서 봉사활동을 했다는 기간과 여러 번 겹쳤다"고 말했다.

손군이 분실물을 주워주고 경찰 표창장을 탄 과정도 매우 석연치 않다.

2010년 설 때 길에서 지갑을 주워 신고했는데 마침 이 지갑의 주인이 지방에 거주하는 교사 민씨의 어머니였던 것이다.

경찰은 이 또한 조작된 선행일 개연성이 높다고 보고 수사했지만 물증을 잡지 못해 범죄 혐의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손군은 이런 화려한 경력을 내세워 2012년 서울의 모 대학 과학계열 학과에 입학했다가 자퇴하고 이듬해 서울 K대 한의예과에 입학할 수 있었다.

그러나 두 대학 중 어느 곳도 거짓말투성이인 손군의 입시자료를 걸러내지 못했다.

경찰은 K대에 수사결과를 통보할 예정이다. 손군도 업무방해 혐의로 입건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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