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4주년/위기의 토종 사모펀드] 기업가치 키우는 ‘백마 탄 왕자’ 또는 편법적 기업인수 ‘약탈자’… KKR의 두 얼굴

입력 2014-10-02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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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B맥주 인수전, 한국토지신탁 인수전에 등장하며 국내에서도 유명세와 동시에 악명을 떨치고 있는 KKR(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 KKR는 세계 최대 사모펀드 중 하나다. 이 회사는 1989년 세계적인 식품·담배업체 RJR내비스코를 무려 310억 달러에 인수하며 ‘문 앞의 야만인들’이란 악명을 얻었다.

KKR의 무기는 차입매수(LBO)다. 인수자금의 80~90%를 차입해 가능성 있는 기업을 산 뒤 가치를 높여 5~7년 뒤 되파는 방식을 주로 사용한다. 연 평균 수익률은 20%에 달할 정도다.

KKR는 악명과 동시에 경영효율과 기업가치를 높이는 역량이 탁월해 ‘백마 탄 기사’란 평가도 듣는다. 물론 부채 축소과정에서 강력한 구조조정 등으로 반발도 많아 ‘약탈자’란 비난을 동시에 받기도 한다.

KKR가 국내서 백마 탄 기사의 평가를 얻게 된 건 지난 2009년 AB인베브로부터 18억 달러(1조9000억원)에 OB맥주를 인수하면서다. KKR는 OB맥주 인수 후 곧바로 당시 장인수 하이트주정 대표를 전격 스카우트한다. 장인수 사장은 1980년대부터 진로에서 잔뼈가 굵은 영업통으로 주류도매사들로부터 신뢰를 받던 인물이다. 하이트가 소주회사 진로를 인수하며 하이트진로가 됐으니 적장을 아군의 장수로 만들어 적을 치는 기막힌 전술을 발휘한 셈이다. 실제로 OB맥주는 만년 2등 업체에서 점유율 60%의 대한민국 최대 맥주업체로 탈바꿈했다.

인수 후 4년8개월이 흐른 지난 3월 KKR는 무려 인수금액의 3배가 넘는 58억 달러(6조1700여억원)에 OB맥주를 되판다. 매각 주체는 KKR에 OB맥주를 넘겼던 AB인베브다.

당시 카를로스 브리토 AB 인베브의 글로벌 총괄대표는 “오비맥주가 그간 한국 시장에서 최대 규모 맥주회사로 성장한 점을 높이 평가해 재인수를 추진했다”고 재인수 배경을 설명했다.

물론 KKR가 백마 탄 기사 역할만 하는 것은 아니다. 부정적 평가도 분명히 있다. 최근의 편법 인수 논란을 불러일으킨 사례가 잘 말해 준다. 한국토지신탁(한토신) 최대주주인 아이스텀파트너스는 지난 4월 KKR와 지분 양수도에 관한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KKR가 금감원에 낸 서류에는 인수주체가 KKR가 아닌 프런티어인베스트. 프런티어는 KKR가 지난달 1일 설립한 자본금 1억원짜리 운용사다. 한토신 우선협상대상자인 KKR가 대주주로 직접 인수하지 않고 프런티어를 내세워 우회인수를 시도한 것이다. 이 방식을 활용하면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피할 수 있고, 외국인 투자가 제한된 방위산업체 등의 인수도 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PEF는 기업에 백마 탄 기사가 될 수도 있지만, 기업 인수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부정적인 모습도 분명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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