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 SH공사의 어설픈 뉴타운 계획

입력 2006-09-15 16:31 수정 2006-09-15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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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평뉴타운 분양가가 공개되면서 시장이 경악했다.

인근시세에 비해서도 물론이고 주공이 공급한 판교신도시보다도 훨씬 높은 분양가가 책정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SH공사 측은 "높은 토지 보상비용과 건축비, 그리고 원주민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분양했기 때문에 일반분양가가 올라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는 이해하기 어려운 주장이다.

은평뉴타운은 진관내외동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토지를 전면 수용한 다음 분양하는 수순을 거쳤다. 판교나 동탄 등 90년대 이후 숱하게 추진된 택지개발 방식과 똑같은 기법으로 택지개발사업을 실시한 SH공사도 이미 익숙해진 사업이다. 따라서 원주민과의 보상가를 둘러싼 마찰이나 예상보다 높은 보상가 등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며 비단 은평뉴타운에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H공사는 이같은 이유를 들어 분양가가 올라갈 수 밖에 없었다고 항변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이유 때문이라도 시장에 끼칠 악영향이 너무나 크다. 이같은 분양가 파동은 결국 대한주택공사나 한국토지공사 등 국가 공사에 비해 '아마추어'라고 할 수 밖에 없는 SH공사의 한계라는 생각이 든다.

우선 택지비부터 보자. 은평구 진관내외동에서 은평뉴타운에 포함되는 지역의 올해 표준지공시지가는 평당 679만원인 반면 판교신도시 내 택지개발 지구의 표준지공시지가는 평당 435만원이다. 공시지가 산정은 감정평가사가 맡는 만큼 다분히 필요에 따라 조정이 가능한 '인술(人術)'. 따라서 이 같은 공시지가 체계가 적절한지 의구심이 들지만 어쨌든 공시지가 차이는 양 지구가 245만원 가량이 난다.

이에 대해 SH공사는 시민 감정평가단을 마련해 함께 감정했다고 답변했다. 바로 여기서 감정가격은 10%이상 더 올라간 것이다.

하지만 재미있는 것은 표준지 공시지가의 차이인 245만원이 양 지구의 택지비에선 오히려 격차가 줄었다는 것. 판교신도시 40평형대의 택지비는 평균 712만원으로 은평뉴타운 40평형대 택지비인 790만원에 80만원 가량 낮은 가격이다.

규모의 경제란 말이 있듯 똑같은 택지조성 사업을 한다면 아무래도 면적이 280만평으로 은평뉴타운의 3배에 달하는 판교신도시 택지조성 비용이 적을텐데 오히려 택지비 격차는 더 줄어들었다. 일단 대상지의 감정가격은 높게 매긴 다음 택지비를 산정하려니깐 판교신도시의 택지비와 지나친 차이가 난 것이 걸린 것은 아닐까?

다음으로 건축비. 은평뉴타운의 마감재와 색채 등은 1군 건설업체가 우루루 몰린 판교신도시에 비할바가 아니다. 일부 인근 중개업자들은 "SH공사가 짓는 만큼 서민형 아파트를 염두에 둔 것 같다"는 혹평까지 할 정도다. 하지만 건축비는 평당 600만~630만원으로 판교신도시 중대형 아파트 건축비인 542만~582만원( 공사비와 설계.감리.부대비, 가산비용, 부가세 포함)보다 50~60만원 가량 오히려 더 높은 상황이다.

판교신도시의 경우 대형 건설업체가 많았고, 이들이 낮은 건축비에 반발하면서 다소 올려준 금액이다. 하지만 SH공사가 짓는 은평뉴타운은 그런 상황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축비는 '폭리'수준까지 치솟아있다.

이에 대해 SH공사는 "은평뉴타운의 경우 올 초 마감재와 건축자재 등이 결정돼 8월 모델하우스가 오픈된 판교보다 떨어질 수 밖에 없다"며 곧 새로운 자재와 마감재로 시공된 모델하우스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응답했다.

이 말을 뜯어보면, SH공사는 마감재와 자재가 결정된 뒤 건축비를 산정하는 게 아니라 건축비를 미리 산정해 놓고 여기에 마감재와 자재를 맞춘다는 이야기다. 이쯤되면 가관이란 말이 나올수 밖에 없다. 판교신도시에서 주공이 은평뉴타운보다 더 저렴한 건축비에 더 나은 품질의 아파트를 선보이지 않았다면 SH공사는 과거 품질 그대로 건축비를 받았을 것이란 이야기가 된다.

비로소 문제가 터지자 부랴부랴 새로운 세대 유닛을 내놓겠다는 SH공사의 모습은 아마추어다. 더욱이 SH공사는 고분양가 논란이 절정에 달한 지금까지 이에 대한 별다른 의견 제시도 않고 있다.

'살테면 사고, 말테면 말라는 식'의 과거 90년대 지방 건설사들이나 보였던 자세를 SH공사가 답습하고 있는 것이다.

지방자치제가 정착되면서 지방공사의 기능도 커졌다. 건설업계 전문가들도 주택공사와 같은 국가기관의 독주보다는 가급적 지자체 공사의 기능향상도 필요하다고 이야기 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100만평에 이르는 은평뉴타운이란 '대업' 앞에 허둥지둥하는 SH공사의 모습을 볼 때 실수요자들이 내게될 지방공사의 '학원비'에 서민들은 한숨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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